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재계약 시기에 인사팀이 내미는 계약서의 숫자가 작년보다 작은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 "올해는 모두 조금씩 양보하기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 이번 주 안에 서명해 달라는 요청이 따라오고, 때로는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어렵다"는 말이 덧붙습니다. 서명하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인지, 거부하면 정말 회사를 떠나야 하는지, 이미 서명했다면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지점에서 상담이 시작됩니다.
이 글에서는 연봉계약 갱신 때 개별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임금 삭감이 서명 전과 후에 각각 어떤 효력을 갖는지 정리합니다. 삭감을 거부한 근로자에게 회사가 해고나 재계약 거절, 직책 해제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계약기간 도중의 일방적 삭감이나 강등에 따른 감액과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회사 전체의 임금 기준을 낮추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는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서명을 거부하자 급여가 깎이고 계약 종료 통보가 왔다
A씨는 직원 45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2021년부터 일해 온 정규직 개발자입니다. 회사는 매년 3월 1일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를 적용 기간으로 하는 연봉계약서를 새로 쓰고, A씨의 2025년도 연봉은 5,400만원(월 450만원)이었습니다. 2026년 2월 회사는 수주 감소를 이유로 연봉을 4,800만원으로 정한 계약서를 내밀며 "이번 주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A씨가 서명하지 않자 회사는 3월 급여부터 월 400만원만 지급했고, 4월에는 A씨를 파트장에서 해제하면서 연봉과 별도로 받던 월 30만원의 직책수당 지급을 멈췄습니다. 5월에는 "연봉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약이 종료된다"며 6월 30일자로 근로관계를 끝내겠다는 문서를 보내 왔습니다. 회사 취업규칙에는 "연봉은 인사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매년 개별 계약으로 정한다"는 문장만 있고, A씨의 직전 평가는 '보통'이었습니다.
사례 ② 재계약 대상에서 빠질까 봐 삭감된 계약서에 서명했다
B씨는 직원 60명 규모의 물류회사에서 2025년 4월 1일부터 1년 단위 계약직 사무원으로 일했고, 월 기본급은 260만원이었습니다. 회사의 계약직 운영규정에는 "근무평정 70점 이상인 자는 재계약할 수 있다"는 조항과 직무·연차별 급여 기준표가 있고, B씨의 260만원도 이 기준표에 따른 금액이었습니다. 실제로 평정을 통과한 계약직은 거의 모두 재계약되어 왔습니다. 2026년 3월 B씨는 평정 82점을 받았지만, 회사는 "올해부터 계약직 급여를 일괄 10% 낮춘다"며 월 234만원으로 적힌 계약서를 내밀었고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습니다. B씨는 3월 20일 서명했고 4월부터 234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팀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사무원은 월 300만원을 받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는 급여 기준표를 고치면서 계약직들에게 개별 동의서를 돌려 서명만 받았을 뿐, 계약직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정규직의 연봉 재계약은 근로관계를 새로 맺는 절차가 아닙니다. 연봉계약서의 기간은 그 금액이 적용되는 기간일 뿐이므로, 서명을 거부해도 근로관계는 그대로 이어지고 새 금액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종전 연봉이 계속 기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 근로자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은 효력이 없습니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정해야 하므로(근로기준법 제4조), 회사가 일방적으로 깎아 지급한 차액은 체불임금이 됩니다.
- 자유로운 의사로 서명했다면 삭감은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다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부분과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서명이 있어도 효력이 없고(근로기준법 제97조), 이미 일한 기간의 임금까지 거슬러 깎는 합의는 따로 엄격하게 따집니다.
- 삭감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정규직이라면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따로 있어야 하고, 기간제라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재계약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며 그 증명은 회사가 해야 합니다.
- 직책 해제나 강등에 따른 감액은 별개의 판단을 거칩니다. 인사권이나 징계권의 행사로서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삭감 거부에 대한 보복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회사 전체의 임금 기준을 낮추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입니다.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서를 한 명씩 돌려 받기만 했을 뿐 근로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는 절차가 없었다면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연봉 재계약은 무엇을 다시 정하는 절차인가
- 정규직의 연봉계약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매년 쓰는 연봉계약서는 "이 기간에는 이 금액을 준다"는 임금 약정입니다. 계약서에 1년의 기간이 적혀 있어도 그것은 근로관계 자체의 기간이 아니므로, 연봉 합의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합의가 안 된 동안의 임금 — 새 연봉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가 제시한 금액이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취업규칙이나 연봉규정에 객관적인 결정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 종전 연봉 수준이 계속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 기간제 근로자의 재계약 — 계약기간이 끝나면 근로관계도 끝나는 것이 원칙이므로, 기간제의 재계약은 말 그대로 새 계약을 맺는 일입니다. 다만 운영규정이나 갱신 관행으로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어 있으면 회사가 마음대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또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서 기간제로 일한 총기간이 2년을 넘으면 법이 정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므로(기간제법 제4조), 그때부터는 정규직과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 변경 시 서면 교부 의무 — 근로계약을 맺은 뒤 임금을 바꾸는 경우에도 회사는 바뀐 임금을 명시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을 적은 서면(전자문서 포함)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다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임금이 바뀐 경우에는 근로자가 요구할 때 교부하면 됩니다. 개별 합의도 서면도 없이 구두로 "이번 달부터 줄어든다"고 통보하고 끝내는 방식은 삭감 자체가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절차에도 맞지 않습니다.
