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0명 정도인 설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업무용으로 노트북에 받아 둔 설계 파일을, 퇴사할 때 지우거나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옮겨 갈 경쟁사에서 참고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회사 규정에는 퇴사할 때 업무 자료를 반납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 회사가 업무상배임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재직 중에 정상적으로 받은 자료여도 문제가 되는지, 언제 범죄가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재직 중에 정상적으로 받은 자료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했더라도, 퇴사할 때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는데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쓸 목적으로 반환·폐기하지 않았다면 퇴사한 때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처벌 여부는 수사와 재판에서 사실관계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배임으로 정합니다. 같은 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를 업무상배임으로 처벌합니다.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은 회사직원이 재직 중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하면 반출한 때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또 적법하게 반출해 반출 자체는 업무상배임이 아니더라도, 퇴사 시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같은 목적으로 반환·폐기하지 않으면 퇴사한 때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퇴사한 뒤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퇴사 후 그 자료를 유출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는 따로 업무상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퇴사한 직원의 유출이나 이용에 제3자가 가담했더라도, 그 제3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으면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질문하신 경우 설계 파일은 업무용으로 정상적으로 받은 것이고, 회사 규정상 퇴사 시 반납·폐기 의무가 있으며, 경쟁사에서 참고할 생각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시점은 파일을 받은 때가 아니라 퇴사한 때입니다. 재직 중에 업무 목적으로 받은 것이어서 받을 때는 문제가 없었더라도, 반환·폐기 의무가 있는 상태에서 경쟁사에서 쓸 목적으로 가지고 나왔다면 판례가 말한 퇴사 시 업무상배임의 요건과 맞닿게 됩니다. 판례는 이 경우 퇴사한 때에 이미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으므로, 퇴사 후 아직 그 파일을 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그 설계 파일이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가 업무상배임 성립을 가르는 지점이 됩니다. 퇴사 후 경쟁사에서 실제로 쓰는 행위는 판례상 따로 업무상배임이 되지 않지만, 다른 법률 위반 여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자료를 임의로 처리하기 전에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십시오. 회사 규정의 반납·폐기 조항과 퇴사 당시 회사의 요청 내용을 확인해 두십시오.
구체적인 사안은 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년 10월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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