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저려 밤잠을 설치고, 아침마다 어깨가 굳어 팔이 올라가지 않는데 병원에서는 "많이 써서 그렇다"는 말만 듣습니다. 10년 넘게 같은 자세로 용접을 하거나, 매일 수백 인분의 식재료를 썰고 무거운 솥을 저어 온 사람에게 이런 통증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산재를 신청하려 하면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기는 병", "퇴행성이라 안 된다"는 말이 먼저 돌아오고, 회사는 "집안일 때문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거리를 둡니다. 사고처럼 언제 다쳤는지 딱 잘라 말할 수 없으니 무엇을 근거로 신청해야 할지부터 막막해지는 것, 그것이 근골격계 질병 산재 상담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정리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이른바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8개 상병과 직종·근무기간·유효기간, 그 기준에 들어가지 않을 때 신체부담업무를 입증하는 방법, 퇴행성 소견이 있어도 업무상 질병으로 본 판례의 흐름, 신청 뒤 진행되는 재해조사·특별진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절차와 불승인 시 불복 기한을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퇴직 넉 달 뒤 진단받은 급식조리원의 손목
A씨는 2016년 3월부터 3년간 위탁급식업체 소속으로, 이어 2019년 3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다른 사업장의 급식실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했습니다. 하루 600인분 안팎의 식재료를 칼로 손질하고, 대형 솥의 음식을 긴 주걱으로 젓고, 배식이 끝나면 식판과 조리 기구를 세척하는 일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2025년 12월 말 퇴직한 뒤에도 양손 저림이 가라앉지 않아 2026년 5월 12일 근전도 검사를 거쳐 양측 수근관증후군을 진단받았고, 같은 날 오른쪽 팔꿈치 외상과염도 함께 진단받았습니다. 마지막 직장은 "퇴직한 지 몇 달이 지났으니 회사 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사례 ② 물류센터 6년, MRI에 '퇴행성 변화'가 적힌 허리
B씨(47세)는 2020년 4월부터 물류센터에서 입고·분류 작업을 해 왔습니다. 하루 10시간 근무 중 대부분을 15~20kg 상자를 컨베이어에서 내려 팔레트에 쌓는 일에 썼고, 성수기에는 하루 처리 물량이 평소의 1.5배로 늘었습니다. 물류센터에 오기 전에는 2017년부터 3년간 이삿짐 운반 일을 했습니다. 2026년 3월 허리 통증과 왼쪽 다리 저림으로 MRI를 찍어 제4-5요추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는데, 판독지에는 "퇴행성 변화 동반"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4월에 산재를 신청하자 회사는 의견서에 "작업이 기계화되어 있고, 나이에 따른 퇴행성 질환으로 보인다"고 적어 냈고, B씨는 공단의 재해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8개 상병은 기준을 채우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됩니다 — 목·허리 추간판탈출증, 회전근개파열, 내(외)상과염, 수근관증후군, 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 드퀘르벵, 반월상연골파열에 대해 고시가 정한 직종·근무기간·유효기간을 모두 충족하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흔히 '추정의 원칙'이라 부르는 기준입니다.
- 추정은 자동 승인도, 유일한 길도 아닙니다 — 업무와 무관한 다른 원인이 확인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반대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불승인이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준 밖이면 신체부담업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일반 판단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 퇴행성 소견은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신체부담업무로 기존 질병이 악화되었거나, 나이에 따른 자연경과적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 근무 경력은 사업장을 합쳐 봅니다 — 대법원은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한 근로자의 질병을 판단할 때 모든 사업장에서의 업무를 판단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 회사 경력만으로 근무기간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 2026년 2월부터 특별진찰 결과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 공단이 요구한 진찰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오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없이 인정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이 바뀌었습니다. 종전에는 '매우 높다'는 소견이 필요했습니다.
- 불승인되면 90일 안에 다툽니다 — 결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를, 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결정이라면 곧바로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추정의 원칙 — 어떤 상병·직종·기간이면 적용되나
- 근거 — 고용노동부 고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의 별표입니다. 근골격계 질병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취지로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고, 2026년 2월 23일 개정(고용노동부고시 제2026-14호)으로 일부 상병에 직종이 추가되었습니다.
- 목·허리 — 경추간판탈출증과 요추간판탈출증은 해당 직종 근무기간 10년 이상, 유효기간 12개월 이내입니다. 건설 분야의 용접공·배관공·형틀목공·전기공, 조선 분야의 용접공·배관공·취부공 등과 자동차 정비공, 제조업 용접공이 대표적이고, 허리에는 쓰레기수거원과 열차 정비공도 들어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허리 항목에 건설 철근공, 조선 전장공, 타이어 가류 작업, 배전활선전공이 추가되었습니다.