사례 ①에 적용하면, A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이므로 2026년 2월 말이 지났다고 근로관계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회사 취업규칙에는 "평가를 반영해 개별 계약으로 정한다"는 문장만 있고 감액의 기준이나 폭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이 문장을 근거로 회사가 연봉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A씨의 평가는 '보통'이었고 삭감 사유는 회사의 수주 감소였으므로, 2026년 3월 이후 A씨의 임금은 종전 연봉 5,400만원을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서명 전과 서명 후, 효력은 어떻게 달라지나
- 서명하지 않은 경우 — 삭감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회사가 줄여서 지급한 차액은 그대로 미지급 임금입니다. 임금은 전액 지급되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43조), 2026년 10월 8일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임금 체불의 법정형을 종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였습니다(시행일 이후의 위반행위부터 적용). 2025년 10월 23일부터는 재직 중인 근로자의 체불 임금에도 지연이자가 붙고, 1년 동안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달이 총 3개월 이상이거나 명백한 고의로 체불한 경우에는 법원에 체불액의 3배 이내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7조, 제43조의8).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 서명한 경우의 원칙 — 근로자가 내용을 알고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했다면, 그 시점 이후의 임금을 낮추는 합의는 유효합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설득이나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어렵다"는 말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 서명이 있어도 따져 볼 부분 — 이미 근로를 제공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 개인의 재산이 된 것이므로, 계약서에 적용 시점을 소급해 적어 두었더라도 그 부분은 사실상 임금 포기에 해당해 명확한 포기 의사가 따로 인정되지 않는 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부분도 무효이며,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 주 40시간 기준 월 2,156,880원입니다.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로 되고, 그 부분은 취업규칙 기준에 따릅니다(근로기준법 제97조).
- 의사표시 자체를 다투는 경우 — 폭언이나 위협으로 서명을 강요했다면 민법상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를 매우 좁게 인정하므로, 다른 주장과 함께 보조적으로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문제 — 같은 사업장에서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을 적게 받는다면,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은 그 종료일)부터 6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기간제법 제9조).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차별이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사례 ②의 B씨는 서명을 했으므로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월 234만원은 2026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보다 많으므로 최저임금 문제도 아닙니다. B씨에게 의미 있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계약직 운영규정의 급여 기준표가 유효하게 바뀌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사무원과의 격차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입니다. 뒤의 쟁점은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절차로 다툴 수 있고, 앞의 쟁점은 아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부분에서 다시 살펴봅니다.
삭감을 거부하면 회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 정규직 —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전직, 감봉 등을 금지합니다(제23조). 임금 삭감 제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근로자의 정당한 선택이므로, 이것만으로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합의가 안 되어 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도 실질은 해고이므로, 해고사유와 시기를 적은 서면 통지(제27조)와 30일 전 해고예고(제26조) 같은 절차도 함께 문제됩니다.
- 경영상 해고는 별도의 엄격한 요건 — 회사가 실제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인원을 줄이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기준, 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근로자대표에 대한 통보와 성실한 협의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제24조). 임금 삭감 제안은 해고 회피 노력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지만, 삭감을 거부한 사람만 골라 해고하는 것은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에서 다시 문제가 됩니다.
- 기간제 — 갱신기대권이 있으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필요합니다 — 계약서나 운영규정에 갱신 요건이 있거나, 평가를 통과하면 재계약해 온 관행이 있으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부당한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기간 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같으며,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 구제 절차와 기한 — 부당해고나 부당한 갱신 거절, 부당한 전직·감봉은 그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야 합니다(제28조). 이 제도와 해고 제한 규정은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4명 이하 사업장에서는 다툴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좁아집니다.
