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홈택스 신고 화면에서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라는 안내를 그대로 넘겼다가, 마지막 세액 확인 단계에서 화면을 다시 올려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데 세금은 두 배 가까이 늘어 있고, 실제로 지출한 재료비와 월세는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은 채 '경비율'이라는 비율 하나로 소득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을 때 세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집중합니다. 먼저 단순경비율과 기준경비율을 가르는 직전연도 수입금액 기준을 업종별로 정리하고, 기준경비율에서 반드시 필요한 주요경비(매입비용·임차료·인건비) 증빙 요건, 무기장가산세 20%와 추계신고로 함께 잃는 항목들, 마지막으로 신규사업자·소규모사업자 예외가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매입 증빙만 갖춘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2024년 수입금액 8,200만원, 2025년 수입금액 1억 4,000만원을 올렸지만 장부는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2026년 5월 신고 때 매입 세금계산서 9,000만원어치는 챙겼으나, 창고 겸 사무실 임차료 연 1,200만원은 계약서와 이체 내역만 있고 세금계산서도 영수증도 받아두지 않았으며, 아르바이트 인건비 1,800만원은 원천징수와 지급명세서 제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례 ② 개업 첫해를 넘긴 프리랜서 디자이너
B씨는 2025년 3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디자인 용역으로 그해 5,800만원의 수입금액을 올렸습니다. 장부는 없었지만 신규사업자로 단순경비율이 적용되어 세 부담이 크지 않았고 가산세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2026년입니다. 매출은 비슷한데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5,800만원이라는 이유로 다음 신고에서 처지가 달라집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추계 방식은 본인이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정합니다. 단순경비율 대상은 가군 6,000만원·나군 3,600만원·다군 2,400만원 미만입니다.
- 이 기준을 넘으면 기준경비율이 적용되고, 주요경비(매입비용·임차료·인건비)는 증빙으로 입증한 금액만 경비로 인정됩니다.
- 기준경비율 소득금액은 수입금액 - 주요경비 - (수입금액 × 기준경비율)입니다. 이 금액이 단순경비율로 계산한 소득금액에 배율(간편장부대상자 2.8배, 복식부기의무자 3.4배)을 곱한 금액을 넘으면, 그 배율 금액을 소득금액으로 할 수 있습니다.
- 장부 없이 추계로 신고하면 무기장가산세가 붙습니다. 산출세액 × (무기장 소득금액 ÷ 종합소득금액) × 20%입니다.
- 다만 신규사업자와 직전연도 수입금액 4,800만원 미만인 소규모사업자 등은 무기장가산세가 면제됩니다.
- 복식부기의무자가 추계로 신고하면 무신고로 취급되어 기준경비율도 2분의 1만 적용되고, 무신고가산세와 무기장가산세 중 큰 금액을 부담합니다.
단순경비율과 기준경비율,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가릅니다
- 가군 — 농림어업, 광업, 도소매업, 부동산매매업 등. 6,000만원 미만이면 단순경비율, 3억원 이상이면 복식부기의무자입니다.
- 나군 —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운수·창고업, 정보통신업, 금융·보험업 등. 3,600만원 미만이면 단순경비율, 1억 5,000만원 이상이면 복식부기의무자입니다.
- 다군 — 부동산임대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교육·보건업, 개인서비스업 등. 2,400만원 미만이면 단순경비율, 7,500만원 이상이면 복식부기의무자입니다.
- 전문직사업자 — 변호사·세무사·회계사·의료업 등은 수입금액과 무관하게 복식부기의무자이며 단순경비율이 배제됩니다.
사례 ①의 A씨는 도소매업이므로 가군입니다. 직전연도인 2024년 수입금액 8,200만원이 6,000만원을 넘었으니 2025년 귀속 신고에서는 기준경비율이 적용되고, 3억원 미만이라 기장의무는 간편장부대상자입니다. 당해연도 매출이 아무리 커도 직전연도가 기준 미만이면 단순경비율이 유지되고, 반대로 올해 매출이 급감했더라도 직전연도가 기준을 넘겼다면 기준경비율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준경비율에서는 주요경비 증빙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 매입비용 — 상품·재료 등 재화의 매입액(사업용 고정자산의 매입은 제외)과 외주가공비, 운송업의 운반비입니다. 일반 수수료나 인적용역 대가, 접대·음식 대금 등은 매입비용이 아닙니다.
