동네에서 장사가 잘되던 반찬가게를 시설과 거래처까지 넘겨받는 조건으로 인수했고, 손님들이 익숙해하는 간판과 가게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 전 주인에게 식자재를 대던 업체가 찾아와, 전 주인이 밀린 납품 대금 800만원을 같은 가게 이름을 쓰는 저에게 내라고 합니다. 인수 계약서에는 전 주인의 빚은 전 주인이 정리한다고 적혀 있는데, 제가 갚아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영업을 넘겨받으면서 전 주인의 상호를 계속 쓰면, 법은 새 주인도 전 주인의 영업으로 생긴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인수 계약서의 약속은 전 주인과 질문하신 분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어, 그것만으로 납품업체의 청구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인수 후 지체 없이 책임이 없다는 뜻을 등기하거나 채권자에게 통지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때, 또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제3자에게 그 뜻을 통지한 경우 그 통지를 받은 제3자에 대하여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제44조는 상호를 계속 쓰지 않더라도 양도인의 채무를 인수한 것을 광고한 양수인은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질문하신 분은 시설과 거래처를 함께 넘겨받고 같은 가게 이름을 쓰고 있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식자재 납품 대금은 전 주인의 영업으로 생긴 채무이므로 그 대상이 됩니다. 반면 법은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권만 대상으로 정하므로, 전 주인이 가게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진 빚까지 갚을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인수 직후 책임이 없다는 등기나 납품업체에 대한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 업체의 청구를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등기나 통지를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는 지체 없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질문하신 분과 전 주인 사이의 약속은 납품업체에까지 효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갚기 전에 거래명세서로 대금의 내역과 금액이 맞는지 확인하고, 인수 시점과 등기나 통지를 했는지도 정리해 보세요. 영업을 넘겨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점도 다툴 수 있습니다. 대신 질문하신 분이 대금을 갚게 되면, 전 주인의 빚은 전 주인이 정리한다는 계약 내용을 근거로 전 주인에게 그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 주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제45조는 양수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 양도인의 제3자에 대한 채무는 영업양도 후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하므로, 그 전까지는 납품업체가 전 주인에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전 주인에게 밀린 대금을 바로 정리하라고 서면으로 요구하고, 다른 거래처의 밀린 대금이 더 있는지 전 주인에게 목록을 받아 두세요. 인수 계약서, 인수 대금 지급 내역, 납품업체의 청구 내용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비슷한 인수를 할 때에는 상호를 바꾸거나, 인수 직후 책임이 없다는 등기를 하거나, 전 주인과 함께 거래처에 통지하는 방법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년 10월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이 사례로 변호사에게 상담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