사례 ①에서 회사가 보낸 "6월 30일자 계약 종료" 문서는 실질적으로 해고 통보입니다. A씨에게 별도의 비위나 업무상 문제가 없고 종료 사유가 연봉 합의 불성립뿐이라면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뒤늦게 경영상 해고라고 주장하더라도,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나 대상자 선정 기준 없이 A씨 한 사람을 정해 통보한 이상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A씨는 해고일을 기준으로 3개월 안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지만, 4월의 파트장 해제까지 함께 다투려면 그 발령일부터 따로 3개월을 세어야 하므로 기한이 더 빨리 끝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와 별도로 3월부터 깎여 지급된 월 50만원의 차액은 체불임금으로 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고, 일부 미지급이 석 달 넘게 이어졌으므로 체불액의 3배 이내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제43조의8)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례 ②의 B씨가 서명을 거부했다면 어땠을까요. 운영규정에 평정 기준이 있고, 기준을 넘은 계약직이 사실상 모두 재계약되어 왔으며, B씨가 82점을 받았으므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삭감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고, 부당한 갱신 거절로 판단되면 B씨의 근로관계는 종전 조건, 즉 월 260만원으로 갱신된 것과 같이 다뤄집니다. 물론 회사가 제시한 새 조건이 경영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모든 계약직에게 공정하게 적용된 것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습니다.
계약기간 중 일방 삭감·강등에 따른 감액은 어떻게 다른가
- 계약기간 도중의 일방 삭감 — 이미 합의한 연봉을 기간 중에 회사가 혼자 낮추는 것은 재계약 협상도 아닌 단순한 계약 위반이고, 차액은 그대로 체불임금입니다. "경영이 어려워서"라는 사정은 동의를 구할 이유는 되어도 일방적으로 깎을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 징계로서의 감봉 — 취업규칙에 근거한 징계로 임금을 줄이는 경우, 1회 금액은 평균임금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은 1임금지급기 임금 총액의 10분의 1을 넘지 못합니다(근로기준법 제95조). 징계사유와 징계 절차가 정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 징계로서의 강등 — 직급을 낮추는 징계에 따라 직급별 임금표가 바뀌어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는 감봉과 구조가 다르지만, 강등 역시 징계사유·양정·절차의 정당성이 모두 필요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부당징계로 구제신청의 대상이 됩니다. 연봉 삭감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 직책 해제와 직책수당 — 팀장·파트장 같은 직책을 맡기고 거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인사권에 속하고, 직책수당은 직책 수행의 대가이므로 직책이 해제되면 지급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인사명령의 정당성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해 판단하며, 업무상 필요와 무관한 다른 목적으로 이루어진 인사명령은 권리남용으로 무효가 됩니다.
- 평가에 따른 연봉 조정 — 취업규칙이나 연봉규정에 평가 등급별 조정률처럼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두고 그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해 감액했다면, 이는 계약 내용대로의 조정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기준 없이 "회사가 정한다"는 문구만 있거나, 평가와 무관한 사유로 감액했다면 일방 삭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례 ①의 파트장 해제는 시점이 문제입니다. A씨는 연봉 삭감을 거부한 지 두 달 만에 직책을 잃었고, 그 사이 업무상 문제나 조직 개편이 있었다는 설명은 없습니다. 회사가 조직 운영상 필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직책 해제는 삭감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직책 해제와 함께 직책수당 30만원의 중단도 다툴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로 파트가 통폐합되었거나 다른 파트장들도 같은 시기에 함께 물러났다면 판단은 달라지므로, 해제 전후의 조직도와 발령 문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는 무엇이 다른가
- 개별 변경과 집단적 변경 — 한 사람의 연봉 금액을 다시 정하는 것은 그 근로자와의 개별 합의 문제입니다. 반면 직급별 임금표, 호봉표, 계약직 급여 기준표처럼 여러 근로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낮추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 동의는 회의 방식으로 —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다면 회사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을 모으는 회의 방식으로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내 전산망에 개정안과 동의서를 올려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은 결과 전체 근로자의 약 78%가 동의한 사안에서도, 근로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 없었다면 적법한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5010 판결).
-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의 효력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5월, 집단적 동의 없이 불리하게 바꾼 취업규칙은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해지지 않고, 근로자 측이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정리했습니다. 동의 없이 바뀐 취업규칙은 기존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고 종전 규정이 계속 적용됩니다.
