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직원이 스무 명도 안 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진짜 적용되나요." 소규모 사업장 대표들에게서 최근 부쩍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2024년 1월 27일 이후 법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대기업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이 법이 이제는 동네 제조업체, 소형 건설현장, 영세 서비스업체 대표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몇 명부터 적용되는지", "우리 회사는 예외인지"를 정확히 모른 채 사고가 터진 뒤에야 법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적용대상 확대 경과부터 경영책임자의 구체적 의무, 처벌 수위,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차이, 그리고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실무 사항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18명 규모 식품제조업체 컨베이어 사고)
상시근로자 18명인 식품가공업체 대표 A씨는 2026년 7월 공장 내 컨베이어벨트 정비 중 근로자 1명이 끼임 사고로 사망하자 관할 노동청의 특별감독을 통보받았습니다. A씨는 "50인 미만이라 안전할 줄 알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 처벌 대상 여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례 ② (공사금액 30억원 리모델링 현장 추락사)
공사금액 30억원 규모의 상가 리모델링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3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시공사 대표 B씨는 원청 상시근로자가 40명이라는 이유로 "50인 미만이니 유예 대상 아니냐"고 문의했지만, 이미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이라 즉시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고 있으며, 별도의 추가 유예는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은 중대산업재해 규정의 적용에서 제외됩니다.
- 처벌 대상은 사업주 본인뿐 아니라 경영책임자등(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 총괄자)까지 포함됩니다.
-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형사책임이 성립합니다.
- 사망사고의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까지 병과될 수 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별개로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관계이므로, 산안법 준수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적용대상, 언제부터 어디까지 넓어졌나
- 1단계(2022.1.27.) —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법인·기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우선 시행
- 2단계(2024.1.27.) — 2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전면 확대
- 적용제외 —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은 중대산업재해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음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상시근로자 수 산정 기준입니다. 사업장 명부상 정규직 숫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일용직, 단시간근로자 등 실제 근무 형태를 고려해 산정해야 하므로, 5인 문턱을 오갈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정확한 산정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건설공사는 상시근로자 수와 별개로 공사금액 기준으로도 적용 여부가 갈리므로 두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무엇을 해야 하나
-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수립 — 형식적 문서가 아니라 실제 이행 가능한 목표로 설정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안전보건 인력·예산 배정
- 재발방지대책 수립·이행 — 동종·유사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
- 중앙행정기관 등의 시정명령 사항 이행 — 관계 법령에 따른 개선명령·시정명령을 지체 없이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조치 — 관리상의 조치, 인력·예산 배치 여부 반기 1회 이상 점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처럼 현장의 세세한 안전조치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대신 경영책임자가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관리자에게 맡겼다"는 답변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대표 스스로 체계를 갖추고 점검한 기록이 있어야 방어가 가능합니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 수위
- 사망자 발생 —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병과 가능),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
- 부상·질병 등 중대산업재해(사망 외 요건 충족 시) —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징벌적 손해배상 —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액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 부담 가능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별도로 처벌받지만,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면책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이 면책이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평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문서와 실행 양쪽으로 갖춰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수단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무엇이 다른가
두 법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별개의 법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구체적인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그 이행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위임 여부와 관계없이 경영상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웁니다. 보호 대상 범위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더 넓어서,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제공자와 수급인 및 그 소속 근로자까지 포함합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지켰다고 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사고 후 안전보건관리체계 문서를 뒤늦게 소급 작성하는 대응 — 작성 시점과 내용의 부정합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안전관리자를 선임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인식 — 경영책임자 본인의 점검·이행 의무는 별도로 남습니다.
- 5인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대비도 하지 않는 태도 — 상시근로자 수는 변동되므로 5인 문턱을 넘는 순간 즉시 적용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시근로자 수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하며, 특정 시점의 재직자 수만이 아니라 산정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고용 형태를 고려합니다. 경계에 있는 사업장이라면 정확한 산정 방식을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대표이사가 아니라 안전관리자만 처벌받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즉 경영책임자등입니다. 안전관리자에게 실무를 위임했다는 사정만으로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Q. 개인사업자인데 근로자가 3명입니다. 안심해도 되나요?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이면 중대산업재해 관련 규정의 적용에서는 제외됩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상 기본적인 안전조치 의무는 여전히 남아 있고, 근로자 수가 늘어나는 순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고를 당해도 원청이 책임지나요?
원청이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재해에 대해서도 원청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도급 시 안전보건 확보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두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체크리스트
- 우리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지, 향후 증가 가능성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문서로 수립하고 대표 명의로 공표한다
-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점검·기록한다
- 안전보건 예산과 인력 배치 현황을 서면으로 남겨둔다
- 도급·용역 계약 시 수급인의 안전보건 확보 기준과 절차를 계약서에 명시한다
- 비상시 대응 매뉴얼과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해둔다
- 사고 발생 시 대응 매뉴얼(초동조치, 보고체계, 조사협조 절차)을 미리 준비해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난 뒤에 대응하는 법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갖춰야 하는 법입니다. 오늘 당장 서류 한 장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우리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와 현재 안전보건관리체계 수준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애매한 지점이 있다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두는 편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듭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노동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