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팀장이 회의실로 불러 서류 한 장을 내밉니다. "성과향상프로그램(PIP) 대상자 통보서"라는 제목 아래 앞으로 3개월간 달성해야 할 목표와 매주 제출할 보고 양식이 적혀 있고, 마지막 줄에는 "프로그램 종료 후 결과에 따라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회사는 개선을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지만 받아 든 사람은 사실상 퇴출 예고로 읽습니다. 서명을 해야 하는지, 목표가 터무니없어도 따라야 하는지, 결과가 나쁘면 정말 해고될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지점에서 상담이 시작됩니다.
이 글에서는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통상해고)가 법원에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을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는지, 부진이 상당한 기간 최소한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는지, 회사가 교육과 직무 재배치 같은 개선 기회를 주었는지, 그럼에도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인지가 어떻게 판단되는지 살펴보고, PIP가 갖는 의미와 해고 절차, 그리고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자 지금 남겨 두어야 할 기록을 순서대로 짚습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거래처를 넘긴 뒤 매출 130%를 요구받은 PIP
상시 근로자 120명 규모의 의류 유통회사 영업팀 과장 A씨는 2017년에 입사해 2023년과 2024년 연간 평가에서 모두 B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팀별로 D등급을 10%씩 반드시 배분하는 상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2025년 평가에서 처음 D등급을 받았고, 2026년 8월 18일 PIP 대상자 통보를 받았습니다. 기간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3개월, 목표는 매월 신규 거래처 4곳 확보와 담당 매출 전년 동월 대비 130% 달성입니다. 같은 날 회사는 A씨가 맡던 주력 거래처 3곳, 매출 비중으로 약 40%를 후배에게 넘겼고, 매일 오후 6시에 별도의 업무보고 메일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교육이나 코칭 일정은 따로 없었고, 팀장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거취를 정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사례 ② 2년째 최하위인 직원을 내보내려는 대표
B씨는 상시 근로자 38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운영합니다. 입사 4년차 개발자 한 명이 2024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반기 평가에서 네 번 연속 최하위를 받았고, 2025년 한 해에만 맡은 기능의 일정이 11차례 지연됐으며 장애를 일으킨 배포도 3건 있었습니다. 2025년 10월에 구두로 경고한 적은 있지만, 평가는 팀장 한 명이 5점 척도로 매기는 방식이었고 평가 항목을 정리한 문서도, 결과를 본인에게 알리는 절차도 없었습니다. 교육이나 다른 직무로의 배치를 검토한 적도 없습니다. B씨는 취업규칙에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라는 해고 사유가 있으니 이달 말 해고통지서를 보내면 되는지 물어 왔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취업규칙에 해고 사유가 적혀 있어도 정당한 이유는 따로 필요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대법원은 취업규칙상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는 해고가 정당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 저성과 해고의 문턱은 높습니다. 공정한 평가를 전제로, 부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최소한의 기대에도 못 미치고 개선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려워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합니다.
- 교육·직무 재배치 같은 개선 기회를 주었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입니다. PIP는 법이 정한 절차는 아니지만, 제대로 설계·운영되었다면 회사가 개선 기회를 주었다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실패를 예정한 형식적 PIP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 근로자의 태도도 함께 평가됩니다. 개선 계획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과제에 응하지 않은 사정은 개선 의지가 없다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PIP에 이의가 있더라도 참여하면서 서면으로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 사유가 있어도 절차를 어기면 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해고 사유와 시기를 적은 서면 통지가 필요하고,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 취업규칙이 정한 절차도 지켜야 합니다.
- 다툼은 결국 기록으로 결정됩니다. 해고의 정당성은 사용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평가 기준과 목표 설정, 업무 변경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누가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법원이 저성과 해고를 인정하는 기준
- 평가의 공정성·객관성 — 회사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 자체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 상대적 하위가 아니라 최소한의 미달 — 다른 직원보다 점수가 낮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직무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해야 합니다. 상대평가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최하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 상당한 기간 — 한두 번의 낮은 평가가 아니라 부진이 일정 기간 이어졌어야 합니다. 몇 년이라는 고정된 기준은 없고, 직무와 직급, 성과가 드러나는 주기에 따라 판단됩니다.
