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조서에는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정작 그 시간에 아파트 현관 앞에 서 있으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다음에는 "학원 특강이 잡혔다"는 문자가 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답장 자체가 끊깁니다. 아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날짜를 달력에서 세어 보게 되는 순간, 서류에 적힌 권리가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이 글은 면접교섭이 부모만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 자신의 권리라는 출발점부터 짚고, 가사소송법 제64조 이행명령의 절차와 준비할 증거, 1천만원 이하 과태료와 감치가 적용되는 범위의 차이, 상습적 방해가 양육자 변경으로 이어지는 구조, 면접교섭센터와 전문가 입회 활용법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양육비를 받지 못할 때 면접교섭을 거부해도 되는지도 다룹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11개월째 아이를 못 본 아버지
2024년 3월 조정으로 매월 첫째·셋째 주 토요일 10시부터 일요일 18시까지 숙박 면접교섭이 정해졌습니다. 2025년 9월부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해 2026년 8월 현재까지 약 11개월간 실제 만남은 3회에 그쳤습니다. 양육비 월 80만 원은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지급해 왔습니다.
사례 ② 손녀를 보고 싶은 조부모
아들이 2025년 5월 사고로 사망한 뒤, 당시 7세이던 손녀를 며느리가 홀로 양육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살아 있을 때는 매주 토요일 조부모가 아이를 돌봤지만, 2026년 설 이후 연락이 끊겼고 이사한 주소도 알지 못합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면접교섭권은 민법 제837조의2에 따라 비양육친과 자녀 양쪽 모두의 권리입니다. 부모의 감정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가 판단 기준입니다.
- 판결·심판·조정조서·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면접교섭이 정해져 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가사소송법 제64조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이행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하면 같은 법 제67조 제1항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다만 면접교섭 위반에는 감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사소송법 제68조의 감치는 정기금 3기 이상 불이행, 유아 인도 의무 불이행, 양육비 일시금 지급명령 불이행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면접교섭 방해는 민법 제837조 제5항에 따른 양육자 변경 심판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 양육비 미지급과 면접교섭 거부는 별개의 의무입니다. 상대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면접교섭을 임의로 막을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면접교섭권은 자녀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 민법 제837조의2 제1항 —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과 자녀는 서로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조문상 권리 주체에 자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같은 조 제2항 — 비양육친이 사망했거나 질병, 외국 거주, 그 밖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면접교섭을 할 수 없는 경우, 그 부모 일방의 직계존속인 조부모가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자녀의 의사, 청구한 사람과 자녀의 관계, 청구의 동기 등을 살피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 같은 조 제3항 —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 변경할 수 있습니다. 기준은 역시 자녀의 복리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내가 키우니 만남 여부도 내가 정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사례 ①에서 양육친이 만남을 막는 것은 상대 부모의 권리만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만날 권리를 함께 제한하는 행위로 평가됩니다. 사례 ②의 조부모는 아들이 사망한 경우이므로 제2항에 근거해 직접 면접교섭 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사망 전 아이를 실제로 돌봐 온 관계가 오래 유지되었다는 점이 청구를 뒷받침합니다. 다만 조부모의 청구가 항상 인용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나이와 의사, 기존 관계의 밀접도, 청구 동기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이행명령 신청, 절차와 입증 준비
- 전제 조건 — 면접교섭의 일시·장소·인도 방법이 판결, 심판, 조정조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등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협의하여 정한다"는 추상적 조항만 있으면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 신청 법원 — 원칙적으로 그 재판이나 조정을 한 가정법원에 신청합니다.
- 심문 절차 —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리 당사자를 심문해 이행을 권고하고, 과태료와 감치 등 법에 정해진 제재를 고지한 뒤 일정 기간 내에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합니다.
- 필요한 증거 — 약속된 날짜마다 실제로 이행을 시도한 기록이 핵심입니다.
사례 ①처럼 11개월이 지난 사안이라면 날짜별로 정리한 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시도 기록, 지정 장소에 도착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위치 기록, 통행료·주차 영수증이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계속 연락했는데 안 받았다"는 진술만으로는 정당한 이유 없는 불이행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아이의 질병이나 학사 일정을 이유로 든다면 그 사유가 매번 반복되는지, 대체 일자를 제시했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과태료는 가능하지만 감치는 되지 않습니다
- 과태료 —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명령을 위반하면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권리자의 신청으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상한이 곧바로 부과되기보다 위반 횟수와 태도, 경위 등을 고려해 액수가 정해집니다.
