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몇 년째 운영해 온 분들에게서 같은 연락이 반복됩니다. 어느 날 낯선 법무법인 이름이 찍힌 내용증명이 도착하는데, "귀 카페 회원이 게시한 글로 의뢰인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게시물을 삭제하고 운영자도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내용입니다. 글을 쓴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운영자가 피고가 되는지 납득이 가지 않지만, 분쟁에서는 '쓴 사람'의 책임과 '알고도 놔둔 사람'의 책임을 나누어 판단합니다.
이 글은 카페·밴드·오픈채팅 운영자가 회원 게시물로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지 정리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삭제의무의 관문(불법성의 명백성, 인식 가능성, 관리·통제 가능성)을 먼저 보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삭제요청·임시조치 절차, 저작권법 제102조·제103조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면책 요건, 방치가 방조 책임이 되는 지점과 신고·삭제 프로세스를 다루겠습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지역 카페 게시글과 내용증명
회원 3만 명 규모의 지역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2026년 3월 중순 회원이 올린 "○○학원 원장이 교습비를 빼돌린다"는 실명 게시글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댓글이 200개 넘게 달린 상태에서 4월 2일 학원 측 내용증명이 도착했지만 A씨는 "회원 자율"이라며 3주간 방치했고, 학원 측은 작성자와 A씨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례 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유료 강의 파일
카페와 오픈채팅방을 함께 운영하는 B씨의 채팅방에서 회원이 시중 유료 강의 영상 12편을 압축파일로 공유했습니다. 제작사가 5월 12일 이메일로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했으나 B씨는 "내가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두 달간 방치했고, 다운로드가 1,200건을 넘어서자 제작사는 저작권법위반 방조로 고소하고 2,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글을 직접 쓰지 않았어도 삭제요청을 받은 뒤 방치하면 작성자와 별개의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포털 사업자 사건에서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했거나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 삭제·차단 의무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 카페·채팅방 운영자에게도 이 법리가 참고되지만, 지위와 규모가 달라 적용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됩니다.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를 수범자로 하여, 침해 사실을 소명한 삭제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하고 신청인과 게시자에게 알리도록 정합니다. 임시조치 기간은 30일 이내입니다(같은 조 제4항).
- 필요한 조치를 이행한 제공자는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 침해물은 권리자의 중단 요구를 받으면 즉시 복제·전송을 중단해야 면책 대상이 되고(저작권법 제102조·제103조), 침해를 알게 된 때부터 중단 요구를 받기 전까지 발생한 책임은 감면에서 제외됩니다(제103조 제5항 단서).
- 불법정보를 알면서 방치하거나 유통을 도우면 방조범으로 평가될 수 있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따른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됩니다(제73조).
대법원이 본 삭제의무의 관문
- 불법성의 명백성 — 원 게시물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진실성·공익성 등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것
- 인식 요건 — 피해자의 구체적 삭제요청이 있었거나, 요청이 없더라도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날 것
- 통제 요건 — 삭제·차단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아닐 것
- 고려 요소 — 게시 기간, 노출·확산 정도, 검색 노출 여부, 운영의 영리성
여기서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위 판결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 즉 포털에 관한 사건이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의무도 법문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지워집니다. 네이버 카페나 카카오 오픈채팅의 운영자는 원칙적으로 플랫폼이 아니라 게시판 관리·운영자 지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운영자에게는 게시물을 내릴 권한이 있고, 알고도 쓰지 않은 사정은 민법 제750조의 부작위 불법행위나 형법상 방조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운영자가 피고나 피고소인이 되는 경로는 대부분 이쪽입니다.
사례 ①의 A씨는 내용증명이 도착한 4월 2일 인식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게시글을 내릴 권한이 있는 이상 통제 요건도 다투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글의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 목적이 인정되어 원 게시물의 위법성이 부정된다면 운영자 책임도 성립하지 않으므로, 결론은 게시물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삭제요청을 받은 순간 시계가 돌아갑니다
- 요청 접수 —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침해 사실을 소명해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제44조의2 제1항).
- 지체 없는 조치 —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과 게시자에게 알려야 하며, 조치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 임시조치 —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되면 접근을 임시로 차단할 수 있고, 기간은 30일 이내입니다(같은 조 제4항).
- 책임 감면 —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면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6항).
이 절차의 법적 수범자는 플랫폼이지만, 카페 운영자에게도 그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즉시 비공개로 돌리고 작성자에게 통지한 기록은, 나중에 부작위 책임을 다툴 때 "알고 나서 바로 조치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읽어 보니 정당한 글이면 남겨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법이 임시조치를 둔 이유는 판단이 어려운 국면에서 진위를 확정하는 부담을 지지 않고도 위험을 낮출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례 ①에서 A씨가 내용증명을 받은 즉시 비공개로 전환하고 작성자에게 통지했다면 분쟁의 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3주를 방치한 사실은 '인식 후 부작위'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저작권 침해물은 통지 후 즉시 삭제가 핵심입니다
- 상시 감시 의무는 없습니다 — 저작권법 제102조 제3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 안에서 침해행위가 일어나는지 모니터링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 알게 된 때 즉시 중단 — 침해를 실제로 알게 되거나 중단 요구 등을 통해 그 사실 또는 정황을 알게 된 때 즉시 복제·전송을 중단시켜야 면책 요건을 갖춥니다(제102조 제1항).