- 개선 가능성의 부재 — 교육과 전환배치 등 개선 기회를 받은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는지, 근로자가 나아지려는 태도를 보였는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 종합 판단 —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요구되는 성과와 전문성의 정도, 부진의 정도와 기간, 개선 기회 부여 여부와 그 이후의 변화,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을 모두 놓고 판단합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에서 정리된 것으로, 이후의 판결들도 같은 문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된 사정을 보면 문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해고된 직원들은 수년간의 인사평가에서 과장급 이상 3,859명 가운데 거의 맨 끝 순위였고, 여러 차례 직무경고를 받았으며, 회사는 10개월간 직무교육을 실시한 뒤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습니다. 재배치 후의 다면평가에서도 업무 역량 부족이 지적됐고, 일부는 그 전부터 업무향상계획서 제출을 거부해 왔습니다. 장기간의 부진, 실질적인 개선 기회, 개선 의지의 부족이 모두 갖춰진 사안이었습니다.
사례 ①의 A씨는 이 기준과 거리가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B등급이었고 D등급은 강제배분이 도입된 첫해의 한 번뿐입니다. 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다251486 판결은 직전까지 A·B등급을 받다가 한 차례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같은 시기 처음 실시된 다면평가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은 뒤 조직 개편과 맞물려 대기발령되고, 대기 중 부여된 과제와 테스트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아 3개월간 보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대기발령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부진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와 개선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반면 사례 ②의 직원은 네 번 연속 최하위에 일정 지연과 장애 기록까지 있어 '기간'과 '정도'의 요소는 상당 부분 갖추었을 수 있지만, 개선 기회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약점입니다.
평가는 어떻게 해야 공정하다고 인정되는가
- 기준의 사전 공개 — 평가 항목과 기준이 미리 정해져 직원들에게 알려져 있어야 합니다. 평가가 끝난 뒤 만든 기준이나 평가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기준은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복수 평가와 단계 검토 — 1차 평가자 한 명이 결과를 정하는 구조보다 본인평가, 1차, 2차, 최종 평가처럼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구조가 자의성을 줄입니다.
- 이의제기 절차 — 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알리고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며 실제로 안내되었는지가 공정성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 상대평가의 한계 — 상대평가나 등급 강제배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만 보여 줍니다. 해고의 근거로 삼으려면 최소한에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료가 따로 필요합니다.
- 평가에 영향을 준 외부 사정 — 담당 업무나 거래처가 바뀌었는지, 인력과 예산이 줄었는지, 휴직이나 질병 같은 사정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2018다253680 판결에서 평가의 공정성이 인정된 근거는 회사가 평가 기준과 항목을 공개했고, 이의제기 절차를 정비해 직원들에게 안내했으며, 3명의 평가권자가 단계적으로 등급을 정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대평가 방식이었지만 평가자가 개인 사정을 감안해 최저 등급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두어 그 불합리성을 보완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사례 ②의 B씨 회사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없습니다. 팀장 한 명이 기준 문서 없이 점수를 매겼고 결과를 알리지도 않았으니, 해당 직원이 "평가가 자의적이었다"고 주장하면 회사가 반박할 자료가 부족합니다. 다행히 일정 지연 횟수와 장애 기록처럼 평가자의 주관과 무관한 데이터가 남아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평가 체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례 ①에서는 평가자의 재량 없이 D등급 10%가 반드시 나오는 강제배분 구조였다는 점, 그리고 PIP 시작과 동시에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거래처가 이관되었다는 점이 평가와 목표의 공정성을 다툴 핵심 사정이 됩니다.
PIP·교육·직무 재배치는 무엇을 위한 절차인가
- 법정 절차는 아니지만 핵심 증거입니다 — 근로기준법에 PIP라는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이 '개선 기회를 주었는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자료가 PIP와 교육, 재배치의 내용과 그 결과입니다.
- 목표는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해야 합니다 — 측정 가능한 지표, 같은 직무 동료들의 평균 수준을 고려한 목표치,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권한이 함께 주어져야 합니다.
- 지원과 피드백이 있어야 합니다 — 교육, 멘토 지정, 정기 면담과 중간 피드백이 없는 PIP는 감시와 기록 수집에 그쳐 개선 기회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 기간은 직무의 성과 주기에 맞아야 합니다 — 법이 정한 기간은 없지만, 성과가 나타날 시간조차 주지 않는 짧은 PIP는 형식에 가깝습니다.
- 재배치는 필수 요건이 아니라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은 11년간 하위 등급을 받고 7차례 PIP를 거쳤으며 그사이 근무성적 불량으로 정직 징계를 세 차례 받은 직원의 해고 사건에서, 회사가 전환배치를 위한 면담을 했으나 본인이 기존 부서 잔류를 원해 그 뜻을 존중한 사정을 들어, 배치전환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전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개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고용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해고가 정당해진다고 본 원심의 전제도 잘못이라고 보고, 해고를 부당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10년 넘는 부진과 반복된 개선 기회가 전제된 사안이므로, 재배치 검토를 생략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 대기발령 후 자동 해고 조항도 같은 기준입니다 —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 보직을 받지 못하면 해고한다"는 규정에 따른 해고에도 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2018다251486 판결). 대기 기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해고가 정당해지지 않습니다.
