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막 돌리기 시작했거나 드레스 가봉 날짜까지 잡아 둔 상태에서 결혼이 깨지면,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정산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예식장은 계약서대로 위약금을 내라고 하고, 상대방 집에서는 이미 받은 예단은 돌려줄 수 없다고 하며, 신혼집에 들여놓은 가전과 전세 계약금이 누구 몫인지도 정리되지 않습니다.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오간 말 한마디가 나중에 누가 파혼의 책임을 지는지를 가르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결혼식을 앞두고 파혼했을 때 정리해야 할 문제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민법이 정한 약혼 해제의 정당한 사유와 책임 있는 쪽을 가리는 기준, 예물·예단·혼수·신혼집 비용을 어디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지, 파혼에 책임 있는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그리고 2025년 12월 개정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예식장 취소 위약금을 두 가지 사례에 적용해 정리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예식 52일 전, 약혼자의 다른 교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2026년 3월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11월 28일로 예식 날짜를 잡았습니다. 예식장 계약은 A씨 명의로 했고, 보증인원 식대를 포함한 총비용은 2,800만원, 계약금으로 280만원을 냈습니다. 예단으로 800만원을 상대방 부모에게 보냈고, 신혼집에 들일 가전과 가구를 1,200만원어치 사서 약혼자가 먼저 들어가 살던 집으로 배송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10월 7일, 약혼자가 몇 달째 다른 사람과 교제해 왔다는 사실을 메시지 내역으로 확인했습니다. A씨는 그날 바로 결혼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약혼자에게 받은 예물 반지를 돌려줘야 하는지, 예식장 위약금은 누가 부담하는지,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사례 ② 먼저 파혼을 말했더니 위자료를 요구받았습니다
B씨는 2026년 5월 약혼하고 2027년 3월 13일 예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결혼 비용 분담을 두고 다툼이 잦아지면서 상대방이 B씨 부모를 깎아내리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B씨는 더는 결혼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2026년 9월 20일 파혼을 통보했습니다. 주변에는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예식장은 상대방 명의로 계약금 220만원을 내고 계약한 상태이고, 신혼집은 B씨 명의로 보증금 3억원의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3,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상대방이 보탰습니다. 상대방은 일방적인 파혼이라며 위자료 2,000만원과 웨딩촬영 계약금 등 결혼 준비 비용을 요구하면서, B씨가 건넨 650만원 상당의 예물 시계는 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약혼은 억지로 지키게 할 수 없습니다. 민법은 약혼의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고, 약혼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다툼의 핵심은 파혼 여부가 아니라 누가 파혼의 책임을 지느냐입니다.
- 정당한 사유는 민법 제804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약혼 후 다른 사람과의 약혼·혼인·간음, 불치의 병, 정당한 이유 없는 혼인 거절 등 여덟 가지이며, 마지막 호인 '그 밖에 중대한 사유'를 두고 다툼이 가장 많습니다. 단순한 변심이나 막연한 성격 차이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책임 있는 쪽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함께 배상합니다. 민법 제806조는 약혼 해제에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예물과 예단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파혼에 책임 있는 사람은 자신이 준 예물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혼수와 신혼집 비용은 실물 반환과 비용 정산으로 원상회복합니다.
- 예식장 위약금은 예식일까지 남은 날수로 정해집니다. 2025년 12월 개정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이용자 사정으로 해제할 때 150일 전까지는 계약금 환급이고, 예식 29일 전부터는 총비용의 40%, 9일 전부터 50%, 당일 70%가 배상 기준입니다. 파혼은 누구 잘못이든 예식장 입장에서는 이용자 쪽 사정입니다.
- 청구는 가정법원에서, 조정을 먼저 거칩니다.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청구는 가사소송법상 다류 가사소송사건이어서, 소를 내기 전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혼 해제의 정당한 사유 — 누가 책임을 지는가
- 약혼의 성립 — 약혼식이나 반지 교환 같은 형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견례, 예식장 계약, 청첩장 준비처럼 장차 혼인하기로 한 진지한 합의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면 약혼으로 봅니다.
- 법이 정한 해제 사유 — 상대방에게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 선고, 약혼 후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심판, 성병·불치의 정신병 등 불치의 병질, 약혼 후 다른 사람과의 약혼이나 혼인, 약혼 후 다른 사람과의 간음, 약혼 후 1년 이상의 생사불명, 정당한 이유 없는 혼인 거절이나 시기 지연, 그 밖의 중대한 사유가 있으면 약혼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 '그 밖에 중대한 사유'의 예 — 앞의 사유들에 견줄 만큼 무거워 원만한 혼인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어야 합니다. 결혼 결정에 영향을 줄 학력·직업·재산·혼인 경력을 속인 경우, 폭력이나 모욕적 언행이 반복된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숨긴 경우 등이 거론됩니다. 대법원도 학력과 직장의 직종·직급을 속인 상대방과의 약혼 해제를 정당하다고 본 바 있습니다.
