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방을 부치는 순간 한국과의 세금 관계도 끊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출국 2~3년 뒤, 아직 정리하지 못한 국내 아파트 주소로 국외 근로소득을 신고하라는 안내문이 도착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반대로 한국 거주자로 보고 해외 급여까지 신고했는데 현지에서도 같은 소득에 과세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는 본인의 생각이나 비자 종류, 주민등록 말소 여부가 아니라 법이 정한 사실관계로 판정됩니다.
이 글에서는 소득세법상 거주자 판정 기준(국내 주소와 183일 이상의 거소)과 해외현지법인 파견 임직원의 거주자 의제부터 거주자의 전세계소득 과세와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 과세, 양국이 모두 자국 거주자로 볼 때 적용되는 조세조약상 이중거주자 판정 순서(tie-breaker rule), 출국 시 거주자 지위 종료 시점과 국외전출세(출국세)까지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3년 주재원 파견, 국내 자산은 그대로
자동차 부품사에 근무하는 A씨는 2024년 3월 싱가포르 법인으로 발령받아 배우자·자녀와 함께 출국했습니다. 국내 아파트는 보증금 3억원·월세 150만원으로 임대했고, 국내 상장주식에서 연 900만원의 배당이 나옵니다. 2025년 국내 체류일수는 27일인데, 싱가포르에서 받은 연 1억 8,000만원의 급여를 한국에도 신고해야 하는지 문의해 왔습니다.
사례 ② 영주권 취득 이민, 비상장 지분 보유
B씨는 2016년부터 국내에 계속 거주해 온 IT 창업자로, 2026년 10월 미국 영주권 취득과 함께 가족 전원이 이주할 예정입니다. 본인이 설립한 비상장법인 지분 22%(평가액 약 40억원, 취득가액 3억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출국하면 한국 세금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국외전출세 얘기를 듣고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소득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이며,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거주자입니다.
- 주소는 주민등록이 아니라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국내 자산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로 판정합니다.
- 거소 기간은 1과세기간 동안 183일 이상이거나 2과세기간에 걸쳐 계속하여 183일 이상인 경우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봅니다.
- 내국법인이 지분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출자한 해외현지법인이나 국외사업장에 파견된 임원·직원은 체류일수와 무관하게 거주자로 봅니다.
- 거주자는 국내외 모든 소득(전세계소득)에, 비거주자는 국내원천소득에만 납세의무를 집니다.
- 양국이 모두 거주자로 볼 경우 조세조약이 항구적 주거 →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 일상적 거소 → 국적 → 상호합의 순으로 한 나라를 정합니다.
- 거주자가 국외 이전을 위해 출국하면 출국하는 날의 다음 날부터 비거주자가 되고, 일정 요건의 대주주는 국외전출세 대상이 됩니다.
- 확정신고 대상 거주자가 출국하는 경우 그 과세기간의 소득세는 다음 해 5월이 아니라 출국일 전날까지 신고해야 합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 무엇으로 갈리는가
- 주소 요건 —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소재, 국내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이 있거나,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 거주가 인정되면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봅니다.
-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경우 — 국외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이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그 나라 영주권을 얻었고,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으며, 직업·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해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않는 때입니다. 세 가지가 함께 충족돼야 하며, 과거의 “1년 이상 국외 거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 기준은 2015년 개정으로 삭제됐습니다.
- 거소 요건 — 한 과세기간에 국내 거소 기간이 183일 이상이면 거주자입니다. 기간은 입국한 날의 다음 날부터 출국하는 날까지로 셉니다.
- 2과세기간 합산 — 거소 기간이 2개 과세기간에 걸쳐 계속하여 183일 이상이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봅니다. 또 관광이나 질병 치료 등 명백히 일시적인 출국 기간은 오히려 국내 거소 기간에 포함해 계산합니다.
- 주재원 특례 — 소득세법 시행령 제3조는 내국법인이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지분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 출자한 해외현지법인이나 국외사업장에 파견된 임원·직원, 국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거주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주재원 사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조문입니다.
사례 ①의 A씨는 판단 순서가 중요합니다. 발령받은 싱가포르 법인이 본사가 지분 100%를 직접 또는 간접 보유한 해외현지법인이거나 본사의 국외사업장이라면, 위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체류일수 27일과 무관하게 거주자로 봅니다. 반대로 지분 100%가 아닌 합작법인이거나 현지 채용으로 신분이 바뀌었다면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주소와 거소로 판정합니다. 이때는 가족이 모두 함께 출국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국내 아파트를 보유한 채 임대 중이고 파견 종료 후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체류일수 하나로 결론이 나지 않으므로 파견계약서와 현지 법인의 지분구조 자료, 현지 거주 증빙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과세 범위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 거주자 — 국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납세의무를 집니다. 해외 급여, 해외 임대소득, 해외 금융소득이 모두 신고 대상에 들어옵니다.
