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 말고 그 사람한테 따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배우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나 이혼 절차와는 별개로,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이른바 상간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상간자에 대한 책임은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와 법蠁 근거와 요건이 조금로 다르고, 소멸시효 기산점과 증거능력 문제를 놓치면 정당한 청구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간자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초점을 맞춰 정리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8년차 부부, 배우자 회사 동료와의 부정행위
결혼 8년차인 A씨는 남편이 같은 회사 동료 B씨와 10개월 가까이 부정행위를 이어온 사실을 최근 카카오톡 대화로 확인했습니다. 이혼은 하지 않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B씨에게는 별도로 3천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어 합니다.
사례 ② 이혼 후 2년 뒤에 밝혀진 상간자
C씨는 2023년 협의이혼했는데, 2026년 들어 이혼 사유였던 전 배우자의 외도 상대가 특정 인물이라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혼이 성립한 지 이미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배우자와의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상간자만을 단독 피고로 손해배상(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상간자가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부정행위를 했다면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됩니다.
-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된 후의 관계라면 상간자의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안 날로부터 3년,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지만, 부정행위 사실과 상간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안 시점이 언제인지는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몰래 확보한 문자·카카오톡 캡처는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여지가 있지만, 수집 방법에 따라 형사 책임이 별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위자료 액수는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등을 종합해 사안별로 다르게 산정됩니다.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
- 법적 근거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에 따라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합니다. 대법원도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 보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 고의·과실(인식 요건) — 상간자가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SNS나 지인 관계 등에서 혼인 사실을 알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 혼인 파탄 여부 —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뒤에 시작된 관계라면, 그 관계가 혼인의 평온을 새롭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워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정행위 상대방은 이 점을 적극적으로 다투게 됩니다.
- 이혼소송과의 관계 — 상간자에 대한 청구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위자료 소송과 별개로,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로도, 이혼 절차 중에도, 이혼이 끝난 뒤에도 단독으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원칙적으로 이 기준이 적용되므로, 부정행위 사실과 상대방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시점부터 3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이혼 절차와 맞물려 있는 경우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정확히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자체는 이혼 전에 알았더라도 상간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거나, 혼인관계 해소 시점과 맞물려 기산점 판단이 미묘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소멸시효가 임박했다고 느껴진다면 스스로 계산하기보다 변호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기산점을 확인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증거는 어디까지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나
- 저장된 메시지 확인 —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이미 저장돼 있는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메시지를 몰래 열람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행위는, 실시간으로 송수신되는 통신을 엿듣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 — 형사소송과 달리 자유심증주의를 취하는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를 수집한 방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이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수집 경위가 지나치게 위법하거나 상대방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에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서는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 대화 녹음은 별개 문제 —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차량 등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제3자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녹음물은 증거로 쓰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녹음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카드 사용 내역, 위치 기록 — 공동명의 카드나 가족이 함께 쓰는 계정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정도는 비교적 다툼의 소지가 적지만, 상대방 명의 계정에 임의로 접속하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은 정보통신망법·위치정보법 위반으로 별도의 형사 책임을 질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증거 확보 과정에서 위법성 시비가 생기면 상간자 소송 자체가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형사 고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방법을 쓰기 전에 변호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정해지나
- 혼인 기간과 자녀 유무 — 혼인 기간이 길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가정이 흔들리면서 겪는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 보아 액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부정행위의 기간·빈도·정도 — 단기간의 일회성 만남인지, 수개월 이상 지속된 관계인지에 따라 액수 차이가 큽니다.
- 혼인 파탄에 대한 기여도 — 부정행위가 이혼의 직접적 원인이 됐는지, 아니면 이미 흔들리던 관계에 더해진 것인지도 고려됩니다.
- 실무상 인용 범위 — 사안마다 편차가 크지만, 실무에서는 대략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많고, 부정행위 정도가 심각하거나 증거가 명확할수록 그보다 높게 인정되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하지 않고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중에도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상간자가 유부남·유부녀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단순한 부인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결혼반지, SNS 프로필, 주변 지인의 진술, 상대방의 언행 등을 통해 혼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정황이 입증되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배우자와 재결합하기로 했는데도 상간자에게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것과, 부정행위로 입은 정신적 손해를 상간자에게 배상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Q. 이혼소송에서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를 받았다면 상간자에게는 청구할 수 없나요?
배우자와 상간자는 원칙적으로 부진정연대책임 관계에 있어, 한쪽으로부터 실제로 배상받은 금액만큼은 다른 쪽 책임에서 공제됩니다. 이미 받은 금액과 청구하려는 금액의 관계는 사안별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상간자의 실제 이름이나 주소를 모르는데도 소송이 가능한가요?
차량 번호, 근무처, SNS 계정 등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면 사실조회나 보정명령 등의 절차를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크리스트
- 부정행위를 뒷받침할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사진,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정리해둡니다.
- 실시간 도청, 몰래 녹음,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 형사처벌 소지가 있는 방법은 피합니다.
- 부정행위 사실과 상대방 신원을 알게 된 시점을 메모해 소멸시효 기산점을 계산해둡니다.
-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혼 절차와의 진행 순서를 정합니다.
- 혼인 기간, 부정행위 기간과 정도 등 위자료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준비합니다.
- 상간자의 신원 확인이 어렵다면 특정 가능한 단서를 먼저 모아둡니다.
- 소송 제기 전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안과 곧바로 소송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상담을 통해 정합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멸시효와 증거 확보 방법을 놓치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니, 관련 자료를 정리한 뒤 이른 시일 안에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멸시효 기산점과 증거 수집의 적법성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