- 인정받기 어려운 사유 — 막연한 성격 차이, 마음이 식었다는 사정, 부모의 반대, 궁합 같은 이유는 그 자체로는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먼저 파혼한 쪽은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해제의 효과 — 정당한 사유가 없더라도 한쪽이 파혼 의사를 밝히면 약혼은 사실상 끝납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약혼을 유지할지가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을 누가 지는지와 예물 반환 범위를 정하는 데 쓰입니다.
사례 ①에서 약혼자가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교제해 온 사실은, 성관계까지 확인되면 간음 사유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유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파혼을 먼저 통보한 사람은 A씨지만, 파혼의 원인을 만든 사람은 약혼자이므로 책임은 약혼자 쪽에 있습니다. 먼저 말을 꺼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사례 ②의 B씨는 성격 차이로 파혼했다고만 말하면 불리해집니다. B씨가 실제로 파혼을 결심한 이유는 상대방이 B씨 부모를 반복해서 비하한 언행인데, 그 내용이 메시지나 녹음으로 구체적으로 남아 있고 혼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점이 드러나면 중대한 사유로 평가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같은 파혼이라도 어떤 사정을 어떤 증거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책임의 방향이 바뀝니다.
예물·예단·혼수·신혼집 — 무엇을 어디까지 돌려받나
- 예물과 예단 — 대법원은 약혼 예물을 혼인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비슷한 성질로 봅니다. 파혼으로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주고받은 예물과 예단은 원칙적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 책임 있는 쪽의 예외 — 다만 대법원은 약혼 해제에 과실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제공한 예물의 반환을 적극적으로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봅니다. 그 결과 책임 없는 쪽은 자신이 준 것은 돌려받고, 받은 것은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구도가 됩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면 책임의 비율을 따져 반환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 혼수 — 가전·가구처럼 산 사람이 분명한 물건은 그 사람의 소유이므로 실물을 돌려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용으로 가치가 떨어졌거나 회수 과정에서 비용이 들었다면 책임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 신혼집 비용 — 전세나 매매 계약은 계약 명의자와 집주인 사이의 계약이어서 파혼만으로 저절로 해제되지 않습니다. 중도금 지급 등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대방이 보탠 돈은 혼인을 전제로 건넨 것이어서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정산 대상이 됩니다.
- 부모가 건넨 돈 — 예단이나 신혼집 자금을 부모가 직접 주고받았다면 반환을 청구하는 사람이나 그 상대방이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청구에 제3자에 대한 청구까지 포함시켜 두고 있습니다.
사례 ①의 A씨는 파혼에 책임이 없으므로 상대방 부모에게 보낸 예단 800만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약혼자에게 받은 예물 반지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약혼자 집에 배송해 둔 가전과 가구 1,200만원어치는 A씨의 소유이므로 실물로 돌려받는 것이 우선이고, 상대방이 반환을 미루거나 이미 사용해 가치가 떨어졌다면 그 차액을 손해로 함께 청구합니다. 사례 ②는 정반대 구도가 될 수 있습니다. B씨에게 파혼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B씨는 상대방에게 건넨 시계의 반환을 구하기 어렵고, 상대방이 B씨에게 준 예물이 있다면 돌려줘야 합니다. 전세 계약금 가운데 상대방이 보탠 1,000만원도 혼인을 전제로 받은 돈이므로 돌려줘야 하고, B씨가 전세 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을 잃게 되더라도 그 손실을 상대방에게 나눠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없이 약 6개월 만에 관계가 깨진 사안에서도, 신부 아버지가 건넨 신혼집 전세자금을 상당한 기간 안에 법률상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증여로 보고 전액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어, 혼인이 아예 성립하지 않은 파혼에서는 반환의 근거가 더 분명합니다.
예식장 위약금 — 2025년 12월 개정 기준
- 기준의 성격 —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을 때 합의나 권고의 기준이 됩니다. 실제 정산은 먼저 계약서의 해제 조항을 확인하고, 그 조항을 기준과 비교하는 순서로 접근합니다.
- 계약금과 청약 철회 — 예식장이용 표준약관상 계약금은 예식비용의 10% 이하로 정합니다. 계약 체결일부터 15일 이내에 철회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이용자 사정으로 해제할 때 — 예식일 150일 전까지 통보하면 계약금 환급, 60일 전까지는 계약금을 돌려받되 총비용의 10% 배상, 30일 전까지는 20% 배상입니다. 개정 기준은 그 이후 구간을 나눠 예식 29일 전부터 40%, 9일 전부터 50%, 당일 70%를 배상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개정 전에는 29일 전부터 당일까지 일률적으로 35%였습니다.
