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두고, 돌아가신 뒤에는 미리 정해둔 자녀가 그 재산을 이어받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은행이나 신탁회사의 유언대용신탁 상품 안내를 받은 분들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금 문제로 넘어가면 "신탁을 쓰면 상속세가 줄어드나요", "다른 형제들이 유류분을 청구할 수는 없나요"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설계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제도이지만, 세금 측면에서는 유언에 의한 상속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류분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지고 있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생전에는 임대료, 사후에는 상속세
A씨(76세)는 2025년 5월 본인 소유 상가건물(시가 약 15억 원)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생전에는 본인이 임대수익을 받는 수익자로, 사망 후에는 장남을 사후수익자로 지정해두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A씨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장남은 이 상가에 대해 상속세를 신고해야 하는지, 신고한다면 예금·다른 부동산과 어떻게 합산되는지 문의해왔습니다.
사례 ② 단독 사후수익자 지정과 유류분
B씨(차남)는 2022년 9월 어머니가 예금 6억 원을 유언대용신탁으로 설정하면서 누나를 사후수익자로 단독 지정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2025년 11월 사망했고, B씨는 법정상속분에 크게 못 미치는 재산만 받게 되자 2026년 3월 누나와 신탁회사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탁계약 체결일이 사망일로부터 3년 이상 전이라는 점이 쟁점입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 생전의 재산관리와 사후 수익자 지정을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주는 제도로, 유언보다 설계가 유연하지만 세금 문제는 유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위탁자 사망으로 사후수익자가 신탁수익권을 취득하면 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가 과세됩니다.
- 신탁 설정 재산도 예금·부동산 등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되어 10~50%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 신탁재산이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왔으나, 최근 대법원은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보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아 신중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 위탁자 생전에 수익자가 실제로 원본이나 수익을 받으면 상속세가 아니라 증여세가 과세되므로 수령 시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 신탁은 절세 수단이 아니라 관리와 승계의 유연성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전제로 설계해야 분쟁과 세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 유언과 무엇이 다른가
- 개념 — 위탁자가 생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사망을 수익권 발생 또는 확대의 조건으로 정해두는 신탁입니다. 위탁자가 생존한 동안은 본인이 수익자가 되어 재산을 관리·운용하다가, 사망 시 미리 지정한 사후수익자에게 수익권이 넘어갑니다.
- 생전 관리의 연속성 — 유언은 사망한 후에야 효력이 생기지만, 신탁은 위탁자가 고령이나 질병으로 판단능력이 저하되기 전부터 전문 수탁자에게 자산관리를 맡겨둘 수 있어 재산관리의 공백이 적습니다.
- 수익자 지정의 유연성 — 배우자를 1차 사후수익자로, 배우자 사망 후에는 자녀를 2차 수익자로 잇는 수익자연속신탁 설계가 가능합니다. 유언으로는 1차 수유자까지만 구속력이 미쳐 다세대 승계 설계에 한계가 있습니다.
- 사후수익자 지정 방식의 한계 — 다만 신탁계약이라고 모든 설계가 그대로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법정상속인 중 1인을 수탁자 겸 단독 사후수익자로 지정한 부분은 무효라고 보면서도, 생전 위탁자를 수익자로 정한 부분이나 잔여재산 귀속권리자 지정 부분까지 전부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어,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의 효력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신탁재산, 상속세는 어떻게 과세되나
- 과세 원칙 — 상속세및증여세법 제9조는 피상속인(위탁자)이 신탁한 재산을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으로 봅니다.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의 수익 역시 상속에 해당함을 법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 합산과세 — 사후수익자가 위탁자 사망으로 취득하는 신탁수익권 가액은 예금, 부동산, 보험금 등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되어 상속세 과세가액을 구성합니다. 신탁이라고 해서 별도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 세율 —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에서 50%까지 5단계 초과누진세율로 계산되며, 배우자공제·일괄공제 등 기존 상속공제 제도가 신탁재산 포함 상속재산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평가와 신고 — 신탁재산은 종류별 시가 평가 원칙에 따라 평가하며, 원본을 받을 권리와 수익을 받을 권리가 나뉜 경우에는 각각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해야 하며, 신탁수익권도 이 신고 대상에서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신탁재산도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이 될까
- 초기 하급심의 엇갈림 — 2020년 무렵 일부 하급심은 상속개시 1년 이전에 체결된 신탁계약이라면 신탁재산은 상속인이 아닌 수탁자에게 귀속된 것이어서 상속재산도, 특별수익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다른 하급심은 신탁재산이 상속재산은 아니더라도 특별수익에는 해당한다고 정반대로 판단하면서 실무상 혼란이 있었습니다.
