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남긴 5층짜리 상가건물의 재산세 고지서를 꺼내 든 상속인은 계산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토지 개별공시지가와 건물 기준시가를 더하니 28억원, 상속세 신고서에는 이 금액을 적으면 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고를 마치고 반년쯤 지난 뒤 세무서에서 감정평가 실시 안내문이 도착합니다. 국세청이 의뢰한 두 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은 46억원이었고, 차액 18억원에 대한 상속세가 추가로 고지됩니다. 건물은 그대로인데 과세표준만 바뀐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증여재산 평가의 출발점인 시가주의 원칙과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의 범위·평가기간을 정리하고,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 위험한 유사매매사례가액의 함정, 기준시가로 신고했을 때 따라오는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리스크, 먼저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한 경우를 꼬마빌딩·나대지 사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꼬마빌딩을 기준시가로 신고하려는 상속인
2026년 3월 부친이 사망하면서 서울 성동구의 지상 5층 근린생활시설(연면적 약 700㎡)을 형제 2인이 공동상속했습니다. 기준시가 합계는 28억원인데 인근 유사 건물의 실거래가는 45억~50억원 선입니다. 신고기한은 2026년 9월 30일이고, 상속인들은 기준시가로 신고하면 세금이 훨씬 적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신고하려 합니다.
사례 ② 나대지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업자
2026년 5월, 경기 화성시의 나대지 990㎡를 성년 자녀에게 증여했습니다. 개별공시지가 기준 평가액은 12억원이지만 인근 매물 호가는 20억원을 넘습니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2026년 8월 31일이며, 이 토지는 3~4년 안에 매각해 개발자금으로 쓸 계획입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상속·증여재산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고, 기준시가에 의한 보충적 평가는 시가를 알 수 없을 때 쓰는 예외입니다.
- 시가로 인정되는 평가기간은 상속은 상속개시일 전후 각 6개월(총 12개월), 증여는 증여일 전 6개월·후 3개월(총 9개월)입니다.
- 평가기간 내에 해당 재산의 매매가액·감정가액·수용·공매·경매가액이 있으면 그 금액이 시가입니다. 기준시가로 신고했어도 이런 가액이 확인되면 경정될 수 있습니다.
- 감정가액은 둘 이상 감정기관 감정가액의 평균이 원칙이며, 기준시가 10억원 이하 부동산은 하나의 감정기관 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됩니다.
-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꼬마빌딩)과 나대지를 중심으로 감정평가사업을 운영하며 최근 초고가 아파트·단독주택까지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사례 ①·②는 전형적인 선정 대상군입니다.
- 과세관청 감정으로 세액이 늘어도 평가액 차이에서 비롯된 과소신고가산세는 부과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세는 추징되고 자금 계획은 무너집니다.
- 증여재산은 이월과세 때문에 감정평가의 양도세 절감 효과가 사라질 수 있어, 상속과 증여를 같은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시가주의 원칙과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
- 먼저 해당 재산 자체의 가액 — 평가기간 내에 그 부동산의 매매가액, 감정가액, 수용·경매·공매가액이 있으면 그 금액이 시가가 됩니다. 이들 사이에 미리 정해진 우열은 없고, 해당하는 가액이 둘 이상이면 평가기준일과 가장 가까운 날의 가액을 적용합니다.
- 매매가액 — 그 부동산 자체가 팔렸다면 그 거래가액입니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객관적으로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거래는 제외됩니다.
- 감정가액 —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 둘 이상의 감정가액 평균입니다.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모두 평가기간 안에 있어야 합니다.
- 수용·경매·공매가액 — 보상금 결정액, 법원 경매 낙찰가 등입니다.
- 다음으로 유사재산의 매매사례가액 — 해당 재산 자체의 가액이 없을 때, 면적·위치·용도·기준시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의 거래가액을 봅니다.
- 마지막으로 보충적 평가방법 — 위 어느 것도 없을 때만 개별공시지가·건물 기준시가 등으로 평가합니다.
평가기간을 벗어난 가액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매매·감정, 그리고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6개월)까지 발생한 가액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납세자도 같은 절차로 유리한 감정가액의 인정을 신청할 수 있어, 제도는 양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유사매매사례가액에 기대는 것이 왜 위험한가
- 아파트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 같은 단지에서 전용면적 차이 5% 이내, 공동주택가격 차이 5% 이내인 주택의 거래가액이 기준이 되고, 후보가 여럿이면 공동주택가격 차이가 가장 작은 한 건을 적용합니다.
