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제 아들이 온라인에서 고가의 헤드셋과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저와 상의하거나 동의를 구한 적이 전혀 없는데, 제 카드 정보를 몰래 이용해 결제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판매업체에 연락해 환불을 요구했더니 '이미 배송이 완료됐고 사용 흔적이 있어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미성년자인데도 부모 동의 없이 체결한 이 계약을 취소하고 환불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동의 없이 고가의 계약을 체결하여 곤란한 상황에 놓이신 것으로 보입니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민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어, 요건만 충족된다면 계약을 취소하고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미성년자의 행위능력 제한' 법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① 민법 제5조는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동의 없이 이루어진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② 이 취소권은 미성년자 본인뿐 아니라 법정대리인인 부모도 행사할 수 있으며(민법 제140조), 취소하면 그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됩니다(민법 제141조). ③ 다만 미성년자가 속임수로 자신을 성년자로 믿게 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민법 제17조)에는 취소권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자녀가 결제 과정에서 나이나 동의 여부를 허위로 기재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이미 사용한 물건'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업체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미성년자의 법률행위 취소는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판매자가 '사용했으니 환불 불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성년자 취소권의 취지에 반합니다. ② 다만 미성년자 취소 시 부당이득 반환 범위와 관련하여, 미성년자는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하면 되므로(민법 제141조 단서), 이미 소비되었거나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③ 게임 아이템처럼 사용해도 물리적 훼손이 없는 디지털 재화는 현존이익 반환에 특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응 방법으로는, ① 자녀가 미성년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족관계증명서 등)와 결제 내역, 부모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정리하여 판매업체에 서면(내용증명)으로 계약 취소 및 환불을 공식 요청하시고, ② 업체가 계속 거부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여 조정 절차를 이용하시며, ③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대금 반환을 구할 수 있고, ④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카드사에 미성년자 결제 차단 서비스나 결제 알림 설정을 신청해 두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취소하고 환불받을 수 있으니, 사용 흔적을 이유로 한 업체의 환불 거부에 위축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확한 것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권해드립니다.