- 대법원의 정리 — 2024년 대법원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위탁자 사후에 이전된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인정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킨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신탁 수익권이 위탁자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에게 있다가 사망을 계기로 비로소 수익자에게 이전되는 구조가 실질적으로 사인증여와 유사하다고 본 취지입니다.
- 다만 사안마다 결론이 갈릴 여지 — 이 판단이 모든 신탁 설계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전수익자가 누구인지, 원본수익권과 수익수익권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신탁 설정 시점과 사망 시점의 간격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아직도 사안별 검토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 실무적 시사점 — 유언대용신탁을 유류분 회피 수단으로만 활용하려는 설계는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설계라면, 신탁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문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증여세와 어떻게 구분하나
- 생전 지급이면 증여세 —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3조는 위탁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타인을 수익자로 지정하고 그 사람이 실제로 신탁의 원본이나 수익을 받는 경우, 실제로 받은 날을 증여일로 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사후 이전이면 상속세 — 이와 달리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처럼 위탁자의 사망을 계기로 수익권이 발생하거나 이전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아니라 상속세가 과세됩니다.
- 혼동하기 쉬운 지점 — 실무에서는 위탁자가 본인을 생전수익자로 지정해두고도 자녀 등에게 신탁수익(임대료 등)을 미리 지급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위탁자 사망 전에 실제로 지급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증여세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어, 수익 발생·지급 시점과 위탁자 사망 시점의 전후관계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상속세를 아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신탁재산도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되어 동일한 누진세율로 과세되며, 신탁 자체가 상속세 감면 수단은 아닙니다. 다만 생전 자산관리의 연속성과 승계 방식의 유연성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있습니다.
Q. 신탁 수익자와 신탁회사(수탁자) 중 누가 상속세를 신고·납부하나요?
상속세 납부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신탁수익권을 취득하는 수익자입니다. 신탁회사는 재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일 뿐 납세의무자가 아니며, 수익자가 다른 상속재산과 함께 신고기한 내에 신고해야 합니다.
Q. 유류분 반환청구는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민법상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유증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신탁재산이 문제 되는 경우도 이 기간 안에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Q. 위탁자 생전에 신탁계약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바꿀 수 있나요?
신탁계약서에 위탁자의 해지권·수익자 변경권이 유보되어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통상 계약서에 이러한 권한을 명시해두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 해당 조항을 반드시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Q. 신탁재산의 상속세 평가는 일반 상속재산과 다른가요?
평가 원칙 자체는 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등 신탁재산의 종류에 따라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시가 평가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며, 원본수익권과 수익수익권이 나뉜 경우에는 각각 별도로 평가해야 하므로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체크리스트
- 신탁계약서에서 생전수익자·사후수익자·잔여재산귀속권리자가 각각 누구로 지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 신탁 설정 재산의 시가를 파악해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했을 때 예상 상속세 규모를 미리 가늠해보기
- 신탁 설정이 특정 상속인에게 편중되어 있다면 유류분 반환청구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기
- 위탁자 생전에 수익이 실제로 지급되는 구조라면 증여세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탁수익권을 포함해 빠짐없이 상속세를 신고하기
- 신탁계약서상 위탁자의 해지권·수익자 변경권 유보 여부를 계약 체결 전에 명확히 해두기
- 신탁 설계 단계부터 세무사·변호사와 함께 상속세·유류분·증여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승계를 한 번에 설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세금과 유류분 문제를 함께 따져보지 않으면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신탁계약을 체결하기 전, 또는 이미 체결된 신탁계약으로 상속이 개시된 이후라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함께 세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신탁 설계 및 상속세 신고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신탁계약 내용과 재산 현황을 바탕으로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