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밤, 보일러 화면에 에러 표시가 뜨고 방바닥이 식어 갑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면 "이번 주 안에 사람 보낼게요"라는 답이 오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기사는 오지 않습니다. 겨우 통화가 되면 이번에는 "세입자가 험하게 써서 고장 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아옵니다. 그사이 세입자는 전기난로를 사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씻으며 버팁니다. 내 돈으로 먼저 고쳐도 되는지, 월세에서 빼도 되는지, 계속 미루면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글에서는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보일러·배관·결로처럼 다툼이 잦은 하자와 세입자가 부담하는 소모품의 경계가 어디인지 판례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이어서 분쟁에 대비해 수리 요청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 집주인이 미룰 때 직접 수리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절차와 청구 기한, 그리고 월세 감액·지급 거절과 계약 해지가 인정되는 요건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한겨울 보일러가 멈췄는데 열흘째 미뤄집니다
직장인 A씨는 2025년 9월 다세대주택 원룸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 2년 계약으로 입주했습니다. 2026년 1월 9일 밤 보일러가 난방과 온수를 모두 멈췄고, A씨는 다음 날 아침 집주인에게 전화로 알렸습니다. 집주인은 이번 주 안에 기사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1월 19일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참다못한 A씨가 직접 부른 기사는 설치된 지 15년 된 보일러의 열교환기가 부식돼 물이 새고 있고, 부품이 단종되어 본체를 교체해야 한다며 110만원의 견적을 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하자 집주인은 겨울 내내 세게 틀어서 망가진 것이니 절반을 부담하라고 합니다. A씨는 전기난로 두 대로 버티는 중이며, 직접 교체하고 월세에서 빼도 되는지 묻습니다.
사례 ② 작은방이 곰팡이로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B씨는 2025년 4월 아파트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90만원으로 입주했습니다. 그해 12월부터 북쪽 작은방 외벽 쪽 벽지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2026년 2월에는 검은 곰팡이가 벽면 전체로 번져 붙박이장 안의 옷가지까지 상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같은 라인의 다른 세대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환기를 하지 않아 생긴 생활 결로라며 수리를 거절하고, 계약서 특약에 "경미한 수선 및 소모품은 임차인 부담"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B씨는 그 방을 쓰지 못하는 만큼 월세를 줄여 달라고 하고 싶고, 그마저 안 되면 계약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보일러 본체·배관·구조적 결함은 원칙적으로 집주인 몫입니다. 민법상 임대인은 계약 기간 내내 집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지고, 고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정도의 하자라면 임대인이 수선해야 합니다.
- 세입자 몫은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수선과 소모품, 그리고 자기 과실로 생긴 파손입니다. 전구, 건전지, 샤워기 헤드 같은 소모품 교체나 사용 잘못으로 막힌 배수구가 대표적입니다.
- "수리는 임차인 부담" 특약이 있어도 대규모 수선까지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위를 명시하지 않은 수선의무 면제 특약은 통상의 소규모 수선에만 미치고, 기본적 설비의 교체나 대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봅니다.
- 집주인이 미루면 직접 고치고 수리비를 필요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비는 지출 즉시 상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집을 비워 준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므로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월세는 사용하지 못한 비율만큼만 줄이거나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일부만 불편한데 월세 전액을 끊으면 오히려 세입자가 차임 연체자가 되어 계약 해지 사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집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계약 해지도 가능합니다. 다만 상당한 기간을 정해 수리를 요구하고 그 기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어야 다툼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임대인 수선의무는 어디까지인가 — 판례의 기준
- 근거 조문 —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진다고 정합니다. 월세든, 등기 없이 보증금만 맡기는 일반적인 전세 계약이든 같습니다. 다만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전세권'은 민법 제309조에 따라 전세권자가 목적물의 현상을 유지하고 통상의 관리에 속한 수선을 하도록 되어 있어 구별해야 합니다.
- 판단 기준 — 대법원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파손이어서 사용·수익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없지만, 수선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진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 등).
- 함께 따지는 사정 — 목적물의 종류와 용도, 파손의 규모와 부위,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 수선이 쉬운지와 드는 비용, 계약 당시 집의 상태와 차임 액수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합니다.
-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 노후, 자연 마모, 건물 구조의 결함에서 비롯된 고장은 임대인 부담이 원칙입니다. 반면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생긴 파손은 세입자가 고쳐야 하고, 집주인이 고쳤다면 그 비용을 물어 줘야 할 수 있습니다.