- 어깨 — 회전근개파열은 10년 이상, 12개월 이내입니다. 건설·조선·자동차·타이어 분야의 여러 직종 외에 주류 및 음료 배달원, 쓰레기수거원, 급식조리원, 가구제조원, 정육원, 마트 판매원, 항만하역원, 이사작업원이 포함되어 있고, 개정으로 건설 비계공이 추가되었습니다.
- 팔꿈치·손목 — 내(외)상과염은 1년 이상·2개월 이내, 수근관증후군은 2년 이상·6개월 이내, 드퀘르벵은 1년 이상·2개월 이내, 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은 5년 이상·12개월 이내입니다. 조리원·급식조리원이 여러 상병에 걸쳐 들어 있고, 수근관증후군에는 음식서비스 종사원·주방보조원·정육원·객실청소원, 내(외)상과염에는 건물 청소원, 드퀘르벵에는 제빵원도 포함됩니다. 팔꿈치·손목 항목은 이번 개정에서 바뀌지 않았습니다.
- 무릎 — 반월상연골파열은 5년 이상, 12개월 이내입니다. 건설·조선 직종과 함께 택배원, 이사작업원, 쓰레기수거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포함됩니다.
- 유효기간의 의미 — 신체부담업무를 중단한 다음 날부터 최초 상병진단일까지의 기간입니다. 재직 중에 진단받았다면 문제 되지 않지만, 퇴직이나 부서 이동 뒤에 진단받았다면 날짜를 세어 확인해야 합니다.
- 직종명의 판단 — 표의 직종명이 한국표준직업분류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상세 정의는 근로복지공단이 정하는 바에 따릅니다. 회사에서 붙인 직함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 작업이 표에 적힌 직종의 일과 같은지 작업 내용으로 설명할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례 ①에 대 보면 결론이 상병별로 갈립니다. A씨는 두 사업장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약 9년 10개월을 일했으므로 수근관증후군의 근무기간 2년을 넉넉히 넘고, 퇴직 다음 날인 2026년 1월 1일부터 진단일인 5월 12일까지는 4개월 남짓이어서 유효기간 6개월 안에 들어옵니다. 수근관증후군은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구조입니다. 반면 외상과염은 급식조리원이 목록에 있고 근무기간 1년도 충족하지만, 유효기간 2개월을 넘겨 진단받았기 때문에 추정의 틀에서는 벗어납니다. 그렇다고 외상과염이 불승인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팔꿈치에 반복적으로 힘이 실린 작업을 입증하는 일반 기준으로 함께 신청하면 됩니다. "퇴직했으니 무관하다"는 회사 주장은, 유효기간이라는 기준 자체가 업무를 그만둔 뒤의 진단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합니다.
추정이 적용되지 않을 때 — 신체부담업무를 입증하는 방법
- 법령상 기준 — 시행령은 업무에 종사한 기간과 시간, 업무의 양과 강도, 업무수행 자세와 속도, 작업 장소의 구조 등이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업무를 '신체부담업무'라 하고, 반복 동작이 많은 업무,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 진동 작업, 그 밖에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되는 상태에서 하는 업무를 예로 듭니다.
- 숫자로 남기기 — 하루 몇 시간, 한 시간에 몇 번, 한 번에 몇 kg을 다뤘는지가 핵심입니다. 작업일지, 생산·출고 실적, 물량 통계, 근무표, 급여명세서의 연장근로 시간은 모두 업무량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자세와 동작 보여 주기 — 허리를 숙이는 정도, 팔을 어깨 위로 드는 시간, 손목을 꺾은 채 힘을 주는 동작은 말보다 사진이나 짧은 영상이 정확합니다. 동료가 같은 작업을 하는 장면도 도움이 됩니다.
- 경력 전체 정리하기 — 지금 회사뿐 아니라 이전 사업장에서 한 일까지 연도별로 정리합니다.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로 근무 기간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 회사 자료와 동료 진술 — 같은 공정에서 일한 동료의 진술서, 회사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정에 따라 실시한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결과, 작업표준서가 있다면 신체부담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 주치의 소견서 — 진단명만 적힌 진단서보다 작업 내용과 증상의 관계를 언급한 소견서가 훨씬 유리합니다. 진료 때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례 ②의 B씨는 물류센터 작업원이 요추간판탈출증 직종 목록에 없고 근무기간도 10년에 미치지 못하므로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신체부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 주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회사는 "기계화되어 있다"고 했지만, 컨베이어는 상자를 옮겨 줄 뿐이고 내려서 쌓는 일은 B씨의 허리가 했습니다. 하루 처리 상자 수와 상자 무게, 팔레트 높이에 따라 허리를 숙여야 했던 동작, 성수기 물량 증가를 자료로 정리하고, 물류센터 이전 3년간의 이삿짐 운반 경력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두 일을 합치면 허리에 부담을 준 작업 기간이 9년 가까이 됩니다.