사례 ①의 PIP에는 개선 기회로 보기 어려운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거래처를 넘긴 상태에서 전년 대비 130%를 요구하는 것은 목표의 달성 가능성 자체가 의심되고, 교육이나 코칭 없이 매일의 보고만 추가되었습니다. 그렇다고 A씨가 과제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원은 개선 의지와 태도를 함께 보므로, A씨는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목표 설정과 거래처 이관의 문제를 서면으로 제기해 두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재배치 제안을 받는다면 거절하기 전에 그 이력이 나중에 어떻게 해석될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례 ②의 B씨에게는 해고통지서보다 제대로 된 PIP가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일정 준수율, 코드 리뷰 반려 횟수, 장애 건수처럼 측정 가능한 지표를 정해 서면으로 알리고, 시니어 개발자를 멘토로 지정해 월 단위로 피드백 면담을 하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주는 방식입니다. 유지보수나 테스트처럼 맞을 수 있는 다른 직무로의 배치도 검토하고, 제안했다면 그 내용과 본인의 답변을 남겨야 합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쌓여야 비로소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해고 절차와 다투는 방법
- 서면 통지 —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구두로만 통보한 해고는 사유의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효력이 없습니다. 해고예고를 서면으로 하면서 해고사유와 시기를 함께 적었다면 서면 통지를 한 것으로 봅니다. 사유는 "근무성적 불량"처럼 추상적으로 적기보다 어떤 평가와 사실에 근거했는지 특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해고예고 —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예고하지 않았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예외입니다. 해고예고를 지켰다고 해서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징계 절차와의 관계 — 저성과 해고는 보통 징계가 아닌 통상해고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같은 사유가 취업규칙에 징계해고 사유로도 적혀 있다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통상해고 형식을 택하더라도,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해고가 당연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 절차(징계위원회 의결, 소명 기회 부여 등)를 부가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2021두33470 판결). 이 사건의 회사도 징계위원회 세칙을 준용한 절차를 거친 뒤 통상해고를 했습니다.
- 구제신청 기한 —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노동위원회와 별도로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낼 수도 있고, 부당해고로 인정되었지만 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 이상을 금품으로 받는 구제명령도 가능합니다.
- 소규모 사업장 —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의 금지(제23조 제1항), 서면 통지(제27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제28조)이 현재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고예고(제26조)는 적용됩니다.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법령이 바뀐 것은 아니므로, 다툼이 생긴 시점의 법령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②의 B씨 회사는 상시 38명이므로 위 규정이 모두 적용됩니다. 지금 상태에서 해고통지서를 보내면 평가의 공정성과 개선 기회 부여라는 두 축에서 모두 다툼의 여지가 크고,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복직과 함께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하며,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최초 구제명령일을 기준으로 매년 2회까지, 최대 2년 동안 반복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에 같은 사유가 징계해고 사유로도 들어 있는지도 해고를 결정하기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남겨야 할 기록
- 근로자 — 통보와 목표 자체 — PIP 통보서, 목표와 평가 방법이 적힌 문서, 과거 몇 년간의 평가 결과를 사본으로 확보합니다. 문서로 받지 못했다면 메일로 요청해 회신을 받아 둡니다.
- 근로자 — 조건이 바뀐 경위 — 거래처와 담당 업무의 이관, 인력 감축, 권한 회수처럼 목표 달성에 영향을 준 변화가 언제, 누구의 지시로 있었는지를 메일이나 업무 시스템 기록으로 남깁니다.
- 근로자 — 면담과 이의제기 — 면담이 끝나면 당일 "오늘 면담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이렇게 이해했습니다"라는 메일로 요지를 확인받습니다. 목표가 불합리하다고 보면 사내 이의제기 절차를 이용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합니다.
- 근로자 — 수행 결과 — 업무보고, 성과 자료, 동료 평균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기간별로 정리합니다. 다만 고객정보나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개인 메일이나 저장장치로 옮기면 별도의 징계나 법적 문제가 생기므로, 본인 평가와 직접 관련된 자료로 한정해야 합니다.
- 사업주 — 기준과 근거 — 평가 기준을 언제 어떻게 공지했는지, 점수의 근거가 된 객관적 데이터, 평가자별 의견을 보관합니다.
- 사업주 — 개선 기회의 흔적 — PIP 계획서, 교육 이수 기록, 피드백 면담 기록, 재배치 검토와 제안 내용, 근로자의 의견과 그에 대한 회사의 답변을 남깁니다. 고용·해고·퇴직에 관한 서류와 승급·감급에 관한 서류는 근로기준법상 3년간 보존해야 하는 서류이기도 합니다.