- 중단·재개 절차 — 권리주장자가 소명해 중단을 요구하면 즉시 중단하고 통보하며, 복제·전송자가 정당한 권리를 소명해 재개를 요구하면 재개 요구 사실과 재개 예정일을 권리주장자에게 통보한 뒤 그 예정일에 재개시킵니다(제103조 제1항부터 제3항).
- 수령인 지정·공지 — 중단·재개 요구를 받을 사람을 지정해 이용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지해 두는 것이 책임 감경·면제의 전제입니다(제103조 제4항·제5항).
이 면책이 만능은 아닙니다. 제103조 제5항 단서는 침해 사실을 안 때부터 중단 요구를 받기 전까지 발생한 책임을 감면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또한 이 조항들의 수범자 역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므로, 플랫폼 안에서 방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운영자가 별도의 서버나 자료실을 직접 운영한다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사례 ②의 B씨는 5월 12일 통지를 받고도 두 달을 방치했습니다. 면책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침해 사실을 알면서 삭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정황은 방조 성립 여부를 따질 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다운로드 1,200건이라는 확산 규모도 손해액 산정에서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방치가 방조로 넘어가는 지점
- 부작위 방조 — 삭제 권한이 있는 운영자가 침해 사실을 알면서 방치하면 형법상 방조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 적극적 조장 — 자료실을 따로 만들어 주거나 공유를 독려·포상하고 수익을 얻는 등 침해를 부추긴 정황이 있으면 방조 인정 가능성이 커집니다.
- 영리적·계속적 게시 — 대법원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한 경우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 불법정보 유통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의 불법정보에 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2025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편)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제73조). 이 명령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도 내려질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될 때, 사실 적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거짓 사실 적시는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운영자가 곧바로 정범이 되지는 않지만, 문제 글을 공지로 고정하거나 요약해 다시 올렸다면 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법원 판결을 받아 오면 지우겠다"고 회신하는 것 — 판결 확정까지의 긴 기간이 그대로 방치 기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작성자에게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것 — 2차 피해로 이어지고 별도의 개인정보 분쟁을 부를 수 있습니다.
- 글은 둔 채 신고한 회원을 강제 탈퇴시키는 것 — 보복 조치로 평가되어 손해액 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문제 게시물만 조용히 지우고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 — 조치 시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어 감면 주장이 어려워집니다.
- "사적 대화방이라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공지하는 것 — 불특정 다수가 들어오는 공개방은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회원 요청으로 삭제한 파일을 다시 올려 주는 것 — 방조를 넘어 정범 책임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원이 쓴 글인데 왜 운영자가 배상해야 하나요?
작성 행위가 아니라, 삭제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한 별도의 책임이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인식 가능성과 관리·통제 가능성이 함께 인정될 때 삭제·차단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원 게시물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면 운영자 책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Q. 삭제요청이 메신저나 댓글로 와도 조치해야 하나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대상 게시물이 특정되고 어떤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었는지 소명되어 있다면, 그 시점부터 '알았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접수 창구를 공지에 한 곳으로 지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임시조치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시 공개되나요?
법은 임시조치 기간을 30일 이내로 정할 뿐, 만료 후 처리를 일률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기간 만료 전 당사자에게 분쟁 진행 여부를 확인해 반영합니다. 확인 없는 자동 복원은 위험합니다.
Q. 비영리 동호회 카페 운영자도 법적 책임을 지나요?
영리 여부만으로 갈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플랫폼 안의 카페 운영자는 대체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니라 게시판 관리·운영자로 다뤄지고, 책임은 주로 부작위 불법행위나 방조 법리로 판단됩니다. 영리성과 규모, 광고 수익 유무는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가늠할 때 고려됩니다.
Q. 신고받은 글을 내렸더니 작성자가 항의합니다.
운영 규칙과 법령상 근거에 따른 조치라면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운영 규칙에 신고·삭제·이의제기 절차를 미리 명시하고, 삭제 시 사유를 게시자에게 통지해 두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 카페 공지와 오픈채팅 방 설명에 신고 접수 창구를 한 곳으로 지정해 공지합니다.
- 저작권 중단·재개 요구를 받을 수령인을 지정해 눈에 띄는 곳에 공지합니다.
- 신고 접수 일시, 대상 게시물 주소, 조치 내용, 통지 시각을 기록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를 감안해 최소 3년 보관을 권합니다.
- 명예훼손 신고는 접수 당일 임시 비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늦어도 30일 안에 최종 처리 방침을 정합니다.
- 저작권 침해 통지는 접수 즉시 파일과 링크를 함께 내리고 게시자에게 사유를 통지합니다.
- 운영 규칙에 반복 위반 회원에 대한 경고·정지·탈퇴 단계를 명시하고 실제로 집행합니다.
- 부운영자와 스태프에게 삭제 권한과 처리 기준을 문서로 공유해 조치 지연을 막습니다.
운영자 책임은 무엇을 썼는지가 아니라 알고 난 뒤 무엇을 했는지로 갈립니다. 신고 창구와 처리 기록만 갖춰 두어도 감면을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이미 내용증명이나 고소장을 받았다면 회신 자체가 증거로 남으므로, 답변 전에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커뮤니티 운영자의 책임 범위는 게시물의 위법성, 운영자의 지위, 인식한 시점, 실제 조치 내역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