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유료 서비스를 쓰는 친구가 자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면서 마음껏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 용도로 그 계정에 접속해 콘텐츠를 보고 있습니다. 계정 주인이 분명히 허락했는데도 제가 그 계정에 접속하는 것이 정보통신망 침입이 될 수 있는지, 주인의 승낙만 있으면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정 주인이 허락했더라도 제3자인 본인에게 원칙적으로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며 사용을 승낙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접근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이 규정은 보호조치를 깨뜨리는 이른바 해킹뿐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가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그 허용 범위를 정하는 주체는 이용자가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입니다.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은 이 규정이 이용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과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식별부호는 그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아이디를 함부로 공유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의 질서와 상호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판례는, 이용자가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며 사용을 승낙해 제3자가 쓰게 한 경우라도, 그 제3자의 사용이 이용자의 심부름에 불과해 사회통념상 이용자가 직접 쓰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거나, 서비스제공자가 제3자 사용을 승낙할 권한을 이용자에게 주었다고 볼 수 있거나, 그런 사정을 알렸다면 서비스제공자도 동의했으리라 추인되는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질문하신 상황은 친구의 심부름이나 친구의 이익을 위한 사용이 아니라 본인이 본인의 용도로 계정에 접속해 쓰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판례가 든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친구의 승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계정 공유나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면 그 점도 함께 고려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으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계정을 함께 쓰기 전에 약관의 내용과 서비스제공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제48조 제1항은 아예 권한이 없는 경우뿐 아니라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들어가는 경우도 함께 금지합니다. 설령 일부 이용이 허용되어 있더라도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 접속하면 문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정 주인의 승낙 자체가 아니라 서비스제공자가 정한 접근권한의 범위이므로,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하기 전에 그 서비스가 계정 공유를 허용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승낙이 있었다는 점만 믿고 계속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년 10월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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