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명의로 남아 있는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상속포기를 해야 할지 한정승인을 받아야 할지 고민인데 세무적으로 두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상속포기를 하면 제 아이들, 그러니까 손자녀에게 빚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인지도 궁금하고, 한정승인을 받으면 상속세는 어떻게 계산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많이 난처하시겠어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차이부터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 먼저 상황 정리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민법 제1026조 제2호) 아버지의 빚을 제한 없이 떠안게 되므로, 3개월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시 살펴야 할 쟁점
① 두 제도의 근본적 차이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민법 제1041조)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042조). 반면 한정승인(민법 제1028조)은 상속인 지위는 유지하면서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아버지의 채무를 갚겠다는 조건부 승인입니다. 상속포기는 상속관계 자체에서 이탈하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인은 되되 책임 범위만 제한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② 상속포기 시 손자녀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문제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라, 어머니(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생존해 계시고 함께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어머니가 단독상속인이 되어 손자녀에게는 채무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종전에는 자녀(1촌) 전부가 포기하면 곧바로 다음 근친인 손자녀(2촌)가 상속인이 된다고 보았으나, 이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배우자가 있는 한 배우자 단독상속으로 정리되는 쪽으로 실무가 바뀌었습니다. 손자녀까지 상속인이 되어 채무를 떠안는 경우는 어머니가 이미 사망했거나, 어머니도 자녀들과 함께 포기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③ 한정승인 시 상속세 계산 구조
한정승인을 받더라도 상속세 납세의무 자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조의2 제1항에 따라 상속인은 각자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를 지는데, 이는 한정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원래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다만 과세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서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를 공제해 계산하므로(상속세및증여세법 제14조), 이번처럼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과세가액이 0 이하로 나와 실제 납부할 상속세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현실적인 판단
첫째,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고 함께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녀들만 상속포기를 해도 어머니의 단독상속으로 정리되어 손자녀에게 채무가 넘어가지 않으므로, 상속포기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거나 함께 포기하려는 상황이라면 손자녀까지 상속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손자녀 몫까지 포함해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셋째, 재산과 채무 규모가 불분명하다면 상속포기보다 한정승인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 지위를 유지한 채 재산목록으로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절차라, 뒤늦게 숨은 채무가 발견되어도 책임이 상속재산 한도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향
첫째, 어머니의 생존 여부와 상속포기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를 진행하십시오.
둘째, 어머니가 계시지 않거나 함께 포기할 계획이라면 손자녀 몫까지 포함해 절차를 진행하거나 한정승인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십시오.
셋째, 한정승인을 선택한다면 가정법원에 제출할 상속재산목록을 성실히 작성하고, 채권자에 대한 공고·최고 절차(민법 제1032조)를 거쳐 청산 절차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 이 내용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세무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