- 임차료 — 사업에 직접 사용한 건축물·기계장치 등 고정자산의 임차료입니다. 임차보증금 자체는 임차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증빙 원칙 — 매입비용과 임차료는 세금계산서·계산서·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 등 정규증빙 수취가 원칙이고, 간이영수증 등 정규증빙이 아닌 서류를 받은 경우에는 주요경비지출명세서를 제출해야 인정됩니다.
- 인건비 — 종업원 급여·임금·일용노무비·퇴직급여이며, 원천징수영수증 또는 지급명세서를 제출하고 지급 사실을 입증해야 인정됩니다.
- 보관 의무 — 주요경비 증명서류는 신고기한이 지난 날부터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사례 ①에 대입해 봅니다. 매입 세금계산서 9,000만원은 주요경비로 인정되지만, 정규증빙도 없고 주요경비지출명세서로 대체할 영수증조차 없는 임차료 1,200만원과 원천징수·지급명세서를 누락한 인건비 1,800만원 합계 3,000만원은 빠집니다. 실제로 나간 돈인데 증빙이 없다는 이유로 소득금액이 3,000만원 늘고 거기에 누진세율이 곱해집니다. 임대인이 발행을 꺼렸다거나 아르바이트생이 신고를 원치 않았다는 사정은 인정 사유가 아닙니다. 나머지 경비는 수입금액에 업종별 기준경비율을 곱한 금액으로만 인정되며, 이 비율은 업종코드마다 다르므로 홈택스에서 직접 조회해야 합니다.
무기장가산세 20%, 그리고 함께 잃는 것들
- 무기장가산세 — 소득세법 제81조의5의 장부의 기록·보관 불성실 가산세로, 산출세액 × (무기장 소득금액 ÷ 종합소득금액) × 20%입니다.
- 복식부기의무자의 추계신고 — 신고서를 냈어도 무신고로 봅니다. 무신고가산세(무신고 납부세액의 20%와 수입금액의 0.07% 중 큰 금액)와 무기장가산세 중 큰 금액을 부담합니다.
- 이월결손금 공제 배제 — 추계로 신고하면 과거 결손금을 끌어와 공제받을 수 없습니다.
- 감가상각비 — 추계 기간에도 상각한 것으로 보므로(의제상각) 이후 장부신고 시 인정받을 금액이 줄어듭니다.
- 기장세액공제 상실 — 간편장부대상자가 복식부기로 기장·신고하면 해당 사업소득에 대응하는 산출세액의 20%(100만원 한도)를 공제받지만, 추계신고에서는 사라집니다.
- 세액감면 배제 — 복식부기의무자가 추계로 신고하면 무신고로 보아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이 배제됩니다. 간편장부대상자라도 조세특례제한법 제128조가 열거한 공제·감면은 추계신고 시 적용되지 않으므로, 감면을 받고 있다면 신고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산세율만 보면 20%지만 실질적인 손해는 그 아래 항목에서 커집니다. 특히 이월결손금 공제 배제는 개업 초기 적자를 낸 사업자에게 뼈아픕니다. 첫해와 둘째 해에 결손이 났는데 셋째 해를 추계로 신고하면 앞선 손실은 통째로 사라집니다.
신규사업자·소규모사업자 예외는 한시적입니다
- 신규사업자의 단순경비율 —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없으므로 당해연도 수입금액으로 판정하며, 가군 3억원·나군 1억 5,000만원·다군 7,500만원 미만이면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무기장가산세 면제 — 해당 연도에 신규 개업한 사업자, 직전연도 수입금액 4,800만원 미만인 소규모사업자, 연말정산되는 사업소득만 있는 자 등입니다.