- 새 집주인도 같은 의무를 집니다 — 대항력을 갖춘 주택 임차인에 대해서는 집을 산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므로, 집이 팔렸다고 수선의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례 ①에 이 기준을 대어 보면 결론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한겨울에 난방과 온수가 끊긴 주택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거주한다는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이고, 열교환기 부식과 부품 단종에 따른 본체 교체는 세입자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소한 수선이 아닙니다. 설치 15년이 지난 보일러라면 노후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주인의 "세게 틀어서 망가졌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A씨의 사용 방식이 통상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정이 드러나야 하는데, 겨울에 보일러를 많이 트는 것은 주택의 통상적인 사용입니다.
집주인 몫과 세입자 몫 — 보일러·배관·결로·소모품의 경계
- 보일러 — 본체 고장, 열교환기·순환펌프 같은 주요 부품 고장, 노후로 인한 교체는 임대인 부담입니다. 반면 세입자가 장기간 집을 비우며 전원을 꺼 두어 동파가 생긴 경우처럼 관리 소홀이 원인이라면 세입자 책임이 문제 됩니다.
- 배관·누수 — 벽체나 바닥 속 급수·난방 배관의 노후 누수, 방수층 불량은 임대인 부담입니다. 아파트 공용 배관이나 외벽처럼 공용부분에서 생긴 문제는 집주인이 관리주체와 협의해 해결할 몫이고, 세입자가 직접 상대할 일은 아닙니다.
- 결로·곰팡이 — 단열재 누락이나 방습 미비처럼 건물 구조에서 비롯된 결로는 임대인의 수선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환기를 거의 하지 않거나 실내에서 빨래를 상시 말리는 등 생활 습관이 주된 원인이라면 임대인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세입자 부담 소모품 — 전구와 형광등, 도어록 건전지, 샤워기 헤드와 호스, 수도꼭지 패킹, 사용 중 이물질로 막힌 변기·배수구 정리처럼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해결되는 것들입니다.
- 옵션 가전 — 계약에 포함된 에어컨·냉장고·세탁기가 자연 고장 났다면 집과 함께 빌려준 설비로 보아 임대인 부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세입자가 떨어뜨리거나 잘못 다뤄 망가진 경우는 예외입니다.
- 특약의 한계 — 수선의무 면제 특약은 유효하지만,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으면 통상 생기는 파손의 소규모 수선에만 미칩니다. 대파손의 수리, 건물 주요 구성부분의 대수선, 기본적 설비의 교체는 특약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사례 ②에서 집주인이 내세운 특약은 "경미한 수선 및 소모품"만 세입자에게 넘기고 있어, 외벽 쪽 결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단열·방습 공사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핵심 쟁점은 결로의 원인입니다. 대법원은 가구전시장으로 빌려준 건물 1층 바닥에 단열과 방습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구조상 하자 때문에 결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사안에서, 임차인이 여러 차례 해결을 요구한 이상 임대인은 습기의 원인을 조사하고 제습기나 공조시설을 설치해 주거나 바닥 공사를 하는 등 사용·수익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89883 판결). 상가 바닥 결로 사건이라 주택 외벽 결로와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수선의무의 판단 기준 자체는 주택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같은 판결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환기 조치나 제습기 설치를 하지 않은 사정이 있더라도, 이는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뿐 임대인의 책임 자체를 없애는 사유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라인 여러 세대에 비슷한 증상이 있다는 점은 생활 습관보다 구조 쪽 원인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므로, B씨는 관리사무소의 확인이나 전문업체의 점검 소견을 받아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리 요청은 기록으로 남깁니다 — 통지와 증거
- 세입자의 통지의무 — 민법 제634조에 따라 임차물에 수리가 필요하면 임차인은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알려야 합니다(임대인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예외). 알리지 않고 방치해 손해가 커지면 늘어난 부분은 세입자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 통지는 글로 남깁니다 — 전화로 먼저 알렸더라도 같은 날 문자나 메신저로 "몇 월 며칠부터 어떤 증상이 있다, 언제까지 수리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다시 보냅니다. 통화만 있으면 나중에 들은 적 없다는 말에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 증상을 날짜와 함께 찍어 둡니다 — 보일러 에러 화면, 실내 온도계, 누수 부위, 곰팡이가 번져 가는 모습을 날짜가 남는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악화되는 과정 자체가 증거가 됩니다.
- 고장 원인에 대한 전문가 소견 — 수리기사나 점검업체에 노후·부식·구조 결함인지, 사용 과실인지에 대한 소견을 작업확인서나 문자로 받아 둡니다. 누구 책임인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 기한을 정한 최고 — 첫 요청 후에도 미뤄지면 "몇 월 며칠까지 수리하지 않으면 직접 수리 후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보냅니다. 금액이 크거나 갈등이 깊다면 내용증명우편을 이용합니다.