- 집단 동의를 받아도 개별 계약은 남습니다 — 반대로 취업규칙 변경에 적법한 집단적 동의를 얻었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개별 동의 없이 바뀌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안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의 연봉계약상 금액을 취업규칙만으로 삭감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사례 ②로 돌아가면, 회사는 "계약직 급여 일괄 10% 인하"라는 집단적 변경을 하면서 개별 동의서를 돌리는 방식만 썼습니다. 이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로 보기 어렵고, 그렇다면 급여 기준표의 변경은 종전 규정을 적용받던 계약직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공백 없이 재계약을 이어 온 B씨는 변경 후 새로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종전 규정을 적용받던 기존 근로자로 볼 여지가 큽니다. 종전 기준표가 B씨의 직무·연차에 월 260만원을 정하고 있었으므로, B씨가 서명한 월 234만원은 취업규칙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이 되어 그 부분이 무효로 되고 260만원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4월부터의 월 26만원 차액은 서명과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B씨의 사안은 "서명했으니 끝"이 아니라 "그 위에 어떤 규정이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사례 ①은 결이 다릅니다. A씨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연봉 금액이나 조정 기준이 없으므로 A씨의 연봉은 개별 합의의 영역이고, 회사가 감액 기준을 담은 연봉규정을 새로 만들더라도 A씨의 개별 동의 없이는 종전 연봉 약정보다 불리하게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재계약이 안 되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사직서를 내는 것 — 사직서를 내면 해고가 아니라 자진 퇴사로 정리되어, 부당해고를 다툴 근거와 실업급여 수급 모두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 서명은 거부하면서 깎인 급여를 아무 말 없이 몇 달째 받는 것 — 이의 없이 장기간 수령하면 회사가 묵시적 동의를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 서명했으니 다툴 방법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 — 취업규칙 기준 미달, 소급 삭감, 최저임금 미달, 차별적 처우처럼 서명과 별개로 따질 수 있는 지점이 남아 있습니다.
- 회사와 협상을 이어 가느라 기한을 넘기는 것 —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3개월, 기간제 차별시정 신청은 6개월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기한은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봉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채 계속 출근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없는 상태인가요?
정규직이라면 근로계약은 그대로 유효하고, 새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올해 임금 금액에 관한 합의뿐입니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을 삭감에 대한 동의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삭감된 급여를 이의 없이 오래 받으면 묵시적 동의 주장이 나올 수 있으므로, 급여일마다 차액을 정리해 두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메일이나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이미 서명한 계약서를 철회할 수 있나요?
계약은 한쪽이 마음대로 철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철회가 아니라 앞에서 본 무효 사유나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런 사유가 없다면 다음 연봉 협상에서 다시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삭감된 조건을 거절하고 회사를 나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기간 만료로 이직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종전보다 낮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제안해 이를 거절한 경우도 수급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같거나 더 나은 조건의 재계약을 거절했다면 자발적 이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규직이 근로조건 저하를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에도, 실제 근로조건이 그동안 적용받던 조건보다 낮아졌거나 임금체불이 있는 상태가 이직일 전 1년 이내에 2개월 이상 발생했다면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이 정한 정당한 이직 사유에 해당해 수급이 가능합니다. 다만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퇴사 전에 관할 고용센터에 확인하고 급여명세서처럼 저하 사실을 보여 줄 자료를 챙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직원이 4명뿐인 회사도 같은가요?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이 효력이 없고 그 차액이 체불임금이라는 점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같습니다. 임금 전액 지급 원칙도 4명 이하 사업장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규정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므로, 4명 이하 회사에서 삭감을 거부한 뒤 해고된 경우에는 다툴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좁아집니다. 다만 30일 전 해고예고 규정은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므로, 예고 없이 해고되었다면 30일분 통상임금의 해고예고수당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 회사가 제시한 연봉계약서의 사본이나 사진을 확보하고, 제시 날짜와 함께 들은 말을 메모로 남깁니다.
-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연봉규정·급여규정·계약직 운영규정)을 확인해 임금표나 연봉 조정 기준이 있는지 봅니다.
- 정규직인지, 기간제라면 총 근무기간이 2년을 넘었는지, 갱신 요건이나 재계약 관행이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 서명하지 않았다면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메일이나 내용증명으로 남깁니다.
- 급여명세서를 매달 보관하고, 종전 연봉 기준 금액과의 차액을 월별로 계산해 둡니다.
- 직책 해제나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면 문서를 보관하고, 3개월 구제신청 기한을 달력에 표시합니다. 기산일이 애매하면 이른 날짜를 기준으로 잡아 둡니다.
- 회사가 급여 기준을 일괄적으로 바꿨다면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근로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연봉 재계약 자리에서 나오는 삭감안은 형식상 합의를 요청하는 것이지만, 서명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압박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규직의 근로관계는 연봉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어지고, 기간제라도 갱신기대권이 있다면 회사가 재계약 거절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서명했든 하지 않았든, 내 계약이 어떤 종류인지, 그 위에 어떤 취업규칙이 있는지, 삭감 뒤에 회사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다툴 수 있는 범위가 분명해집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노동관계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노무 자문이 아닙니다. 임금 삭감 합의의 효력과 해고·갱신 거절의 정당성은 근로계약의 형태, 취업규칙의 내용, 동의를 받은 경위와 회사의 경영 사정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공인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