- 계약추진비 — 개정 기준은 위약금이 없는 150일 전 해제 구간에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계약추진비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 두었습니다. 계약 체결 후 15일이 지나 실제로 제공된 재화·서비스에 한하고, 그 항목과 금액을 미리 명시해 소비자의 서면 동의를 받았어야 합니다. 이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공제 요구는 다툴 수 있습니다.
- 예식장 사정으로 해제될 때 — 사업자 쪽 사정이면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에 더해 60일 전까지 총비용의 10%, 30일 전까지 20%, 29일 전부터는 70%를 배상하도록 해, 소비자 사정의 경우보다 무겁게 정했습니다.
- 총비용의 의미 — 위약금 비율이 곱해지는 총비용에는 대관료 같은 예식비용뿐 아니라 보증인원 식대 같은 연회비용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계약서에 정해 두는 경우가 많아, 예상보다 큰 금액이 되기 쉽습니다. 계약서가 총비용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할인 전 금액인지 실제 결제 금액인지부터 확인합니다.
- 다른 결혼 준비 계약 —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신혼여행 상품은 예식장과 별개의 계약입니다. 각 계약서의 해제 조항과 해당 업종의 표준약관·분쟁해결기준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①의 A씨가 예식장에 해제를 통보한 10월 7일은 예식일로부터 52일 전이어서 20% 구간에 해당합니다. 총비용 2,800만원의 20%인 560만원이 배상 기준이고, 이미 낸 계약금 280만원을 돌려받는 것과 정산하면 28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입니다. A씨가 고민하느라 통보를 미뤄 10월 30일 이후가 되었다면 40%인 1,120만원, 11월 19일 이후라면 50%인 1,40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개정으로 예식 직전 구간의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파혼이 확실해졌다면 예식장 통보만큼은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은 예식장과의 관계에서 파혼은 누구 탓이든 이용자 쪽 사정이라는 것입니다. A씨는 계약자로서 일단 위약금을 부담하고, 이 금액을 파혼에 책임 있는 약혼자에게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사례 ②의 예식장은 예식일까지 174일이 남은 상태에서 해제되므로 계약금 환급 구간이며, 계약자인 상대방이 계약금을 돌려받게 됩니다. 예식장이 계약추진비를 공제하겠다고 하면 사전 서면 고지와 동의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위자료와 손해배상 — 청구 범위와 절차
- 재산상 손해 — 예식장·촬영·드레스 업체에 물어준 위약금, 돌려받지 못하는 계약금, 청첩장 제작비, 신혼여행 취소 수수료처럼 파혼으로 헛되이 쓰게 된 결혼 준비 비용이 대상입니다. 영수증과 계약서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위자료 —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법에 정해진 금액이 없습니다. 약혼 기간, 결혼 준비가 진행된 정도, 청첩장 발송 여부, 파혼의 경위와 책임의 정도, 당사자의 나이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하며, 혼인 생활이 쌓인 이혼 사건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위자료 청구권의 성질 —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상속되지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배상 약정이 이미 성립했거나 소를 제기한 뒤에는 예외입니다.
- 제3자의 책임 — 가사소송법은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시켜 두고 있어, 부당한 파혼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상대방의 부모나 약혼 사실을 알면서 관계를 맺은 사람을 함께 상대로 삼는 것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책임이 인정되는지는 가담의 정도와 약혼 사실을 알았는지에 따라 갈리고, 혼인 중의 부정행위보다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절차 —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청구는 가정법원이 다루는 다류 가사소송사건이고, 소를 내기 전에 조정을 먼저 신청해야 합니다. 조정 없이 소를 내더라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
- 기한 —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어떻게 볼지는 견해가 갈립니다. 가장 짧게 보는 불법행위 기준으로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 안에 청구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례 ①의 A씨는 예식장에 부담한 560만원, 다른 업체에 물어준 위약금과 청첩장 비용 같은 재산상 손해에 더해 위자료를 약혼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단 반환과 가전·가구 반환까지 한데 묶어 가정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흩어진 쟁점을 하나의 절차에서 정리할 수 있고, 예단을 받은 사람이 상대방 부모라면 부모도 함께 당사자로 세웁니다. 사례 ②의 상대방이 요구하는 위자료 2,000만원은 B씨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전제에서만 의미가 있고, 그 경우에도 액수는 법원이 사정을 따져 다시 정합니다. B씨로서는 상대방의 모욕적 언행을 입증해 책임의 방향 자체를 다투거나, 적어도 쌍방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배상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함께 요구한 웨딩촬영 계약금 같은 준비 비용도, B씨의 책임이 인정될 때 실제로 돌려받지 못하게 된 금액만 손해가 됩니다. 예식장 계약금처럼 해제 시점상 전액 환급되는 돈은 손해에 넣을 수 없으므로, 업체별로 실제 환급액과 공제액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첫 대응입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서로의 위자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파혼 사유를 상대방의 직장, 지인 모임, SNS에 알리는 것 — 사실이라도 명예훼손 책임을 질 수 있고, 조정에서 내 쪽의 협상력을 잃게 됩니다.