사례 ①의 A씨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 여기입니다. 고장 다음 날 전화로 알렸을 뿐 문자 기록이 없어서, 집주인이 연락받은 시점을 부인하면 열흘 넘게 방치된 사실을 입증하기가 번거로워집니다. 지금이라도 "1월 10일 전화로 알린 보일러 고장 건"이라고 날짜를 특정해 문자로 다시 요청하고, 기사의 점검 소견과 견적서를 사진으로 함께 보내 두어야 합니다. 그 문자에 수리 기한과 직접 수리 의사를 적어 두면, 이후 비용 청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직접 고친 뒤 비용 청구하기 — 필요비 상환과 손해배상
- 필요비 상환청구 — 민법 제626조 제1항에 따라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면 임대인에게 곧바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해야 할 수선을 세입자가 대신했다면 그 수리비가 필요비에 해당합니다.
- 적정한 범위의 수리 — 기존 설비를 같은 수준으로 복구하는 비용이 기준입니다. 더 비싼 고급 사양으로 바꿨다면 차액은 청구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하면 견적을 두 곳 이상 받아 집주인에게 먼저 보여 줍니다.
- 증빙 정리 — 견적서, 영수증 또는 카드 결제 내역, 작업확인서, 교체 전후 사진, 철거한 부품 사진을 한 묶음으로 보관합니다.
- 청구 기한 —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의 상환청구는 임대인이 집을 반환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민법 제654조, 제617조). 이사 나간 뒤 한참 지나 청구하면 권리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 추가 손해의 배상 — 수리가 늦어져 생긴 손해, 예컨대 난방이 끊긴 기간의 임시 숙박비, 전열기 구입비와 늘어난 전기요금, 곰팡이로 못 쓰게 된 의류·가구는 수선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장과의 인과관계와 금액을 세입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 포기 특약 확인 — 비용상환청구권은 특약으로 미리 포기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계약서에 비용상환청구를 하지 않는다거나 원상복구 후 퇴거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다면 그 문구가 어디까지를 포기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합니다.
A씨라면 기한을 정한 서면 최고를 보낸 뒤에도 답이 없을 때 보일러를 교체하고, 110만원과 함께 전기난로 구입비 정도를 청구하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집주인이 절반을 부담하라고 버티면, 15년 노후와 열교환기 부식이라는 기사 소견이 A씨 쪽 근거가 됩니다. 받아 낼 방법으로는 다음 달 월세와의 상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 금전채권을 가진 상태라 법리상 상계 의사를 밝히고 그만큼 덜 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금액을 두고 다툼이 있으면 집주인이 이를 월세 연체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계를 하려면 상계 의사와 금액 산정 근거를 서면으로 먼저 보내고, 다툼이 클 때는 월세는 그대로 내면서 수리비를 따로 청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월세 감액·지급 거절과 계약 해지의 요건
- 사용하지 못한 비율만큼 감액 청구 — 민법 제627조 제1항은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때 그 부분의 비율에 따라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으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입니다.
- 지급 거절은 지장의 한도 안에서만 — 대법원은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목적물을 전혀 쓸 수 없으면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지만, 일부에만 지장이 있으면 그 지장의 한도 안에서만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 44785 판결).
- 과도한 거절의 위험 — 건물 임대차에서는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이르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40조). 정당한 범위를 넘어 끊은 월세는 연체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 잔존 부분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해지 — 사용할 수 없게 된 부분 때문에 나머지만으로는 임차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27조 제2항).
- 수선 지체를 이유로 한 해지 — 고치지 않으면 계약 목적대로 살 수 없을 정도의 하자인데, 상당한 기간을 정해 수리를 요구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해지 의사는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전달합니다.
- 분쟁조정 활용 —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주택의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선택지이지만, 조정은 양쪽이 받아들여야 성립하므로 집주인이 끝내 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사례 ②의 B씨는 방 세 개 중 하나를 쓰지 못하고 있으므로, 면적이나 효용 비율을 근거로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그 방이 전용면적의 5분의 1 정도라면 그 비율을 기준으로 월세 감액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다만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는데 B씨가 일방적으로 큰 폭으로 깎아 보내면 감액 비율 자체가 다툼거리가 되고, 법원이 인정한 비율을 넘는 부분은 연체로 남습니다. 따라서 감액 요구는 근거와 함께 서면으로 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조정이나 소송으로 비율을 확정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 해지는 한 방을 못 쓰는 것만으로 주거 목적 전체가 좌절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어 더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기한을 정한 수리 요구에도 집주인이 끝내 원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기록, 곰팡이가 다른 방으로 번지거나 가족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자료가 쌓일수록 해지가 정당화될 여지가 커집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집주인이 수리를 안 해 준다며 월세 전액을 끊는 것 — 일부만 불편한 상황이라면 지장의 한도를 넘는 부분이 연체로 계산되고, 2기분이 쌓이면 오히려 세입자가 해지당할 수 있습니다.