- 비거주자 — 국내원천소득에만 납세의무를 집니다. 국내 부동산 임대소득, 국내 주식 배당, 국내 부동산 양도차익 등이 해당합니다.
- 이중과세 조정 — 거주자가 해외에서 납부한 세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로 조정합니다. 공제한도가 있어 납부액 전액이 항상 상계되지는 않습니다.
- 조약 제한세율 —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은 종류별로 과세 방식이 다르고,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세율은 조약마다 달라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A씨가 비거주자로 판정된다면 싱가포르 급여는 한국의 신고 대상이 아니고 국내 임대소득과 배당소득만 과세됩니다. 반대로 거주자라면 연 1억 8,000만원의 급여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고 현지 납부세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로 정리해야 합니다. 판정 하나로 세부담이 수천만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양쪽 나라가 모두 거주자라고 할 때
- 1단계 항구적 주거 — 소유든 임차든 언제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주거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를 봅니다. 한쪽에만 있으면 그 나라의 거주자입니다.
- 2단계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 양국 모두에 항구적 주거가 있으면 가족관계, 직업, 재산 소재지, 사회활동 등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로 정합니다.
- 3단계 일상적 거소 — 앞 단계로 정해지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머무는 나라로 정합니다.
- 4단계 국적과 5단계 상호합의 — 그래도 판정되지 않으면 국적국의 거주자로 보고, 국적이 양쪽이거나 어느 쪽도 아니면 양국 과세당국의 상호합의로 결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앞 단계에서 결론이 나면 뒤 단계는 따지지 않습니다. A씨처럼 국내 아파트를 임대해 본인이 즉시 쓸 수 없는 상태라면 1단계에서 유리하게 볼 여지가 있지만, 비워 둔 채 언제든 들어갈 수 있게 두었다면 양국 모두 항구적 주거가 인정되어 2단계로 넘어갑니다. 다만 조약의 tie-breaker는 양국이 각각 자국 세법으로 거주자라고 본 뒤에 비로소 작동하는 규칙이므로, 국내법상 거주자 의제가 적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조약 적용을 주장하려면 상대국이 발급한 거주자증명서가 출발점입니다.
출국 시점과 국외전출세
- 지위 종료 시점 — 거주자가 주소 또는 거소의 국외 이전을 위하여 출국하면 출국하는 날의 다음 날부터 비거주자가 됩니다. 확정신고 대상 거주자라면 출국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과세표준을 출국일 전날까지 신고해야 하고, 1월 1일부터 5월 31일 사이에 출국하는 경우에는 직전 과세기간분도 같은 기한으로 앞당겨집니다.
- 과세 대상 — 출국일 10년 전부터 출국일까지의 기간 중 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상이고, 출국일이 속하는 연도의 직전 연도 종료일 현재 대주주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대주주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1%, 코스닥 2%, 코넥스 4%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이며, 비상장은 지분율 4% 또는 시가총액 10억원 이상입니다. 기준이 자주 바뀌므로 출국 시점 법령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과세 방식 — 출국일에 보유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보아 출국일 당시 시가에서 취득가액 등 필요경비를 뺀 금액에 과세합니다. 여기서 연 250만원을 공제한 과세표준에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분은 6,000만원에 초과액의 25%를 더한 금액을 적용합니다.
- 신고와 납부 — 출국일 전날까지 납세관리인과 국내주식 보유현황을 신고해야 합니다. 보유현황을 신고하지 않거나 누락하면 해당 주식의 액면금액 또는 출자가액의 2%가 산출세액에 더해집니다. 양도소득세는 출국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하되, 납세관리인을 신고했다면 양도소득세 확정신고 기간 내에 하면 됩니다.
- 납부유예와 사후조정 — 납세담보를 제공하거나 납세관리인을 두면 실제 양도 시까지 납부유예가 가능하고, 5년(국외 유학 등은 10년) 이내에 팔지 않으면 5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납부합니다. 이때 유예 기간에 대한 이자상당액이 가산됩니다. 실제 양도가액이 더 낮으면 조정공제, 현지 납부세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로 반영하며 실제 양도일부터 2년 이내에 경정청구해야 합니다.
- 국외주식으로 확대 — 2025년 12월 개정으로 과세 대상이 국외주식까지 넓어졌고, 2027년 1월 1일 이후 출국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출국 당시 국외주식 양도가액 합계가 5억원 이하이면 제외되며, 국외주식에 대한 세율은 중소기업 주식 10%, 그 밖의 주식 20%입니다.