- 꼬마빌딩·나대지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 규모·도로 조건·용도지역·임대 구성이 제각각이어서 유사하다고 볼 재산 자체가 드뭅니다. 그래서 남는 선택지가 기준시가이고, 그 지점이 국세청 감정평가의 표적이 됩니다.
- 신고 후에 사례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신고 당시 없던 거래가 평가기간 안에 뒤늦게 확인되면 과세관청이 경정할 수 있습니다. 일정 시점 이전에 신고하면 신고일까지 확인된 사례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있으나, 요건은 신고 시점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례 ①의 꼬마빌딩은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찾기 어려운 대표적 유형입니다. 28억원으로 신고하면 형식상 위법은 없지만, 시세와의 간극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결정기한까지 남게 됩니다.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어떤 부동산이 선정되는가
- 대상 —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가 중심이며,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해 시가와 차이가 크고 고가인 부동산을 우선 선정합니다. 최근에는 초고가 아파트와 고가 단독주택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 선정 기준 — 국세청 추정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추정시가 대비 차액이 10% 이상인 건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세부 기준과 적용 범위는 해마다 조정될 수 있습니다.
- 결과 —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시행 이후 꼬마빌딩 등이 신고가액보다 크게 상향된 가액으로 과세된 사례가 누적되어 있고, 법원도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평가에 근거한 과세를 적법하다고 본 사례가 나온 바 있습니다.
- 비용과 가산세 — 과세관청이 실시하는 감정의 수수료는 국세청이 부담하고 평가액 차이로 인한 과소신고가산세는 부과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세는 그대로 추징됩니다.
사례 ①은 차액이 약 18억원, 사례 ②는 약 8억원 규모입니다. 공개된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두 건 모두 차이가 크고 고가라는 선정 취지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특히 사례 ②의 나대지는 건물이 없어 임대수익을 근거로 평가액을 방어하기도 어렵습니다.
감정평가를 미리 받는 것이 유리한 경우
- 기준시가와 시세 괴리가 큰 비주거용 부동산·나대지 — 어차피 시가로 과세될 가능성이 높다면, 평가 시점과 감정기관을 납세자가 직접 선택해 과세가액을 미리 확정하고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 상속받은 재산을 나중에 양도할 계획이 있는 경우 — 상속 당시 평가액이 곧 향후 양도소득세의 취득가액이므로, 낮게 신고하면 양도차익이 그만큼 커집니다.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에는 뒤에 설명할 이월과세가 적용되지 않아 취득가액 상향 효과가 그대로 작동합니다.
- 증여재산은 이월과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서 증여받은 토지·건물 등을 증여일부터 10년 이내에 양도하면, 취득가액을 증여 당시 평가액이 아니라 증여자가 당초 취득한 가액으로 계산하는 이월과세가 적용됩니다(2022년 12월 31일 이전 증여분은 5년). 이 경우 감정평가로 신고가액을 높여도 양도소득세가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상속공제 한도 안에 들어오는 경우 — 평가액을 높여도 배우자상속공제·일괄공제 등으로 상속세가 나오지 않는다면, 감정평가로 취득가액을 올려두는 것이 순수한 이익입니다.
- 공동상속으로 정산이 필요한 경우 — 객관적 감정가액이 있어야 상속인 간 현금 정산의 기준이 섭니다.
사례 ②는 바로 이 지점이 함정입니다. 자녀가 증여일부터 10년 이내에 이 토지를 양도하면 이월과세가 적용되어, 감정평가를 받아 12억원 대신 18억원으로 신고하더라도 취득가액은 부친이 당초 취득한 가액으로 돌아갑니다. 증여세만 늘고 양도소득세는 줄지 않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이월과세가 적용되면 납부한 증여세는 필요경비에 산입됩니다). 따라서 사례 ②에서 감정평가의 실익은 양도세 절감이 아니라 국세청 감정평가 대상 선정 위험을 관리하고 과세가액을 조기에 확정하는 데 있습니다. 매각 시점을 10년 이후로 조정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 두 세목을 합산한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로 사례 ②는 증여일 후 3개월인 평가기간 종료가 임박해, 지금 감정을 의뢰한다면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기간 안에 들어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기준시가로만 신고하고 걸리면 그때 내겠다고 두는 것 — 결정기한까지 세액이 확정되지 않고, 추징 시점에 현금이 없으면 급매로 몰립니다.
