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채우면 정규직이 된다더라"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2년을 앞두고 계약만료를 통보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반대로 이미 2년을 훌쩍 넘겨 일하고 있는데도 계약직 신분 그대로인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내 계약이 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모른 채 통보를 받아들이는 순간, 되돌리기가 어려워집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는 "회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회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결정되는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2년 규칙의 정확한 의미, 계속근로기간을 세는 방법, 2년을 넘겨도 전환되지 않는 예외, 그리고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계약 종료를 다툴 수 있는 갱신기대권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2년 3개월째, 갑자기 받은 계약만료 통보
중소기업에서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2년 3개월째 같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갱신할 때마다 특별한 평가나 심사 없이 새 계약서에 서명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갑자기 "계약기간이 끝나니 다음 달까지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2년이 지났으니 이미 정규직 아닌가요? 아니면 계약직이니 그냥 나가야 하나요?
사례 ② 프로젝트 계약이라며 3년째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계약"이라고 적힌 근로계약서를 쓰고 3년째 근무 중입니다. 실제로는 프로젝트와 무관한 일반 사무·회계 업무를 계속하고 있고,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도 모호합니다. 회사는 예외에 해당해 2년이 지나도 계약직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결론부터 정리하면
- 2년을 초과해 사용되면 별도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그 순간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봅니다. 회사의 승인이나 발령은 필요 없습니다.
- 계약서에 붙은 "예외 사유" 문구는 실제 근무 실태와 맞아야 효력이 있습니다. 이름만 프로젝트 계약이면 예외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예외에 해당해 전환이 안 되더라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계약만료 통보에 다투려면 3개월이라는 기한이 있습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를 쓸 수 없습니다.
2년 규칙의 정확한 의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반복 갱신한 경우에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를 넘겨 사용하면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자동으로 전환됩니다. 회사가 "전환 발령"을 내지 않았다거나 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았다는 사정은 결론에 영향이 없습니다.
- 2년을 "초과"해야 합니다. 정확히 2년으로 끝나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전환 대상이 아닙니다. 회사들이 1년 11개월, 23개월로 계약을 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반복 갱신도 합산합니다. 3개월·6개월짜리 계약을 여러 번 이어 붙였다면 그 총합으로 판단합니다.
계속근로기간은 어떻게 세나
실무에서 다툼이 가장 많은 지점입니다. 회사가 "중간에 며칠 공백이 있었으니 근속이 끊겼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짧은 공백 — 계약 사이에 며칠에서 몇 주의 공백이 있어도, 그 공백의 경위(회사의 편의를 위한 형식적 단절인지), 업무의 동일성, 재채용의 관행 등을 종합해 계속근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자동으로 근속이 끊기지는 않습니다.
- 수습·시용기간 — 같은 사용자 아래에서 이어진 기간이라면 원칙적으로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됩니다.
- 소속 변경 — 영업양도·합병 등으로 사업이 포괄적으로 승계되면 종전 근로관계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름만 바꾼 계열사 전적이라면 계속근로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 4대보험 가입 여부는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미가입이어도 실제로 계속 일했다면 계속근로입니다.
2년을 넘겨도 전환되지 않는 예외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는 다음의 경우 2년을 초과해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 건설공사, 기한이 정해진 연구·프로젝트 등
-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생겨 복귀할 때까지 대체하는 경우 — 육아휴직 대체인력이 대표적입니다.
- 학업·직업훈련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 만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 박사학위 소지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 소지자, 변호사·공인회계사·의사 등 전문자격 소지자,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 등
다만 예외 여부는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실질로 판단합니다. 사례 ②처럼 "프로젝트 계약"이라고 적어 두고 실제로는 상시·지속적인 일반 업무를 시켰다면,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2년을 초과한 시점에 무기계약 전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대체 인력이었더라도 대체 대상자가 복직한 뒤에도 계속 근무했다면 그 이후 기간은 예외로 보기 어렵습니다.
고령자 예외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만 55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입니다. 판례는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또는 갱신)한 시점을 기준으로 봅니다. 54세에 입사해 2년을 넘긴 경우와, 56세에 입사한 경우의 결론이 달라집니다.
예외에 해당해도 끝이 아니다 — 갱신기대권
전환 규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계약 종료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취업규칙·인사규정에 갱신 요건과 절차가 정해져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업무의 내용, 계약이 갱신되어 온 실태, 근로자의 업무 수행 평가 등에 비추어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그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년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고령 근로자에게도 갱신기대권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갱신기대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는 다음이 활용됩니다.
