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저는 제 명의의 금융자산 5억원을 A신탁회사에 맡기면서 신탁계약서에 서른다섯 살 외아들을 수익자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계약상 신탁 원본과 운용수익은 제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지급되지 않고 10년 뒤부터 아들에게 순차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런 경우 계약을 맺은 지금 시점에 바로 증여세를 신고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들이 실제로 원본이나 수익을 받는 시점에 신고하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신탁계약서에 아드님 성함을 수익자로 적어 넣으셨다고 해서 그 순간 증여세 신고 의무가 곧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며, 언제를 증여시기로 볼지부터 정확히 짚어두셔야 나중에 가산세 등 불이익을 피하실 수 있습니다.
▶ 먼저 상황 정리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3조 제1항은 위탁자가 신탁계약으로 타인을 신탁이익의 수익자로 지정한 경우, 원본을 받을 권리를 가진 수익자는 실제로 그 원본을 받았을 때(제1호), 수익을 받을 권리를 가진 수익자는 실제로 그 수익을 받았을 때(제2호)를 기준으로 그 권리의 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삼는다고 규정합니다. 즉 신탁계약 체결일이 아니라 '원본 또는 수익이 실제로 지급되는 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이 증여일입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은 이 날을 원칙적으로 실제 지급일로 정하되, 위탁자가 이익을 받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일을(제1호), 지급 약정일까지 지급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약정일을(제2호),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는 경우에는 최초 분할지급일을 증여일로 봅니다(제3호 본문). 다만 위탁자가 신탁 해지권·수익자 지정·변경권 등을 보유해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에는 최초 분할지급일이 아니라 원본·수익이 실제 지급되는 날마다 각각 증여일로 봅니다(같은 호 단서). 생존 중 지급을 유보하고 10년 뒤부터 순차 지급하는 이 사례는, 아버님이 해지·변경 권한을 남겨두셨는지에 따라 신고 시점이 최초 분할지급일 1회인지, 지급받을 때마다 여러 차례인지가 달라집니다.
▶ 신탁이익 증여시기 판단 시 살펴야 할 쟁점
① 신탁계약서에 원본·수익 지급 약정일이 명시되어 있는지, 명시돼 있다면 그 날짜가 지났는데도 미지급 상태인지 여부
② 위탁자인 아버님이 신탁을 임의로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계약서에 유보했는지(철회 가능 신탁인지), 그런 권리 없이 확정적으로 수익권을 귀속시켰는지(철회 불가능 신탁인지)
③ 원본과 수익의 지급 시점이 서로 다른지, 여러 차례에 걸쳐 나뉘어 지급되는지 여부
▶ 현실적인 판단
첫째, 아버님이 신탁을 임의로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바꿀 권리를 계약서에 남겨두셨다면(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3호 단서, 철회 가능 신탁), 아드님이 원본·수익을 실제로 지급받는 날마다 그때그때 증여로 보아 각각 신고해야 합니다.
둘째, 반대로 그런 해지·변경권을 유보하지 않은 철회 불가능 신탁이라면, 신탁이익 전체 가액이 최초 분할지급일 하루를 기준으로 일괄 평가되어 그 시점에 한 번에 증여세를 신고해야 합니다(같은 호 본문).
셋째, 계약서에 지급 약정일이 명시돼 있는데 그 날짜가 지나도록 실제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그 약정일에 증여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것으로 처리되므로 계약서 문구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향
첫째, 신탁계약서에서 원본·수익의 지급 시기와 조건, 아버님의 해지권·수익자변경권 유보 여부를 먼저 확인해 증여시기를 특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둘째, 아드님이 실제로 원본이나 수익을 지급받는 날(또는 약정 지급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상증세법 제68조에 따라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도록 일정을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계약체결일에 앞서 미리 신고하면 과세시기를 잘못 잡아 경정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세무사와 함께 계약서 조항을 검토한 뒤 정확한 증여일을 확정하시길 권해드립니다.
※ 이 내용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세무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