- 감정평가서를 한 곳에서만 받아두는 것 — 기준시가 10억원을 넘는 부동산은 둘 이상 감정기관의 평균이 원칙이어서 한 건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감정가액을 받아 신고하는 것 — 감정가액이 기준시가나 유사매매사례가액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면, 과세관청이 다른 감정기관에 재감정을 의뢰해 그 감정가액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 가격산정기준일과 평가서 작성일을 확인하지 않는 것 — 뒤늦게 의뢰해 작성일이 평가기간을 벗어나면 그 감정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 낮게 신고한 직후 곧바로 시세대로 매각하는 것 — 평가기간 내 해당 재산의 매매가액은 그 자체가 시가여서 신고 평가액이 그 거래가액으로 대체됩니다.
- 증여 후 단기 매각을 전제로 감정평가부터 받는 것 — 이월과세 적용 여부를 따지지 않으면 증여세만 늘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 상속인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기한을 넘기는 것 — 무신고 가산세는 평가액 차이에 따른 가산세 문제와 별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정평가를 받으면 세금이 늘어나는데 왜 먼저 받으라는 것인가요?
선정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이라면 결국 시가로 과세된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다만 납세자가 주도하면 평가 시점과 감정기관을 선택해 과세가액을 미리 확정하고 납부 재원을 준비할 수 있으며, 상속의 경우 향후 양도소득세 취득가액도 함께 확보됩니다.
Q. 아파트도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나요?
같은 단지에서 유사매매사례가액이 확인되는 일반 아파트는 대부분 그 가액이 시가가 되므로 별도 감정의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거래가 거의 없는 대형 평형, 초고가 아파트, 단독주택은 사정이 다릅니다.
Q. 국세청 감정으로 세금이 늘면 가산세도 부담해야 하나요?
평가액 차이에서 비롯된 추가 세액에는 과소신고가산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납부지연에 따른 가산세는 고지 시점과 납부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재산을 누락한 경우는 별개이므로 개별 사안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감정평가 수수료는 비용으로 인정되나요?
상속재산 평가를 위해 지출한 감정평가 수수료는 일정 한도 내에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됩니다. 증여의 경우 적용 여부와 한도가 다를 수 있고 한도·요건도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신고 시점 기준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이미 기준시가로 신고했는데 지금이라도 감정평가가 가능한가요?
법정결정기한 이전이라면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는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산정기준일 등 요건 충족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하므로 전문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체크리스트
- 평가기준일(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과 신고기한을 확정합니다. 상속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증여는 3개월입니다.
- 기준시가와 인근 실거래가·호가를 비교해 괴리 금액과 비율을 계산합니다. 금액과 비율이 클수록 국세청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평가기간 내에 해당 재산의 매매·감정·수용·경매 사실이 있었는지 등기부와 거래 이력으로 확인합니다.
- 비주거용 부동산·나대지라면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성립하는 재산이 실제로 있는지 검증합니다.
- 기준시가 10억원을 넘는다면 감정기관 두 곳 이상을 선정하고, 가격산정기준일과 평가서 작성일을 계약 단계에서 명시합니다.
- 향후 양도 계획이 있다면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 총부담을 두 시나리오로 비교하되, 증여재산은 이월과세 10년 요건에 걸리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이미 신고했다면 법정결정기한까지 남은 기간을 확인하고 평가심의위원회 신청 실익을 검토합니다.
재산평가는 신고서에 어떤 숫자를 적느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뒷받침할 근거를 언제 확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준시가로 낮게 신고하는 선택은 세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확정을 미루는 것에 가깝습니다. 감정평가는 평가기간 안에 평가서까지 작성되어야 효력이 있으므로, 늦어도 신고기한 두세 달 전에는 감정평가 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재산평가 기준, 이월과세 요건,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선정 기준은 법령 개정과 국세청 집행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고 시점의 최신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