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회사의 운전기사입니다. 운행 중 접촉사고가 난 뒤, 회사는 출근정지 명령은 하지 않은 채 사흘 동안 저에게 배차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체협약에는 징계의 종류로 "승무정지"가 적혀 있는데, 회사는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번 조치가 징계가 아니라 업무명령이라고 합니다. 징계 종류에 들어 있는 승무정지를 징계 절차 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 회사가 말하는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가 따로 인정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의 종류로 적혀 있더라도, 회사는 그와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 승무정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다만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가 정당하려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쟁점은 징계 절차를 거쳤는지만이 아니라, 이번 배차 중단이 그런 필요나 이유에 기인한 업무명령인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승무정지가 징벌로 행해진 것이라면 이 조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 사용자가 업무를 지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서의 승무정지에 대해서는 판례가 따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6누13231 판결은 운송사업체의 승무정지처분은 사용자가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업무수행을 위하여 근로자에게 하는 업무명령인 승무지시의 소극적 양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승무정지처분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정당한 업무명령에 속하므로,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사유로 열거되어 있더라도 징계로서의 승무정지와는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도 단체협약은 승무정지를 징계의 한 종류로 정하고 있었지만, 법원은 그것이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를 막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은 옛 근로기준법 아래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은 제23조 제1항이 해고 등의 제한을 정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경우 단체협약에 승무정지가 징계 종류로 들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업무명령으로 승무정지를 하는 것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승무정지를 운행을 지시하는 업무명령의 소극적인 형태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업무명령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언제나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판례가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인정하는 것은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승무정지에 한정됩니다. 사흘간의 배차 중단이 경영상의 필요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한 것이라면 정당한 업무명령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업무명령으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번 조치가 어느 쪽인지는 사고 뒤 회사가 배차를 멈춘 경위와 목적, 기간 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놓고 판단됩니다.
이 판결은 업무명령으로서의 승무정지가 가능한지와 그 기준을 정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결론을 미리 정한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이번 조치를 실제로는 징계로 한 것이라면, 징계로서의 승무정지에는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배차를 받지 못한 기간의 임금 문제도 이 판결이 다룬 쟁점이 아니므로 따로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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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1월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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