- 상대방 집에 있는 혼수를 허락 없이 가져오거나 받은 예물을 홧김에 처분하는 것 — 내 물건을 되찾는 경우라도 주거침입이 문제 될 수 있고, 돌려줘야 할 예물을 처분하면 그 가액을 물어줘야 합니다.
- 감정적인 메시지에 "내가 싫어져서 그만두는 것"처럼 쓰는 것 — 파혼의 실제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어도, 이런 문장은 책임이 내게 있다는 증거로 쓰입니다.
- 예식장 해제 통보를 미루는 것 — 개정 기준에서는 예식 29일 전부터 위약금이 총비용의 40% 이상으로 뛰기 때문에, 며칠 차이로 수백만원이 달라집니다.
- 예식장이 내민 정산서를 계약서와 대조하지 않고 그대로 지급하는 것 — 기준을 넘는 위약금이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약추진비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 "서로 더는 아무것도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든 합의서에 급하게 서명하는 것 — 예단 반환이나 위자료까지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식장 계약자가 저인데, 파혼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으면 예식장에 상대방이 위약금을 내도록 할 수 있나요?
예식장에 그렇게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예식장과의 계약 당사자는 계약자 본인이고, 파혼은 누구의 잘못이든 예식장 입장에서는 이용자 쪽 사정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자가 먼저 위약금을 정산한 뒤, 그 금액을 파혼에 책임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로 청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례 ①의 A씨도 이 방식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Q. 약혼식도 하지 않았고 반지도 주고받지 않았는데 약혼으로 인정되나요?
약혼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습니다. 양가 상견례, 예식장 계약, 청첩장 제작, 신혼집 계약처럼 혼인을 약속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면 약혼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혼 이야기만 오간 연인 관계라면 약혼으로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습니다.
Q. 결혼식은 올렸지만 혼인신고 전에 헤어졌다면 어떻게 되나요?
결혼식 후 실제로 함께 살며 부부로 지냈다면 약혼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가 문제 됩니다. 이때는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과 재산분할이 쟁점이 되고, 혼인 생활이 상당 기간 이어졌다면 예물은 원칙적으로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혼인 생활이 매우 짧게 끝난 경우 혼인을 전제로 건넨 돈의 반환을 인정한 바 있어, 함께 산 기간과 생활 실태가 결론을 가릅니다.
Q. 예식장이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이 기준보다 높은데도 그대로 내라고 합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권고 기준이어서 계약서 조항이 우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약관규제법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하고, 민법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식장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기준에 따른 조정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 파혼이 확실해졌다면 예식장, 촬영·드레스 업체, 신혼여행 상품의 계약서를 모두 꺼내 예식일까지 남은 날수와 해제 조항을 확인합니다.
- 업체에는 문자나 이메일처럼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해제를 통보하고, 위약금 구간이 바뀌는 날짜보다 앞서 마칩니다.
- 주고받은 예물·예단·혼수·신혼집 자금을 날짜, 금액, 준 사람과 받은 사람, 현재 있는 곳으로 나눠 표로 정리하고 영수증과 이체 내역을 모읍니다.
- 파혼에 이른 경위를 보여 주는 메시지, 사진, 본인이 참여한 대화의 녹음을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다른 사람끼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피합니다.
- 예식장 정산서를 받으면 계약서 조항과 2025년 12월 개정 기준을 대조하고, 계약추진비 공제가 있다면 계약 체결 15일 이후 실제로 제공된 항목인지, 사전 명시와 서면 동의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 상대방에게 반환과 정산을 요구할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 보내고, 합의가 되면 포기 범위가 분명한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 조정 신청을 검토하고, 손해와 상대방을 안 날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절차를 시작합니다.
파혼의 정산은 감정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무엇을 언제 누구에게 건넸는지, 업체에 언제 통보했는지라는 세 가지 사실로 대부분 결론이 납니다. 책임의 방향에 따라 예물을 돌려줘야 하는지가 뒤집히고, 통보 날짜에 따라 예식장 위약금이 몇 배로 달라집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도 업체 통보와 증거 정리만큼은 먼저 해 두고, 상대방과의 정산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차분히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약혼 해제의 정당한 사유와 예물·위약금의 정산 범위는 파혼에 이른 경위와 계약서 조항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