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거래하던 자재 가게에 외상값 600만원이 있었는데, 그사이 가게가 인수합병으로 다른 분에게 영업 전부가 넘어갔다고 합니다. 상호와 간판, 계좌 안내까지 예전과 같고 주인이 바뀌었다는 안내나 공지도 받은 적이 없어서 주인이 바뀐 줄 전혀 몰랐고, 가게에서 안내한 대로 새 주인 계좌로 60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전 주인이 자기 돈이니 다시 갚으라고 합니다. 제가 이중으로 내야 하나요?
다시 낼 필요가 없습니다.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쓰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생긴 채권에 대해 채무자가 그 사정을 모르고 중대한 과실 없이 양수인에게 갚았다면 그 변제는 효력이 있다고 상법이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받은 돈을 두고 전 주인과 새 주인이 어떻게 정산할지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입니다.
상법 제43조는 제42조 제1항의 경우에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권에 대하여 채무자가 선의이며 중대한 과실 없이 양수인에게 변제한 때에는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제42조 제1항의 경우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상호가 그대로라서 밖에서 보기에 주인이 바뀐 것을 알기 어려운 경우, 이를 믿고 새 주인에게 갚은 채무자를 보호하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제42조 제1항과 짝을 이룹니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이처럼 상호를 계속 쓰는 양수인에게 양도인의 채무를 갚을 책임을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43조는 반대 방향에서 양도인의 영업으로 생긴 채권을 양수인에게 갚은 채무자를 보호합니다. 전 주인이 그 외상값을 여전히 자기 채권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도, 제43조의 요건을 갖춘 변제라면 효력이 인정됩니다.
질문하신 분의 사정을 요건별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첫째, 자재 가게의 영업 전부가 다른 분에게 넘어갔고 새 주인이 같은 상호를 계속 쓰고 있으므로 제42조 제1항의 경우입니다. 둘째, 외상값 600만원은 전 주인이 영업하던 때의 거래로 생긴 것이므로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권입니다. 셋째, 상호와 간판, 계좌 안내까지 예전과 같아 주인이 바뀐 사실을 전혀 몰랐으므로 선의입니다. 넷째, 가게가 안내한 대로 송금했고, 주인이 바뀌었다는 안내나 공지를 받은 적도 없었으므로 중대한 과실 없이 갚은 경우입니다. 따라서 제43조에 따라 새 주인에게 한 변제는 효력이 있고, 600만원 채무는 이미 갚은 것이 됩니다. 전 주인이 다시 갚으라고 해도 이중으로 낼 의무는 없습니다.
이 조항의 보호는 선의와 중대한 과실 없음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주어집니다. 상호를 바꾼 양수인에게 갚은 경우처럼 제42조 제1항의 경우가 아니라면 제43조가 정한 보호의 전제부터 달라집니다. 송금하기 전에 이미 영업양도 사실과 그 외상값이 전 주인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제43조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전 주인이 이를 문제 삼는다면 송금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질문하신 사정대로라면 전 주인은 질문하신 분이 아니라 600만원을 받은 새 주인과 사이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년 10월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이 사례로 변호사에게 상담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