- 계약이 형식적 서명만으로 여러 차례 자동 갱신되어 온 관행
- "결격사유가 없으면 갱신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재계약한다" 등 갱신 기준을 담은 규정·공고
- 채용 당시 장기 근무를 전제로 한 설명이나 안내 문구
- 같은 직군의 다른 계약직들이 계속 갱신되어 온 사례
- 업무가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정
무기계약직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가장 흔한 오해는 "무기계약 전환 =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라는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달라지는 것 — 계약기간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끝내려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사유와 절차를 갖춰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정년까지의 고용이 원칙이 됩니다.
- 당연히 달라지지는 않는 것 — 임금·수당·승진 체계는 원칙적으로 종전 근로조건이 유지됩니다. 자동으로 정규직 임금표가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는 일이 정규직과 같은데 임금·복리후생에 차이를 둔다면 별도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면 — 대응 순서
- 1. 통보 사실과 날짜를 남깁니다. 구두 통보라면 문자·메일로 "언제 어떤 통보를 받았는지" 확인을 요청해 기록을 만들어 둡니다. 3개월 기산점이 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 2. 서류를 모읍니다. 역대 근로계약서 전부, 갱신 이력, 채용공고, 취업규칙·인사규정, 업무 지시 기록, 실제 수행 업무를 보여주는 자료(업무분장표·결재 문서), 동료 계약직의 갱신 사례.
- 3. 쟁점을 정합니다. ① 이미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었는지(2년 초과·예외 부적용) ② 전환은 아니어도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 두 주장은 함께 제기할 수 있습니다.
- 4.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면 계약 종료(부당해고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합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대리인 없이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5.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다투게 됩니다.
차별 처우를 함께 다투는 방법
기간제 근로자는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나 상여금·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면,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기한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은 그 종료일)부터 6개월입니다. 명절 상여금, 식대, 복지포인트처럼 업무 내용과 무관한 항목에서 차이를 두는 경우가 자주 문제 됩니다.
사례별 판단
- 사례 ① — 총 계속근로가 2년을 넘었고 예외 사유가 보이지 않으므로, 2년을 초과한 시점에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번 "계약만료 통보"는 만료가 아니라 해고이므로, 정당한 사유와 절차가 없으면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통보일부터 3개월이 관건입니다.
- 사례 ② — 계약서 명칭과 실제 업무가 다르므로 예외 인정 여부부터 다투게 됩니다.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해 온 정황(업무분장, 결재 문서, 인수인계 내역)이 핵심 증거입니다.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3년간 반복 갱신된 관행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년을 채우기 직전에 계약이 끝났습니다. 다툴 수 없나요?
전환 규정으로는 다투기 어렵지만, 갱신기대권은 별개입니다. 갱신 관행이나 갱신 기준 규정이 있었다면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로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2년 도달을 회피할 목적으로 형식적 단절을 만든 사정이 있다면 계속근로를 주장할 여지도 있습니다.
Q. 퇴사 후 3개월 쉬었다가 같은 회사에 재입사했습니다. 기간이 합산되나요?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공백 기간의 길이만이 아니라 공백이 생긴 경위, 업무의 동일성, 재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회사 사정으로 잠시 쉬었다가 같은 자리로 돌아온 경우라면 합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계약서에 "갱신하지 않으며 기대권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 문구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갱신기대권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문구는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실제 갱신 관행과 업무의 지속성 등 전체 사정을 함께 봅니다. 반대로 그런 문구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실제로도 갱신 사례가 없었다면 기대권 인정이 어려워집니다.
Q.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는데 회사가 인정하지 않습니다.
전환은 법률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이루어지므로 회사의 인정 여부와 무관합니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회사가 계약 종료를 통보한 시점에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지위를 확인받는 방식으로 결론을 냅니다.
Q. 파견 근로자도 2년을 넘으면 정규직이 되나요?
파견은 기간제법이 아니라 파견법이 적용되며,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 의무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근거 법률과 상대방(파견업체인지 사용회사인지)이 달라지므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할 체크리스트
- 최초 입사일과 현재까지의 총 근무기간(공백 포함) 계산
- 역대 근로계약서 전부 확보 — 계약기간, 계약 명칭, 예외 사유 문구 확인
- 계약서에 적힌 업무와 실제로 한 업무가 같은지 대조
- 갱신 시 평가·심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형식적 서명뿐이었는지
- 취업규칙·인사규정에 재계약 기준 조항이 있는지
-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날짜(3개월 기산점) 기록
-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구제 절차 선택에 직결)
기간제 사건은 "2년을 넘겼는가"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고, 계약서 문구와 실제 근무 실태가 엇갈리는 지점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통보를 받은 뒤 3개월이라는 기한이 짧기 때문에, 서류부터 모아 노무사와 쟁점을 정리한 다음 신청서를 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노동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