퇴행성 소견이 있으면 불승인될까 — 판례의 흐름
- 시행령의 명문 규정 —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3은 신체부담업무로 기존 질병이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보고, 신체부담업무로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퇴행성'이 곧 '업무 무관'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법령에 적혀 있는 셈입니다.
-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19년 5개월간 협소한 공간에서 불안정하거나 고정된 자세로 용접을 해 온 근로자가 작업 중 넘어져 바닥으로 떨어진 뒤 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퇴행성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면이 있더라도 그 업무로 요추부의 변형과 퇴행이 정상인보다 빨리 진행되어 오다가 사고로 악화가 심해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두6186 판결).
- 증명의 정도 — 인과관계는 신청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면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던 기존 질병이 업무 때문에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람 — 인과관계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원래 허리가 약했다는 사정은 인정을 막는 사유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그 업무가 얼마나 부담이었는지를 따지는 전제가 됩니다.
- 고시의 성격 — 대법원은 뇌출혈 사건에서 이 고시가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규범이 아니라 공단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인 행정규칙이고, 시행령 별표 3의 인정 기준도 예시적 규정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같은 판결은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닌 근로자라면 모든 사업장의 업무를 판단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법리도 확인했습니다. 고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이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례 ②의 판독지에 적힌 "퇴행성 변화 동반"은 B씨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결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47세라는 나이에 비해 퇴행 정도가 심한지, 증상이 물류센터 근무 중에 시작되어 성수기를 거치며 심해졌는지가 쟁점입니다. 입사 전 허리 진료 기록이 없다면, 업무를 시작한 뒤 진료 기록이 쌓여 간 시간적 흐름 자체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주치의에게 "퇴행성 변화가 있더라도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이 그 진행을 앞당기거나 악화시켰는지"에 대한 의견을 받아 두면, 공단 자문의의 '단순 퇴행성' 소견에 대응할 재료가 됩니다.
신청 이후 절차 — 재해조사, 특별진찰, 판정위원회
- 신청 — 요양급여신청서에 의학적 소견이 담긴 소견서를 붙여 근로복지공단에 냅니다. 진료한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신청을 대행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확인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고, 공단이 회사에 신청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듣습니다.
- 재해조사 — 공단은 신청인과 회사를 상대로 작업 내용, 근무 이력, 작업 환경을 조사합니다. 고시는 신체부담 정도를 재해조사 내용을 토대로 인간공학전문가·산업위생전문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의 의견을 들어 평가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함께 재해조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특별진찰 — 공단은 업무상 재해인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면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특별진찰이라 부르는 절차로, 요구는 문서로 하고 진찰비용은 실비로 지급됩니다. 진찰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보험급여 지급이 일시 중지될 수 있습니다.
- 판정위원회 심의 — 업무상 질병은 원칙적으로 공단 소속 기관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칩니다. 위원회는 의뢰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의하되, 부득이하면 10일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고, 회의마다 의료인 위원이 2명 이상 참여합니다.
- 2026년 2월 개정 — 시행규칙이 2026년 2월 2일 개정되어, 공단이 요구한 진찰 결과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다'는 소견이 있으면 판정위원회 심의에서 제외됩니다. 종전에는 '매우 높다'는 소견이 있어야 했고, 개정 규정은 시행 이후 공단 소속 기관이 그런 진찰 결과를 받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 처리 기간과 치료 — 요양급여 결정은 신청일부터 7일 이내가 원칙이지만 판정위원회 심의, 재해조사, 진찰, 역학조사 등에 걸리는 기간은 이 7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근골격계 질병은 조사 단계가 많아 결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그 사이 치료는 건강보험으로 먼저 받고 승인 뒤 정산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사례 ①의 A씨는 신청서에 직종, 사업장별 근무기간, 퇴직일과 최초 진단일을 분명히 적어 수근관증후군이 추정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위탁급식업체 시절 경력은 고용보험 이력으로 뒷받침합니다. 외상과염은 같은 신청에 함께 올리고, 칼질과 솥 젓기, 식판 운반처럼 팔꿈치에 힘이 실린 작업을 시간과 횟수로 설명합니다. 사례 ②의 B씨는 재해조사에서 회사 의견서와 실제 작업이 다르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조사가 비수기에 이뤄지면 작업 강도가 낮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성수기 물량 자료와 작업 영상을 미리 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별진찰 요구를 받으면 반드시 응하고, 진찰 때 작업 내용을 직접 설명할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면 — 불복 절차와 기한
- 심사청구 — 결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결정을 한 공단 소속 기관을 거쳐 공단에 제기합니다.
- 재심사청구 — 심사청구 결정에 불복하면 그 결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합니다. 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결정이라면 심사청구 없이 바로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고, 이때 기한은 원래 결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입니다.
