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 서류를 꺼내 보다가 주주명부에 낯선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여 년 전 발기인 수를 채우려 처남 이름을 빌렸거나, 지분율을 낮추려 직원 명의로 출자한 주식입니다. 당시엔 서류상 형식일 뿐이라 여겼지만, 회사가 커져 평가액이 수십억 원이 된 지금은 다릅니다. 대출 심사, 투자 실사, 세무조사 어디서든 주주명부가 열리는 순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가 따라붙습니다.
이 글은 주식 명의신탁의 세금 문제만 다룹니다. 첫째, 어떤 요건에서 증여로 의제되고 조세회피목적은 누가 입증하는지. 둘째, 2019년부터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에서 실제소유자로 바뀐 개정의 의미. 셋째, 세액과 가산세·부과제척기간. 넷째, 실명전환으로 차명주식을 정리하는 경로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 서류 정합성입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발기인 수를 채우려 빌린 이름, 28년 뒤
1998년 자동차 부품 제조 법인을 세우며 상법상 발기인 요건을 채우려 처남 명의로 6,000주(액면 5,000원, 3,000만 원)를 등재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 현재 연 매출 90억 원, 그 지분 30%의 평가액은 약 12억 원입니다. 최근 처남이 이혼 소송에 들어가자 상대방이 이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이라 주장합니다.
사례 ② 배당과 지분율을 가리려 쓴 직원 명의
2019년 4월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대표가 배당소득 종합과세와 과점주주 부담을 피하려 후배 직원 명의로 2억 원 상당 지분 25%를 출자·등재했습니다. 2026년 투자 유치 실사에서 걸렸는데, 그 직원은 명의만 빌려주었다는 확인서 작성을 거부합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주식은 상증세법 제45조의2에 따라 명의개서일에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됩니다. 돈이 오가지 않아도 과세됩니다.
- 빠져나갈 문은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점 하나인데, 입증책임은 납세자 측에 있습니다.
- 2018년 12월 31일 개정으로 2019년 1월 1일 이후 증여의제분부터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에서 실제소유자로 변경되었습니다. 사례 ①과 ②는 여기서 갈립니다.
-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증여재산공제가 없는 합산배제증여재산이라 가족 간 공제로 줄일 수 없습니다.
- 세율은 10%에서 50%의 누진구조이고, 신고와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납부지연가산세가 하루씩 쌓입니다. 신고불성실가산세까지 붙는지는 명의신탁 증여의제에서 따로 따져 봐야 할 쟁점입니다.
어떤 경우에 증여로 의제되는가
- 대상 재산 — 등기·등록·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입니다. 토지·건물은 제외라 부동산은 부동산실명법 영역이고, 실무의 쟁점은 주식·출자지분입니다.
- 실제소유자와 명의자의 불일치 — 주금 납입 자금 출처, 배당금 귀속, 의결권 행사 주체로 판단합니다. 명의자 모르게 도용된 경우는 제외되나, 이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 조세회피목적 — 없으면 과세하지 않습니다. 단 조세와 무관한 뚜렷한 목적과 장래 회피될 조세도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 증여의제 시기 — 원칙은 명의개서일, 취득 후 명의개서를 하지 않으면 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입니다.
사례 ①처럼 발기인 수를 채우려 했다는 사정은 조세회피가 아닌 목적으로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면책되지 않고, 배당이 실제로 처남에게 귀속된 적이 있는지, 그로 인해 종합소득세나 과점주주 취득세가 줄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사례 ②는 배당 분산과 지분율 관리라는 동기가 정황에 남아 다투기 어렵습니다.
2019년부터 세금을 내는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 2018년 12월 31일 이전 분 — 납세의무자는 명의수탁자, 실제소유자는 연대납세의무자였습니다. 이름만 빌려준 사람에게 고지서가 먼저 갔습니다.
- 2019년 1월 1일 이후 분 — 상증세법 제4조의2에 따라 실제소유자가 직접 납세의무자입니다.
- 물적납세의무 — 실제소유자의 다른 재산으로 증여세를 다 걷지 못하면 명의신탁된 주식 자체에서 징수할 수 있어 명의자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 중복과세 제한 — 판례는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각대금으로 같은 사람 명의 주식을 다시 취득한 경우 거듭 증여의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 자금 흐름의 연결은 납세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사례 ②는 2019년 4월 명의개서분이라 대표 본인이 납세의무자입니다. 사례 ①의 1998년 분은 부과제척기간이 지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은 원칙 10년, 무신고나 부정행위가 있으면 15년입니다. 여기에 더해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로서 재산가액이 일정 규모(현행 50억 원)를 넘는 등 법정 요건에 해당하면, 과세관청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내에 부과할 수 있는 특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 특례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례 ①의 관건은 지금의 실명전환이 새 증여나 양도로 잡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세액 계산과 가산세, 그리고 시간
- 과세표준 — 명의개서일 현재 주식 평가액입니다. 비상장주식은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순손익가치·순자산가치의 가중평균)으로 계산합니다.