사례 ②의 B씨는 2016년부터 국내에 계속 거주해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고, 비상장 지분율도 22%로 4% 기준을 크게 넘어 국외전출세 대상입니다. 출국일 당시 시가로 다시 산정되겠지만 평가액 40억원과 취득가액 3억원을 그대로 두고 단순 계산하면 과세표준은 약 36억 9,750만원, 산출세액은 6,000만원에 3억원 초과액의 25%를 더해 9억원을 웃도는 수준이 됩니다. 조정공제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하기 전 금액이지만 규모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고, 출국 전날까지의 보유현황 신고를 놓치면 가산세까지 더해집니다. 한편 국외주식으로 과세 범위를 넓히는 개정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출국분부터 적용되므로 2026년 10월 출국이 예정대로라면 B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면 시행일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주민등록을 말소했으니 비거주자라고 단정하는 경우. 주민등록은 참고자료일 뿐 판정 기준이 아닙니다.
- 체류일수만 183일 미만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보는 경우. 국내에 주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체류일수와 무관하게 거주자입니다.
- 연말과 연초로 체류를 쪼개 각 연도 183일 미만을 맞추는 경우. 2과세기간에 걸쳐 계속하여 183일 이상이면 요건이 충족되고, 관광이나 치료 목적의 짧은 출국은 오히려 국내 거소 기간에 합산됩니다.
- 주재원 파견이니 당연히 비거주자라고 보는 경우. 본사가 100% 출자한 해외현지법인이나 국외사업장에 파견된 임직원은 거주자로 의제됩니다.
- 이민 후에 주식을 팔면 된다며 출국 전 신고를 생략하는 경우. 국외전출세는 출국 자체를 양도로 의제하므로 실제 매각 여부와 무관합니다.
- 출국하는 해의 소득세를 이듬해 5월에 내면 된다고 미루는 경우. 확정신고 대상이라면 출국일 전날까지 신고해야 합니다.
- 거주자증명서 없이 조세조약 혜택만 주장하는 경우. 증빙이 없으면 조약 적용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족은 한국에 남고 저만 해외에서 일합니다. 비거주자인가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국내에 있다는 점은 국내에 주소가 있다고 볼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보려면 외국국적이나 그 나라 영주권을 얻었고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다는 요건까지 함께 충족해야 하므로, 가족이 국내에 남아 있다면 비거주자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툼이 가장 잦은 유형이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이중거주자로 판정되면 한국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나요?
조세조약으로 상대국 거주자가 되어도 한국의 국내원천소득 과세권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국내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은 여전히 한국에서 과세될 수 있습니다. 조약은 어느 나라가 전세계소득에 과세하는지를 정하는 규칙입니다.
Q. 출국하는 해의 소득세 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출국일까지는 거주자, 그 다음 날부터는 비거주자로 구분해 신고합니다. 다만 기한이 앞당겨진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확정신고 대상 거주자가 출국하는 경우 출국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과세표준을 출국일 전날까지 신고해야 하고, 1월 1일부터 5월 31일 사이에 출국하면 직전 과세기간분도 같은 기한에 신고해야 합니다. 출국 후에도 국내원천소득이 남는다면 납세관리인을 두어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국외전출세를 냈는데 이민을 취소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출국일부터 5년 이내에 주식을 양도하지 않고 다시 입국해 거주자가 되거나, 그 주식을 국내 거주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인이 상속받은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납부한 세액의 환급 또는 납부유예 중인 세액의 취소를 신청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정청구가 아니라 별도의 환급·취소 신청이며, 보유현황 미신고로 더해졌던 가산세 상당액은 환급되지 않습니다.
체크리스트
- 최근 3개 연도의 출입국 기록으로 연도별 국내 체류일수와 연말·연초 연속 체류 여부를 정리합니다.
- 배우자와 자녀의 거주지, 재학 또는 재직 여부 등 가족의 생활 근거지를 문서로 확인합니다.
- 해외 파견이라면 파견처가 본사 100% 출자 해외현지법인이나 국외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지분구조부터 확인합니다.
- 국내 부동산·금융자산 현황과 국외 자산 현황을 각각 목록화합니다.
- 해외 근무자라면 파견·고용계약서, 현지 주거계약서, 현지 세금 납부 내역을 보관합니다.
- 상대국 과세당국의 거주자증명서를 발급받아 조세조약 적용 근거를 확보합니다.
- 이민 계획이 있다면 출국 전에 대주주 요건과 국외전출세 대상 여부를 검토합니다.
- 출국일 전날까지 납세관리인 신고, 국내주식 보유현황 신고, 그 해의 소득세 확정신고를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역산합니다.
거주자 판정은 숫자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가족, 자산, 직업, 체류 기록이 얽힌 사실관계의 문제입니다. 판정에 따라 과세 대상 소득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므로, 출국 전에 판단하고 증빙을 남기는 것과 몇 년 뒤 안내문을 받고 대응하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특히 출국일 전날은 보유현황 신고와 소득세 확정신고가 함께 걸리는 날이라, 대주주 지분을 보유한 이민은 이 날짜가 지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거주자 판정과 국외전출세 요건은 개인별 사실관계와 상대국 제도, 출국 시점 법령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