- 행정소송 — 공단의 보험급여 결정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 대상이 아니며, 심사·재심사와 별도로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길이 있습니다. 곧바로 소송을 낸다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재심사를 거친 뒤라면 재심사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 불승인 이유부터 확인 — 결정 통지서와 함께 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자문의 소견, 재해조사 자료를 공단에 요청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부족하다고 봤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급여 청구권의 시효 — 요양급여·휴업급여 등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장해급여 등 일부는 5년). 통증을 참으며 미루는 사이 앞쪽 기간의 급여부터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례 ②처럼 퇴행성 소견을 이유로 불승인된다면 다툼의 초점을 "퇴행성인가"에서 "업무가 그 진행을 앞당기거나 악화시켰는가"로 옮겨야 합니다. 같은 자료를 다시 내기보다, 불승인 이유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된 부분, 예컨대 중량물 취급 빈도를 낮게 본 부분을 겨냥해 작업량 자료와 의학적 의견을 보강하는 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회사가 확인해 주지 않으면 신청할 수 없다고 생각해 기다리는 것 — 신청은 근로자가 직접 할 수 있고, 회사 의견은 공단이 따로 듣습니다.
- "퇴행성"이라는 한 단어 때문에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것 — 시행령과 판례 모두 업무로 악화되거나 진행이 빨라진 경우를 업무상 질병으로 보고 있습니다.
- 퇴직 뒤 증상을 오래 방치하는 것 — 추정의 원칙에는 유효기간이 있고, 팔꿈치·손목처럼 2~6개월로 짧은 상병은 진단이 늦어지는 만큼 기준에서 벗어납니다.
- 진료 때 하는 일을 말하지 않는 것 — 의무기록에 직업과 작업 내용이 남지 않으면 업무관련성 판단의 출발점이 비게 되고, 엉뚱하게 운동이나 집안일 때문인 것처럼 기록되기도 합니다.
- 공상 처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산재 신청을 미루는 것 — 근골격계 질병은 재발과 악화가 잦아, 회사가 치료비를 대 주던 관계가 끝난 뒤에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종 목록에 제 직업이 없으면 산재가 안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목록은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일 뿐, 목록 밖의 직종을 배제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대법원도 시행령 별표 3의 인정 기준을 예시적 규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종과 관계없이 반복 동작, 무리한 힘, 부적절한 자세 같은 신체부담업무와 그 기간을 입증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일하다가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사고인가요, 질병인가요?
시행령은 신체부담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급격한 힘의 작용으로 근골격계 질병이 생기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고시는 신체부담업무를 해 온 근로자가 업무 중 사고로 근골격계 질병을 얻은 경우 업무상 질병의 판단 절차를 따르되, 외력의 정도와 신체손상이 직업력과 관계없이 사고로 생긴 것으로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사고의 절차를 따르도록 합니다. 어느 쪽이든 신청서에 사고 경위와 평소 작업 내용을 함께 적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결정이 나기 전까지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아도 되나요?
됩니다. 결정 전에는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산재로 승인되면 건강보험이 부담한 진료비는 기관 사이에서 정산됩니다. 본인이 낸 진료비 가운데 산재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에 청구해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보관해 두십시오. 승인되면 요양 때문에 일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1일당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일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이면 지급되지 않습니다).
Q. 산재를 신청하면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을까요?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보험급여 신청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이를 어긴 사업주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도 업무상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원칙적으로 해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이익이 걱정된다면, 신청 사실과 이후 회사의 조치를 날짜별로 기록해 두는 것이 나중에 다툴 때 가장 확실한 자료가 됩니다.
체크리스트
- 진단서와 소견서에서 정확한 상병명과 최초 진단일을 확인합니다.
- 그 상병이 8개 상병에 해당하는지, 직종·근무기간·유효기간(업무 중단 다음 날부터 최초 진단일까지)을 날짜로 계산해 봅니다.
-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발급받아 사업장별 근무 기간을 정리합니다.
- 하루 작업 시간, 반복 횟수, 다룬 무게, 작업 자세를 메모로 정리하고 사진·영상, 작업일지, 물량 자료를 모읍니다.
- 같은 작업을 한 동료에게 진술서를 부탁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 주치의에게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업무와 증상의 관계에 대한 소견서를 요청합니다.
- 결정 통지를 받은 날짜를 적어 두고, 불승인이라면 90일 안에 심사청구나 재심사청구를 준비합니다.
근골격계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년간의 작업이 쌓인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시의 추정 기준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되, 해당하지 않더라도 작업량과 자세, 경력 전체를 숫자와 기록으로 보여 주면 업무관련성은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퇴행성'이라는 소견은 끝이 아니라, 업무가 그 진행을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따지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노동관계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노무 자문이 아닙니다.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는 상병의 종류와 진단 시점, 실제 작업 내용과 근무 이력, 의학적 소견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