사례 ①의 A씨가 오늘 할 일은 분명합니다. 거래처 이관을 지시한 메일과 이관 전후의 담당 매출 자료를 정리하고, 2023년부터의 평가 결과 사본을 요청하며, 목표 설정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9월부터 매일 보내고 있는 업무보고 메일은 그 자체로 성실하게 과제를 수행했다는 기록이 되므로 빠짐없이 보관합니다. PIP가 끝난 뒤 사직을 권유받더라도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사직서를 내면 원칙적으로 해고가 아니게 되어,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려면 사직이 사실상 강요된 것이었음을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PIP 참여나 업무향상계획서 제출을 거부하는 것 — 이의가 있더라도 거부는 개선 의지가 없다는 근거로 쓰이고, 업무 지시 위반으로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참여하면서 서면으로 다투는 편이 안전합니다.
- 위로금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사직서에 서명하는 것 — 사직서를 내면 해고로 다투기 어렵습니다. 검토할 시간을 요청하고, 합의하더라도 퇴직 사유와 지급 조건을 문서로 확인합니다.
- 억울함을 증명하겠다며 회사 자료를 대량으로 반출하는 것 — 해고 다툼과 별개로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 문제가 생기고, 그 자체가 새로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사업주 입장에서 평가 기록 없이 "모두가 아는 저성과자"라며 해고하는 것 — 해고의 정당성은 사용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동료들의 인식은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 PIP를 사실상 퇴출 수단으로 운영하는 것 — 업무를 주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반복해 부과하면 개선 기회로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PIP 통보서에 서명하라고 합니다. 서명하면 내용에 동의한 것이 되나요?
서명은 통보를 받았다는 확인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지만, 문구에 따라서는 목표와 평가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주장될 수 있습니다. 서명하더라도 "수령 확인"이라고 적거나 목표에 대한 이견을 별도 서면으로 제출해 두면 이런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PIP 기간에 대기발령을 내거나 급여를 줄일 수 있나요?
대기발령은 인사권의 범위에 속하지만 무제한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함께 보아 정당성을 판단합니다. 급여 감액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줄이면 임금체불 문제가 됩니다. 대기발령이 정당하더라도 그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정당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본 것과 같습니다.
Q. 회사가 평가 근거를 보여 주지 않습니다.
먼저 사내 이의제기 절차나 인사부서에 서면으로 평가 근거와 등급 산정 방식을 요청하고, 요청 사실과 회사의 답변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본인에 관한 개인정보라면 개인정보 보호법상 열람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직원의 정보가 섞인 자료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해고 이후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가면 해고의 정당성을 증명할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회사는 결국 평가의 근거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Q. 직원이 4명인 회사에서 일합니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현행 법령상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조항과 서면 통지 조항,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 본 저성과 해고의 기준으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30일 전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 규정과, 업무상 재해 요양 기간이나 출산전후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의 해고 금지 규정은 적용됩니다. 상시 근로자 수는 해고 직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누어 계산하고 단시간근로자와 기간제근로자도 포함합니다.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그 1개월 중 5명 미만인 날이 절반에 못 미치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므로, 실제로 몇 명인지부터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체크리스트
- PIP 통보서와 목표·평가 방법이 적힌 문서, 최근 3~4년의 평가 결과 사본을 확보합니다.
- PIP 시작 전후로 바뀐 담당 업무·거래처·권한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근거 메일을 보관합니다.
- 목표가 불합리하다면 사내 이의제기 절차를 이용하거나 메일로 의견을 서면 제출합니다.
- 과제는 성실히 수행하고, 업무보고와 성과 자료를 주 단위로 모아 둡니다.
- 면담 직후 요지를 메일로 보내 확인받고, 약속된 교육이나 코칭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기록합니다.
- 사직 권유를 받으면 바로 서명하지 말고, 조건을 문서로 받아 검토할 시간을 확보합니다.
- 해고 통지를 받았다면 서면 통지 여부와 해고일을 확인하고, 3개월 구제신청 기한을 달력에 표시합니다.
저성과 해고를 둘러싼 분쟁은 결국 '회사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는가, 그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근로자에게 PIP 기간은 퇴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이 질문들에 대한 자기 쪽 기록을 쌓는 시간이고, 사업주에게 PIP는 실제로 개선을 돕는 과정이었을 때에만 해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남긴 기록이 가장 강한 증거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노동관계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노무 자문이 아닙니다.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은 평가 체계와 부진의 정도·기간, 개선 기회의 내용, 취업규칙의 규정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