- 감치 제외 — 가사소송법 제68조의 감치는 정기금 지급의무를 3기 이상 이행하지 않은 경우, 유아 인도를 명령받은 사람이 과태료 제재를 받고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은 경우, 양육비 일시금 지급명령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면접교섭 허용 의무 위반은 감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다음 수단 — 위반이 반복되면 양육자 변경 심판, 손해배상 청구, 면접교섭 방식 변경 심판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과태료만으로 만남이 회복되지 않는 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이행명령을 아이를 곧바로 데려오는 수단이 아니라 불이행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공적으로 축적하는 절차로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이후 양육자 변경 심판에서 현 양육자가 자녀와 상대 부모의 관계를 단절시켜 왔다는 판단 자료가 됩니다. 민법 제837조 제5항은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방해 사실만으로 양육자를 바꾸지 않고 아이의 나이와 양육 상태, 환경 변화까지 종합하므로 결과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면접교섭센터와 전문가 입회, 그리고 양육비 문제
- 면접교섭센터 —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여러 법원이 중립적인 장소에서의 면접교섭을 지원합니다. 재판이나 조정 과정에서 연계되기도 하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할 수도 있으며, 사전 상담을 거쳐 이용 방식과 일정이 정해집니다. 별도의 이용료 부담은 없습니다.
- 지원 방식 — 전문가가 참여해 만남을 지켜보는 면접교섭 지원, 부모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분리해 아이의 인도와 인수만 돕는 인도 지원, 원거리 거주 등으로 대면이 어려울 때의 화상 면접교섭 지원이 운영됩니다.
- 단계적 재개 — 오래 단절된 사안에서는 화상 통화나 짧은 면회부터 시작해 시간을 늘려 가는 방식이 아이에게 부담이 적고 법원에도 현실적인 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사례 ①처럼 갈등이 깊고 인계 과정 자체가 다툼이 되는 경우에는 곧바로 숙박 면접교섭을 고집하기보다 인도 지원 방식을 먼저 요청하는 편이 실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양육비 문제는 별개입니다. 상대방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면접교섭을 거부하면 그 거부가 이행명령과 과태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아이를 만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끊으면 이행명령을 받고도 정기금을 3기 이상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 감치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양육비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지원과 이행명령, 감치, 직접지급명령으로, 면접교섭은 면접교섭 절차로 각각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면접교섭을 못 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중단하는 대응. 두 의무는 별개여서 상대의 위반이 자신의 위반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 학교나 학원 앞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가는 행위. 사안에 따라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고 이후 면접교섭 제한 사유로도 작용합니다.
- 아이에게 상대 부모를 험담하거나 상황을 녹음하도록 시키는 행위. 자녀 복리 침해로 평가되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사정을 SNS나 지역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공개하는 대응. 명예훼손 분쟁으로 번져 본래 목적에서 멀어집니다.
- 수년간 아무 조치 없이 지내다 한꺼번에 청구하는 것. 장기간의 단절 자체가 제한 근거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하면 양육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아이의 의사는 나이와 성숙도에 따라 무겁게 고려됩니다. 다만 양육친에게는 아이가 면접교섭에 응하도록 설득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거부가 양육친의 언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인정되면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이행명령을 받으면 곧바로 과태료가 나오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행명령은 기간을 정해 이행을 명하는 단계이고, 그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했을 때 별도의 과태료 결정 절차가 진행됩니다. 명령을 받은 뒤 이행하면 과태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Q. 상대방이 양육비를 한 푼도 안 주는데도 아이를 만나게 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면접교섭은 자녀의 권리이기도 해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쓸 수 없습니다. 양육비는 이행명령, 감치, 직접지급명령 등 별도 절차로 강제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주소를 숨기거나 소재가 불분명하면 포기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자녀와 양육자의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이행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면접교섭권을 함부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면접교섭의 배제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실조회 등으로 주소를 확인하는 절차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조정조서에 협의하여 정한다고만 되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이행명령을 바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면접교섭 심판을 청구해 일시, 장소, 인도 방법, 방학과 명절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정한 뒤 그 결정을 근거로 이행명령을 신청하는 순서가 됩니다.
체크리스트
- 조정조서나 판결문의 면접교섭 조항에 일시·장소·인도 방법이 특정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약속된 날마다 이행을 시도한 기록을 남깁니다. 문자와 메신저는 삭제하지 말고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 지정 장소에 실제로 갔다는 사실을 남길 자료를 확보합니다. 사진, 위치 기록, 영수증이 도움이 됩니다.
- 상대방이 든 사유와 대체 일자 제안 여부를 정리해 반복성을 드러냅니다.
-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면 이체 내역도 준비합니다. 성실 이행 사실은 신청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 면접교섭센터 이용이나 인도 지원 방식으로의 변경을 대안으로 제시할지 검토합니다.
- 위반이 반복되고 관계 단절이 심화된다면 양육자 변경 심판을 병행할지 변호사와 상의합니다.
면접교섭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기록의 밀도입니다. 사례 ①의 아버지가 11개월치 시도 기록을 날짜별로 제출할 수 있는지, 사례 ②의 조부모가 아이와 유지해 온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오늘부터라도 기록을 남기는 일이 가장 확실한 준비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면접교섭은 자녀의 연령과 의사, 기존 양육 환경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고 같은 방해 행위라도 법원의 평가가 갈릴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정을 정리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