- 전문직은 예외 없음 — 신규 개업이라도 전문직사업자는 단순경비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례 ②의 B씨가 여기 해당합니다. 2025년은 개업 첫해이고 수입금액 5,800만원이 다군 기준 7,500만원 미만이어서 단순경비율이 적용되었고, 신규사업자라 무기장가산세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귀속 신고에서는 직전연도 수입금액 5,800만원이 다군 기준 2,400만원을 크게 넘어 기준경비율 대상이 되고, 4,800만원도 넘으므로 가산세 면제까지 사라집니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계산 방식이 바뀌며 세 부담이 급증하고, 인건비나 매입이 거의 없는 프리랜서 업종은 뺄 주요경비가 적어 충격이 더 큽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증빙 없는 지출을 주요경비에 임의로 올리는 경우. 사후 검증에서 부인되면 본세에 과소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더해집니다.
- 인건비를 인정받으려고 지급하지 않은 급여를 지급명세서에 올리는 경우. 가산세를 넘어 조세범 처벌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 기준경비율 대상인데 단순경비율로 신고해 두고 연락이 없기를 기다리는 경우. 경비율 판정 자료는 과세관청이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 세액이 크다는 이유로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붙어 추계신고보다 훨씬 불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추계로 신고했는데 실제 경비가 훨씬 많았습니다. 되돌릴 수 있나요?
증빙과 거래 자료로 장부를 소급 작성해 소득금액이 줄어든다면 경정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5년 이내가 원칙이며, 증빙 없이 금액만 주장하는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 임차료 세금계산서를 못 받았는데 계좌이체 내역만으로 인정되나요?
정규증빙 수취가 원칙이라 계약서와 이체 내역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간이영수증 등 정규증빙이 아닌 서류를 받아 둔 경우에는 주요경비지출명세서를 제출해 인정받는 길이 있으므로, 본인 거래가 그 범위인지 신고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인에게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Q. 수입금액이 4,800만원 미만이면 장부를 안 써도 문제가 없나요?
무기장가산세가 면제될 뿐 추계로 계산된 소득금액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실제 경비가 경비율보다 큰 업종이라면 가산세가 없어도 세금은 더 낼 수 있습니다.
Q. 복식부기의무자인데 장부를 못 만들었다면 추계신고라도 하는 게 낫습니까?
무신고보다는 낫습니다. 다만 복식부기의무자의 추계신고는 무신고로 취급되어 기준경비율이 절반만 적용되고 가산세도 무겁습니다. 기한이 지났더라도 장부를 완성해 수정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체크리스트
- 홈택스에서 직전연도 수입금액과 본인의 기장의무·경비율 적용 구분을 먼저 조회합니다.
- 업종코드를 확인한 뒤 해당 코드의 기준경비율·단순경비율을 조회합니다.
- 매입 세금계산서·계산서·신용카드전표·현금영수증을 거래처별로 모아 매입비용 합계를 산출합니다.
- 임차료는 계약서와 함께 정규증빙 수취 여부를 확인하고, 간이영수증만 있다면 주요경비지출명세서 제출 대상인지 점검합니다.
- 인건비는 원천징수 이행 여부와 지급명세서 제출 여부를 점검합니다.
- 기준경비율 계산액과 단순경비율 소득금액에 배율(2.8배 또는 3.4배)을 곱한 금액을 모두 구해 낮은 쪽을 확인합니다.
- 받고 있는 세액감면이 있다면 추계신고로 배제되는지 신고 전에 확인합니다.
- 주요경비 증빙을 5년간 보관하고, 올해부터는 간편장부라도 매월 정리해 다음 신고에서 추계를 벗어날 준비를 합니다.
추계신고는 장부 없는 사업자를 위한 구제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증빙을 갖춘 사업자보다 불리하게 설계된 방식입니다. 세금이 예상보다 많았다면 원인은 대개 매출이 아니라 증빙에 있습니다. 남은 하반기에 매입·임차료·인건비 증빙 체계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다음 신고 결과는 달라집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업종별 경비율 수치와 기장의무 판정 기준은 귀속연도와 업종코드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고 시점의 최신 자료로 확인하셔야 하며, 신고 방식 선택은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