- 세율 —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에서 30억 원 초과 50%에 이르는 누진세율입니다. 상속·증여세율은 개편 논의가 반복되어 온 영역이므로, 세율과 누진공제액은 반드시 신고 시점의 세율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신고기한 — 증여의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 신고불성실가산세 — 일반 증여세의 무신고가산세는 원칙적으로 일반 20%, 부정행위 40%입니다. 다만 명의신탁 증여의제분에 신고의무와 무신고가산세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별도의 배제 규정과 해석상 다툼이 있는 영역이므로, 실제 부과 여부는 명의개서 시기와 사안에 따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납부지연가산세 — 미납세액에 하루 단위 이자 성격의 가산세가 붙습니다. 현재 1일 10만분의 22 수준이나 적용 시점의 시행령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②는 평가액 2억 원에 공제 없이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이 3,000만 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7년 넘게 쌓인 납부지연가산세만 더해도 부담은 본세의 1.5배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방치할수록 가산세가 자라는 구조입니다.
차명주식을 정리하는 실제 경로
-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 — 국세청의 간소화 절차로, 발행법인이 2001년 7월 23일 이전 설립, 실명전환일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 중소기업, 실제소유자와 명의수탁자가 모두 설립 당시 발기인일 것이 기본 요건입니다. 실명전환 주식가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별도 심의 절차를 거치는 등 세부 기준이 바뀌어 왔으므로, 신청 전에 관할 세무서나 국세청 안내로 최신 요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 유상 양수도 — 실제 매매로 정리하며 명의자에게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발생합니다. 계약서와 대금 이체 내역이 실재해야 합니다.
- 증여 — 명의자에게서 증여받는 형식으로, 정상적인 증여세가 별도 과세됩니다.
- 주주권 확인 소송·조정 — 명의자가 협조하지 않을 때의 수단으로, 확정 판결문은 유력한 입증 자료입니다.
- 서류 정합성 — 어떤 경로든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법인세 신고 시 첨부),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사록이 하나의 사실관계로 맞아야 합니다. 미제출·누락·불분명 제출은 해당 주식 액면금액의 1%가 가산세입니다.
사례 ①은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있어 확인제도를 먼저 검토할 만합니다. 다만 국세청 안내대로 실제소유자로 인정되어도 당초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와 배당에 따른 종합소득세는 별도로 발생할 수 있고, 인정되지 않으면 거래 형태에 따라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주주명부만 조용히 고쳐 두는 것 — 과거 제출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와 어긋나 오히려 조작 정황이 됩니다.
- 소급 날짜의 매매계약서나 차용증을 만드는 것 — 대금 이체 내역이 없으면 부정행위로 평가되어 부과제척기간이 길어지고 가산세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 명의자가 고령인데 미루는 것 — 사망하면 그 주식이 상속재산 신고 대상이 되고 상속인 전원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 배당금을 명의자 계좌로 받은 뒤 실제소유자가 인출해 쓰는 것 — 조세회피목적을 스스로 증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 사례 ②처럼 분쟁이 터진 뒤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 — 협상력이 이미 명의자에게 넘어간 상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로 돈을 준 적이 없는데 왜 증여세가 나오나요?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제 증여 여부를 묻지 않습니다.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명의를 빌린 사실 자체를 증여로 의제하므로, 대가 관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과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Q. 이름만 빌려준 사람도 세금을 내야 하나요?
2019년 1월 1일 이후 분은 실제소유자가 납세의무자여서 명의자에게 고지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소유자 재산으로 징수되지 않으면 그 주식에서 징수될 수 있고, 이전 분은 명의자가 납세의무자였습니다.
Q.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요?
발기인 수 요건이나 인허가·입찰 자격처럼 조세와 무관한 뚜렷한 이유를 객관적 자료로 제시하고, 실제로 회피된 조세가 없었음을 함께 보여야 합니다. 다만 부수적이고 사소한 조세경감만 생긴 경우까지 곧바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사안별로 판단이 갈리므로, 개별 사실관계에 맞춘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오래전 명의신탁이면 그냥 두어도 되나요?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증여세 부과가 어려워졌더라도 주식은 여전히 남의 이름입니다. 상속·이혼·압류 상황에서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그대로이고, 정리 방식에 따라 새로운 세금이 발생합니다.
체크리스트
- 법인 설립일, 설립 당시 발기인 명단, 정관과 최초 주주명부를 확보합니다.
- 과거 법인세 신고서에 첨부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연도별로 출력해 변동 이력을 재구성합니다.
- 주금 납입 계좌, 증자 대금 이체, 배당금 입출금 내역으로 실제 자금 출처를 정리합니다.
- 건별 명의개서일을 특정해 2019년 1월 1일 전후 어느 쪽인지,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는지 봅니다.
- 명의개서일 기준 비상장주식 평가액을 산정해 예상 증여세와 가산세를 미리 계산합니다.
- 확인제도 요건 충족 여부를 보고, 미충족이면 유상 양수도와 증여 중 세부담이 낮은 쪽을 고릅니다.
- 실명전환 후 지분율 변동으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가 생기는지 지방세까지 점검합니다.
차명주식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회사 가치가 오를수록 평가액이 커지고, 명의자의 사망이나 이혼처럼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이 정리 비용을 몇 배로 키웁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명의개서 시기와 입증 자료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정리 방식을 정하기 전에 반드시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