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 우편물을 뜯어보니 납세고지서라는 글자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몇 년 전 신고를 마쳤고 대리인 검토까지 받았던 건인데, 필요경비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없다는 몇 줄의 설명만 붙어 있습니다. 아래에는 납부기한과 압류 예고 문구가 함께 찍혀 있습니다. 납부하면 과세를 인정하는 셈이 되는지, 다투는 동안 압류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 사이 청구기간만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이미 고지되거나 경정된 세금을 어떤 순서로 다툴 수 있는지 정리합니다. 고지 전 단계의 과세전적부심사와 고지 후 불복을 구분하고,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의 택일 구조와 각 90일의 청구기간, 행정소송 전에 거쳐야 하는 필수적 전치주의, 불복 중에도 쌓이는 납부지연가산세와 압류 문제, 그리고 국선대리인 제도까지 순서대로 다룹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상가 양도 후 필요경비를 부인당한 개인
2025년 3월 서울 마포구 상가를 9억원에 양도하고 인테리어 공사비와 중개수수료 1억 2,000만원을 필요경비로 반영해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12일, 공사비 8,000만원은 자본적 지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 3,480만원을 경정·고지한다는 납세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납부기한 6월 30일은 이미 지났습니다.
사례 ② 거래처 문제로 매입세액을 부인당한 제조법인
경기 화성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법인은 2024년 거래한 원자재 공급업체가 자료상으로 판정되면서 그 거래의 매입세액 6,200만원을 공제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2026년 7월 28일 도착한 서류는 납세고지서가 아니라 과세예고통지서였고, 가산세를 포함하면 8,100만원대였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받은 서류 이름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세무조사 결과통지·과세예고통지는 아직 고지 전이므로 30일 이내 과세전적부심사, 납세고지서는 고지 후 불복 대상입니다.
- 고지 후 불복은 이의신청(임의) →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택일) 구조입니다. 이의신청은 건너뛸 수 있지만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는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습니다.
- 고지 후 불복의 청구기간은 모두 처분이 있음을 안 날(고지서 수령일)부터 90일이고, 불변기간이어서 하루만 넘겨도 심리 없이 각하됩니다.
- 행정소송을 하려면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필수적 전치주의). 이의신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불복해도 징수는 멈추지 않습니다. 미납이면 납부지연가산세가 붙고 압류가 진행됩니다. 납부는 과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인용되면 환급가산금과 함께 돌려받습니다.
- 청구세액 5,000만원 이하이고 소득·재산 요건을 충족하면 국선대리인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고지 전인지 고지 후인지, 갈림길은 서류 이름에 있습니다
- 과세전적부심사 — 세무조사 결과통지나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뒤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 과세 내용을 다시 따지는 절차입니다. 통지한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청구하고, 관서는 국세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30일 이내 결과를 통지합니다.
- 고지 후 불복 — 납세고지서를 받았다면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로 갑니다. 세액을 정하는 처분뿐 아니라 압류 통지, 경정청구·환급 거부도 불복 대상입니다.
- 제한되는 경우 — 조세채권 확보가 필요하거나 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하면 과세전적부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니, 통지서의 구제절차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②가 받은 것은 과세예고통지이므로 아직 고지 전입니다. 7월 28일 수령을 기준으로 8월 27일경까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물품 입고와 대금 지급을 보여주는 거래명세서·운송기록·계좌이체 내역을 이 단계에서 내면 고지 자체를 막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무엇을 어디에 내는가
- 이의신청 — 처분청(세무서장·지방국세청장)에 90일 이내 내는 임의 절차로, 사실관계 착오나 계산 오류를 바로잡기에 적합합니다. 불복하면 결정통지를 받은 날부터 다시 90일 이내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 심사청구(국세청) — 처분청을 거쳐 국세청장에게 제기하며 국세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칩니다. 결정기간은 90일입니다.
- 심판청구(조세심판원) —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처분청과 조직이 분리되어 법령 해석 다툼에 많이 쓰입니다. 결정기간은 90일이고 원래 처분보다 불리한 결정은 할 수 없습니다.
- 감사원 심사청구 — 감사원에 내는 별도 경로로 청구기간은 같은 90일이며, 이를 거치면 심사·심판청구를 거친 것으로 보아 곧바로 소송이 가능합니다.
- 필수적 전치주의 —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 결정을 거치지 않으면 취소소송을 낼 수 없습니다. 결정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소를 제기하며, 결정기간이 지나도 통지가 없으면 그때부터 소송이 가능합니다.
사례 ①처럼 필요경비의 성격을 다투는 사안은 유사 쟁점 판단이 축적된 심판청구가 흔히 선택됩니다. 다만 계약서와 시공 사진, 대금 지급 증빙이 충분하면 이의신청을 먼저 거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기산점은 6월 12일 수령일이므로 9월 10일경이면 청구기간이 끝납니다.
불복 중에도 세금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 집행부정지 원칙 — 불복 청구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집행에 영향을 주지 않아, 청구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납부의무가 유예되지 않습니다.