- 알리지 않고 먼저 고친 뒤 나중에 영수증만 내미는 것 — 고장 원인과 필요성을 다툴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반박을 받기 쉽고, 기존 부품이 사라져 노후 여부를 입증하기도 어려워집니다.
- 고친 김에 고급 사양으로 바꾸고 전액을 청구하는 것 — 원래 수준으로 복구하는 비용을 넘는 부분은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곰팡이나 누수를 몇 달씩 두었다가 이사할 때 한꺼번에 따지는 것 — 통지의무 위반으로 확대 손해가 세입자 책임이 될 수 있고, 원상복구 비용을 두고 거꾸로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 집주인 동의 없이 단열 공사처럼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하는 것 — 수선 범위를 넘는 변경으로 평가되면 비용을 받지 못하고 원상복구 의무까지 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주인이 연락을 아예 받지 않는데 그냥 고쳐도 되나요?
문자와 메신저로 증상과 수리 기한을 알렸는데도 응답이 없다면, 그 기록을 남긴 뒤 직접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겨울 난방 중단이나 계속되는 누수처럼 지체하면 피해가 커지는 경우라면 상당한 기간도 짧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리 전 사진과 기사 소견, 교체한 부품은 반드시 남겨 두어야 나중에 원인을 두고 다툴 때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수리비를 다음 달 월세에서 빼고 보내도 되나요?
필요비 상환채권과 월세 채무는 모두 금전채권이라 상계가 법리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집주인이 수리비 금액이나 책임 자체를 다투면, 뺀 금액을 두고 연체 논란이 생깁니다. 상계를 택한다면 상계 의사와 금액 근거를 미리 서면으로 보내고, 다툼이 클 때는 월세를 정상적으로 내면서 수리비를 별도로 청구하는 편이 계약 해지 위험을 피하는 길입니다.
Q. 이사 나갈 때 보증금 돌려받으면서 한꺼번에 정산하려고 합니다.
가능은 하지만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상환청구는 집주인이 집을 돌려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리 경위를 입증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수리를 마친 직후 영수증과 함께 서면으로 청구해 두고, 받지 못했다면 퇴거 시 보증금 정산 단계에서 다시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계약서에 "모든 수리는 임차인이 한다"고 적혀 있으면 보일러 교체도 제 몫인가요?
수선의무를 세입자에게 넘기는 특약 자체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특약은 통상의 소규모 수선에만 적용되고, 기본적 설비의 교체나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봅니다. 보일러 본체 교체는 기본적 설비의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특약 문구만으로 세입자 부담이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특약에 보일러 교체를 명시하고 그 대가로 월세를 낮추는 등 구체적으로 합의한 경우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 고장이나 하자를 발견하면 날짜가 남는 사진과 영상으로 증상을 기록합니다.
- 전화로 알렸더라도 같은 날 문자나 메신저로 증상, 발생일, 수리 희망 기한을 다시 보냅니다.
- 수리기사나 점검업체에 고장 원인이 노후·구조 결함인지 사용 과실인지 소견을 받아 둡니다.
- 견적서를 받아 집주인에게 전달하고, 기한 내 수리하지 않으면 직접 수리 후 청구하겠다고 서면으로 알립니다.
- 직접 수리했다면 영수증, 작업확인서, 교체 전후 사진을 묶어 곧바로 비용 상환을 청구합니다.
- 쓰지 못한 공간과 기간을 정리해 감액 요구는 근거와 함께 서면으로 하고, 월세를 일방적으로 끊지 않습니다.
- 합의가 되지 않으면 내용증명,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소액사건 절차 순으로 검토합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집을 살 만한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이고, 한겨울의 보일러 고장이나 구조적 결로는 그 의무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입자가 월세를 끊거나 마음대로 공사를 하면 정당한 권리가 오히려 약점으로 바뀝니다. 고장을 알린 날짜와 내용, 고장 원인에 대한 전문가 소견, 지출한 비용의 증빙이라는 세 가지 기록을 갖추고 절차의 순서를 지키면, 비용 청구든 감액이든 해지든 어느 길로 가더라도 설득력을 잃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수선의무의 범위와 감액 비율, 해지 가능 여부는 하자의 원인, 계약서 특약, 통지 경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