- 납부지연가산세 — 법정납부기한 다음 날부터 납부고지일까지는 미납세액에 하루 단위 이자 성격의 가산세가 붙고(현행 시행령상 1일 10만분의 22, 약 0.022%), 고지서상 지정납부기한까지 내지 않으면 미납세액의 3%가 더해집니다. 그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 단위 가산세가 계속 쌓입니다. 이자율은 시행령에서 정해져 개정될 수 있으므로 본인 고지분의 계산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압류와 유예 신청 — 체납이 되면 예금·부동산·매출채권이 압류될 수 있습니다. 불복이 진행 중인 국세의 체납으로 압류된 재산은 그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공매(매각)가 제한되지만, 압류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불복과 별도로 해당 재산의 압류나 압류재산 매각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지 챙겨야 합니다.
- 납부 후 다투는 선택 — 자금 여력이 있다면 먼저 납부하고 불복하는 편이 가산세 누적과 압류 위험을 함께 차단합니다. 환급가산금 이자율은 시행령에서 정해져 바뀌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례 ①은 납부기한을 넘겼으므로 그대로 두면 결정까지 가산세가 늘고 임대보증금 반환채권이나 예금이 압류될 수 있습니다. 자금 조달이 가능하면 납부 후 심판청구로, 어렵다면 압류·매각 유예 신청을 병행하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국선대리인, 비용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 지원 대상 — 청구세액 5,000만원 이하인 과세전적부심사·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가 대상이고, 개인은 종합소득금액 5,000만원 이하·소유재산가액 5억원 이하, 법인은 수입금액 3억원 이하·자산가액 5억원 이하가 기준입니다.
- 제외 세목 —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신청 — 국세청 단계(과세전적부심사·이의신청·심사청구)는 홈택스나 관할 세무관서에, 심판청구는 조세심판원에 선정 신청서를 냅니다. 신청 시기와 세부 요건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접수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②는 청구세액 8,100만원대여서 요건을 넘지만, 사례 ①은 3,480만원으로 세액 요건을 충족하므로 소득·재산 요건까지 맞는지 확인해 볼 만합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조사관과 전화로만 다투다가 90일을 넘기는 경우입니다. 구두 항의는 청구가 아니어서 내용이 타당해도 각하됩니다.
- 이의신청 결정에 다시 이의신청을 하거나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를 함께 내는 경우입니다. 택일이므로 시간만 잃습니다.
- 이의신청 결과만 받아든 채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입니다. 전치 요건 흠결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 불복 중이라며 납부·압류를 방치하는 경우입니다. 사업용 계좌가 묶이면 승패와 별개로 손실이 확정됩니다.
- 청구서에 억울하다는 취지만 적고 서류 제출을 미루는 경우입니다. 심리는 제출된 증빙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의신청을 반드시 거쳐야 하나요?
아닙니다. 임의 절차이므로 곧바로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 착오를 바로잡을 여지가 크면 먼저 거칠 만하고, 법령 해석이 쟁점이면 심판청구로 바로 가는 편이 흔합니다.
Q. 90일은 언제부터 세나요?
처분이 있음을 안 날, 통상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입니다. 이의신청을 거친 뒤라면 그 결정통지를 받은 날부터 다시 90일입니다. 불변기간이므로 수령일이 확인되는 송달 기록을 보관해야 합니다.
Q. 세금을 먼저 내면 불복에서 불리해지지 않나요?
납부가 과세를 인정한 것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인용되면 납부액은 환급가산금과 함께 환급되므로, 가산세와 압류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납부 후 다투는 방식이 자주 선택됩니다.
Q. 결정기간이 지났는데 통지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심사·심판청구의 결정기간이 지나도 통지가 없으면 그 기간이 지난 날부터 행정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도 결정기간이 지나면 기다리지 않고 심사·심판청구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Q. 신고를 잘못한 경우도 불복 대상인가요?
처분이 없는 자기 신고 오류는 불복이 아니라 경정청구로 다룹니다. 일반적으로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하고, 세무서가 거부하면 그 거부처분에 불복합니다. 후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등 세목과 사유에 따라 기한이 달라지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체크리스트
- 받은 서류가 결과통지·과세예고통지인지 납세고지서인지 이름부터 확인합니다.
- 수령일을 확정하고 30일(과세전적부심사) 또는 90일(고지 후 불복) 만료일을 달력에 적습니다.
- 고지서의 과세 근거 조문과 부인된 항목·금액을 옮겨 적어 쟁점을 좁힙니다.
- 쟁점별 증빙을 목록화합니다. 계약서, 세금계산서, 입고 기록, 이체 내역 등.
- 이의신청을 거칠지, 심사·심판청구 중 어디로 갈지 한 경로만 정합니다.
- 납부 여부를 결정하고, 미납으로 갈 경우 압류·매각 유예 신청 서류를 함께 준비합니다.
- 청구세액 5,000만원 이하면 국선대리인 대상인지 세무관서나 조세심판원에 확인합니다.
조세불복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기간 준수와 증빙의 구체성입니다. 30일과 90일은 사정을 참작해 늘려주는 기간이 아닙니다. 고지서를 받은 날 할 일은 만료일을 적고 경로를 정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불복 청구기간은 불변기간이고 가산세율·국선대리인 요건 등은 시행령 개정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세목과 처분 유형에 따라 대상·절차도 달라지므로, 통지서를 받은 즉시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